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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계빚 증가 방치하면 금융위기 시한폭탄 된다

중앙일보 2015.03.02 00:03 종합 30면 지면보기
연초부터 가계빚의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 말 현재 국내 7대 시중은행에서 취급한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모두 319조9000억원으로 올 들어 두 달 새 3조4481억원이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4236억원에 비하면 무려 8.2배나 많은 수치다. 지난해 금리 인하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탓이라고는 하지만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게 문제다.



 주택담보대출이 은행권 가계대출의 95%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가계대출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가계부채 총액은 1029조3000억원으로 1년 사이 6.9%가 늘어났다. 지난해 실질임금상승률이 1.3%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할 때 가계빚이 훨씬 빠르게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을 보면 이런 추세가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가계대출의 질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계빚이 가계소득보다 더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저소득·저신용자의 대출 비중이 커지고, 주택담보대출이 주택 구입보다는 사업자금이나 생활자금으로 쓰이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주택 거래와 이사 수요가 적은 1, 2월에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었다는 사실이 대출 용도의 상당 부분이 주택 구입 목적이 아니라 사업자금과 생활자금 목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이런 식의 가계대출이 급증할 경우 가계대출의 부실화 가능성이 커지고, 종국에는 가계발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아직은 위험 상황이 아니다”고만 할 게 아니라, 가계빚 증가의 위험성을 직시하고 증가 속도를 늦추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론 빚을 줄여 나갈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가계빚 폭탄의 뇌관이 터지는 위험 상황에 이르면 이미 때는 늦다. 가계빚의 증가 추세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가계부채의 총량을 적절히 관리하는 한편 대출 구조를 개선하는 미시적 대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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