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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중국 부패·섹스 스캔들 배후의 버블과 카니발

중앙일보 2015.03.02 00:02 종합 30면 지면보기
강남규
국제경제팀 차장
중국 공산당이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25일 “부패와 비행에 대한 강력한 타격 태세를 유지한다”고 선언했다. 반부패 투쟁 지속 선언이다. 부패와의 전쟁이 3년째에 접어드는 셈이다. 중국 증권 전문 매체의 부국장은 “중국 역사에서 가장 강력한 반부패 캠페인”이라고 평했다. 중국인 특유의 과장이 아니다. 지난해에만 관료 7만1000여 명이 뇌물수수 등으로 사법처리됐다. 대표적인 인물이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이다. 그는 뇌물수수와 성추문 혐의가 인정돼 사법처리됐다.



 저우융캉 등의 부패 행태는 기괴하기 짝이 없다. 저우융캉 자신과 가족, 친인척이 챙긴 돈이 16조원에 이른다. 에너지국 고위 간부 집에선 350억원에 이르는 현찰 뭉치가 압수되기도 했다. 어떤 공직자는 상인들로부터 미성년 성접대를 받았다. 공산당 간부들이 국영 방송국 여성 앵커와 성관계를 맺은 사실도 드러났다.



 영국 가디언지는 “봉건시대 귀족들의 행태가 중국 금융 버블 시기에 부활한 듯하다”고 했다. 흥미로운 해석이다. 부패와 섹스 스캔들을 매개로 중세와 현대를 연결시켰다. 금융 전문가들도 인정하는 연결 고리다. 고(故) 찰스 킨들버거 전 MIT대 교수는 “버블 시기에 벌어진 온갖 불법과 탈법 행위를 사법처리하는 것으로 일상이 회복된다”며 “이는 서구 중세시대 카니발 축제의 끝물과 유사하다”고 했다.



 그 시절 카니발 축제는 집단적 일탈이었다. 축제 기간 동안 교회의 율법이나 영주의 칙령의 효력은 정지됐다. 신분적 질서가 일시적으로 무너졌다. 음주 가무 와중에 온갖 섹스 스캔들이 벌어졌다. 『금융투기의 역사』에서 찰스 킨들버거가 “자본주의의 근엄한 논리인 효율·절약·합리 등이 버블 시기에 부정되는 현상은 중세 카니발과 같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카니발 시기에 성직자와 영주의 권위가 비웃음을 사듯이 버블 시기엔 법규와 공권력도 무시된다. 각종 부정부패가 왕성하게 벌어진다.



 킨들버거는 “독일 쾰른의 카니발은 커다란 인형을 불태우면서 축제 기간 일탈 행위를 참회하는 것으로 일상이 회복됐다”며 “버블은 스캔들 주인공을 사법처리하며 막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요즘 중국 공산당이 벌이고 있는 일이다.



 카니발과 버블의 또 다른 공통점은 역동성이다. 부정부패 단속으로 일상이 회복되면 역동성은 잦아든다. 새로운 부호가 줄줄이 탄생하면서 숨 가쁠 정도로 이뤄지는 빠른 성장은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2012년 말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한 이후 중국 경제 활력이 떨어졌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내수도 기대만큼 빠르게 늘지 않고 있다. 카니발 직후 쾰른 거리에서 느껴지는 나른함·따분함과 유사하다. 중국 공산당의 반부패 지속 선언으로 따분함이 좀 더 이어질 것 같다. 중국 내수를 겨냥한 국내 수출 기업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강남규 국제경제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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