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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AIIB 가입으로 중국 '신실크로드 전략'의 기회 잡아야

중앙일보 2015.03.02 00:08 종합 28면 지면보기
한우덕
중국연구소 소장
#1 중국 중부의 해안도시 장쑤(江蘇)성 롄윈강(連雲港). 지난달 26일 시(市) 당국자들이 대거 참가하는 정기 화물 철도노선 개통 행사가 열렸다.


중국의 "모든 길은 이다이이루 로 통한다"는 전략
정치 아닌 경제 시각으로 접근해야 기회 얻어

서쪽 종착역은 중앙아시아의 경제 중심지인 카자흐스탄의 알마티. 출발 신호와 함께 컨테이너 106개를 실은 기차가 달려나갔다. 기차는 시안(西安), 우루무치 등 대륙을 횡단한 뒤 국경을 넘어 12일 후 알마티에 도착한다. 현지 언론은 "롄윈강이 ‘신실크로드 경제벨트’ 전략의 첫 수혜 도시가 됐다”며 환호했다.



 #2 푸젠(福建)성 제조업 도시 취안저우(泉州). 지난달 11일 세계 20여 개국 200여 명의 전문가가 참가하는 국제 세미나가 열렸다. 주제는 ‘21세기 해양 실크로드 건설을 통한 공동 운명체 건설’.



미얀마·스리랑카·오만, 더 멀리는 이탈리아 등에서 온 전문가들이 의견을 쏟아냈다. 세미나에서 만난 시정부 관계자들은 “고대 해양 실크로드의 기점이었던 취안저우가 ‘21세기 해양 실크로드’ 전략을 선도하게 됐다”며 흥분했다.



 중국에는 지금 ‘이다이이루(一帶一路·신실크로드 경제벨트와 21세기 해양 실크로드 개발 전략. 이하 ‘신실크로드 전략’으로 통일)’ 열풍이 불고 있다. 중앙 공무원들은 마스터플랜을 짜느라 분주하고, 지방정부는 ‘우리가 최고 적합지’라며 앞다퉈 질주한다. “모든 길은 신실크로드로 통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번 주 열릴 전인대(全人大·국회)의 최대 이슈이기도 하다.



 지방정부가 신발이 닳도록 뛰는 이유는 국무원(중앙정부)이 풀 막대한 돈을 따내기 위해서다. 국무원은 지금 중앙아시아와 동남아, 서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지도를 펴 놓고 어떤 도로를 잇고, 어디에 고속철도를 건설하고, 어떤 통신선을 연결할지 등을 논의하고 있다. 국내 경제 침체의 돌파구를 실크로드 주변에서 찾겠다는 취지다. 총알(자금)은 충분하다. 400억 달러의 신실크로드 펀드를 조성했고, 아시아기초시설투자은행(AIIB) 설립에 500억 달러를 내놨다.



 중국은 한국의 참여를 원한다. AIIB에 가입하라는 요구다. 우리는 멈칫거리며 주저한다. 중국의 아시아 패권 전략을 경계하는 미국의 입장도 살펴야 하는 까닭이다. 근거가 없지는 않다. 전문가들은 신실크로드 전략을 ‘EBC(Everyone But China·중국을 제외한 모두)’로 표현되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경제 전략에 대한 반발로 분석한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도 외면당하는 처지다.



중국은 태평양 쪽에서 좁혀오는 미국의 포위망을 피해 서쪽(신실크로드 경제벨트)과 남쪽(21세기 해양 실크로드)으로 달려간다. 약 44억 인구, 60개 국가가 대상이란다. 굳이 표현하자면 ‘EBA(Everyone But America)’,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다.



 정치적 측면에만 사로잡힌다면 경제적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서강대 이선진(전 인도네시아 대사) 교수는 “어떠한 서방의 논리도 ‘경제협력을 통해 주변 국가의 성장을 돕겠다’는 중국의 대의명분을 이길 수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대상 국가들은 중국의 제안에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 이미 27개 나라가 AIIB 참가 의사를 밝혔다.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등도 미국의 견제를 받았지만 참여키로 했다.



 신실크로드 전략의 핵심 대상 지역인 중동과 동남아는 우리나라의 1, 2위 건설 시장이다. 중국이 막대한 자금을 풀어 이 지역의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 나선다면 우리에게도 기회는 온다. 중국은 동남아의 경우 라오스~태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으로 이어지는 고속철도를 깔 계획이다. 간선은 그들이 건설한다고 해도, 중소 도시를 연결하는 수많은 지선(支線)은 우리가 참여할 수 있다. 역 주변 개발도 마찬가지다.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유전개발 사업은 가능성을 보여준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현지에서 뽑아내 중국에 판 석유는 4500억원에 이른다. 이 회사 미얀마 매출의 90%가 넘는 수준이다. 미얀마는 중국 신실크로드 전략의 핵심 지역이다. 이곳에 인도양으로 통하는 송유관을 깔았고, 지금은 가스관을 건설 중이다. 그 루트에 석유를 실어 보내 ‘대박’을 낼 수 있었다. 신실크로드 전략과의 윈-윈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하고 있는 중동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신실크로드 전략, 정치가 아닌 경제 문제로 접근해야 할 일이다. 그래야 참가 논리를 세울 수 있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AIIB 가입은 그 시작이다.



한우덕 중국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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