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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깐한 기준 통과한 동네 전문병원 … 대학병원 못잖아요

중앙일보 2015.03.02 00:04 건강한 당신 4면 지면보기
정규형 대한전문병원협의회 신임 회장
‘척추·관절 전문병원’ ‘노안수술 전문 치료센터 운영’ ‘안티에이징 시술 특화’. 인터넷이나 버스·지하철 옥외광고의 다양한 병원 홍보문구가 환자를 현혹한다. 저마다 특정 분야에서 자기 병원이 전문임을 앞세운다. 하지만 이 중에 진짜 ‘전문병원’은 몇이나 될까.


[인터뷰] 정규형 대한전문병원협의회 신임 회장

지난달 13일 제2대 대한전문병원협의회 회장에 취임한 한길안과병원 정규형 이사장(사진)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전문병원’을 검색하면 비전문병원의 이름까지 뜬다”며 “유심히 살펴보지 않는 이상 일반인이 진짜 전문병원을 골라내기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정 회장은 1985년 인천시 부평에서 25평 남짓한 ‘정안과의원’으로 시작해 지금은 연간 19만 명 이상의 환자가 찾는 안과전문병원을 이끌고 있다. 안과전문의만 17명, 모든 안과질환의 원스톱 당일 진료 시스템을 갖춰 대학병원 버금가는 전문병원임을 자부한다. 하지만 인터넷에선 소위 ‘가짜’ 안과전문병원이 ‘진짜’인 척 행세하고 있다는 게 전문병원협의회 신임 대표이자 안과전문병원 원장으로서의 하소연이다.



보건복지부는 2011년 11월 전문병원 제도를 도입했다. 병원의 전문화·특성화를 통해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최근 복지부는 제2기 전문병원을 지정·발표했다. 특정 질환·진료 과목에 전문화된 111개 중소 병원이 이름을 올렸다. 정 회장은 “1기보다 까다로워진 기준 탓에 기존 병원 중 20곳이 탈락한 대신 32곳의 새로운 의료기관이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전문병원이 되려면 의료인력·병상수·진료량은 물론 의료의 질과 수준 등 7개 항목에 대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정 회장은 “환자가 굳이 대학병원을 찾지 않아도 될 정도로 특정 진료과목에 대한 인력·시설·시스템을 갖추고, 고품질의 의료행위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문병원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지난 3년간 1기 전문병원이 받은 혜택이라곤 ‘보건복지부 지정 전문병원’이라는 명칭뿐이다. 현행법상 비전문병원이 ‘전문병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면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하지만 ‘특화’ ‘특성화’라는 단어로 교묘히 전문병원을 표방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홍보 부족으로 전문병원을 모르는 국민도 많다. 정 회장은 “일부러 전문병원을 찾는 환자는 열 명 중 한 명도 채 되지 않는다”며 “전문병원이 되기 위해 질적·양적 투자를 아끼지 않았지만 그에 대한 인센티브나 추가적인 혜택은 전무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문병원협의회는 2012년 2월 출범 이후 3년간 ‘가짜’ 전문병원 규제에 집중해 왔다. 그리고 정 회장을 필두로 한 향후 3년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전문병원의 참모습을 보여줄 계획이다. 정 회장은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통해 전문병원만큼은 믿고 찾을 수 있다고 확신을 심는 것이 목표”라며 “적극적인 봉사와 사회공헌으로 모범 병원으로서의 표본을 보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의료수가 가산이나 인센티브 부여 등 전문병원에 대한 보상도 추진할 예정이다.



정 회장이 환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건 인식의 전환이다. 그는 “상당수가 감기만 걸려도 무작정 대학병원에 가서 장시간 기다리고 비싼 비용을 지불한다”며 “동네 병원에도 대학병원 수준의 시설·의료진을 갖추고 질 좋은 의료를 행하는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턱대고 ‘좋은 의사’ ‘유명한 의사’만 찾을 것이 아니라 가까운 동네 병원에서 내 주치의를 만들어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오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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