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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클립] Special Knowledge <560>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중앙일보 2015.03.02 00:02 경제 8면 지면보기
양성희 기자
원작 웹툰 뿐 아니라 리메이크 TV 드라마까지 크게 성공한 ‘미생’. 웹툰→만화책→ 모바일 무비(웹드라마)→TV 드라마→번외편 웹툰 순으로 등장하며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트랜스미디어(transmedia) 스토리텔링’으로 주목받았다. 리메이크될 때마다 새로운 에피소드나 캐릭터가 추가돼 더욱 스토리가 풍부해지는 이야기 방식이다. 업계가 주목하는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에 대해 알아본다.


리메이크 할 때마다 이야기 풍성해져 … 국내선 미생이 처음
기획 단계에서부터 TV, 영화, 스마트폰 등
다양한 미디어를 동시다발적으로 활용
원작을 재탕, 삼탕 울궈먹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별 전략 달리하며 에피소드·캐릭터 추가



출판만화 ‘미생’은 원작 웹툰을 종이에 그대로 옮기는 것이었지만, 모바일 무비(웹드라마)는 원작속 주인공들의 과거사를 추가한 프리퀄(prequel)로 선보였다. 이어 TV 드라마 역시 원작과는 조금 다른 캐릭터와 에피소드들을 추가했다. 인기 콘텐트를 장르만 바꾸어 재활용하는 원소스멀티유즈(OSMU)를 넘어, 리메이크 될 때마다 새로운 캐릭터나 에피소드가 더해져 이야기가 더욱 풍성해진 것이다. 이처럼 하나의 이야기가 하나의 매체에 머물지 않고 여러 미디어로 나누어지며, 미디어마다 새로운 전개로 전체 이야기가 풍부해지는 것을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이라고 한다.



미생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이란 개념을 처음 제시한 이는 미디어학자 헨리 젠킨스다. 그에 따르면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은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서 이야기를 분배하는 것”이다. 이는 20세기말 콘텐트산업의 화두였던 원소스멀티유즈나 프랜차이즈와는 다른 개념이다. 성공한 원천 콘텐트를 주변부로 확장하는 원소스멀티유즈는 초기에는 경제적 시너지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원작의 아우라를 반복 활용하는 수준에 머문다. 반면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TV, 영화, 인터넷, 스마트폰, SNS 등 다양한 미디어를 동시다발적으로 활용한다. 내용 역시 재탕, 삼탕 울궈먹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별로 전략을 달리하며 거대한 이야기장을 형성해간다. 독자가 여러 매체를 섭렵할 때 각 작품이 퍼즐처럼 맞물리면서 거대한 ‘이야기 월드’가 드러나게 된다.



 젠킨스는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요건을 네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공개돼야 한다. 둘째, 각각의 새로운 텍스트가 전체 스토리에 분명하고 가치있게 기여해야 한다. 셋째, 각각의 미디어는 자기 충족적이어야 한다. 즉 영화를 보지 않고도 게임을 즐길 수 있어야 하고 그 역도 성립해야 한다. 넷째, 각각의 미디어는 전체 이야기의 입구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트랜스미디어 콘텐트에서는 스토리 외에 사용자 참여, 팬덤, 게임성의 의미가 커진다. 팬들은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며 원작과 관련한 다양한 사용자 제작 콘텐트(UCC)를 만들 수 있다. 이것이 원작 이야기에 영향을 미친다. 팬들은 또 영화, 만화, 게임 등 서로 다른 미디어를 오가며 이야기의 전후, 캐릭터의 과거 현재 미래 등을 꿰어맞춰 전체 이야기를 완성시킨다. 트랜스미디어 콘텐트란 궁극적으로 팬들에 의해 완성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트랜스미디어스토리텔링의 사례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매트릭스


 영화 3부작과 애니메이션, 비디오·온라인게임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온 ‘매트릭스’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각각은 밀접하게 연관되는데 가령 영화 ‘매트릭스2:매트릭스 리로디드’의 후반부에 잠깐 언급되는 작전은 게임 ‘엔터 더 매트릭스’의 주 내용이 된다. 또 게임 ‘엔터 더 매트릭스’의 클라이맥스는 영화 ‘매트릭스3:매트릭스 레볼루션’의 첫 장면으로 이어진다. 이런 구조는 콘텐트의 부가 수익도 극대화할 수 있다. 영화 ‘매트릭스’의 팬들을 게임으로, 애니메이션으로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워즈’ 등 속편, 프리퀄 등이 잇따르는 최근 할리우드 대작은 대부분 이런 구조를 따른다.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마블코믹스의 수퍼히어로인 ‘스파이더맨’도 비슷하다. 만화·영화·TV 영화로 수십 차례 다양한 버전이 등장한 ‘스파이더맨’의 기본 줄거리는 주인공이 초능력을 얻게 되면서 숙적들과 싸우는 내용. 여기서 영화화를 위해 스토리를 단순화한 것이 영화 ‘스파이더맨’ 시리즈, 주인공의 출생의 비밀을 부각시킨 것이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 조력자와 악당 등 다양한 캐릭터를 부각시킨 것이 TV 영화·만화 ‘얼티밋 스파이더맨’ 시리즈다. 그리고 이들을 아우르는 전체가 ‘스파이더맨’이라는 트랜스미디어 콘텐트다.



 아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란 개념도 나왔다. 마블 코믹스의 출판만화에서 시작해 영화,TV 시리즈 등에 이르는 마블의 거대한 스토리 우주를 총칭하는 개념이다. 마블 스튜디오의 ‘아이언맨’ ‘토르’ ‘캡틴 아메리카’ ‘어벤저스’ 등이 중심이다. 마블의 캐릭터들은 각자 자신의 시리즈를 갖고 있으며, 다른 캐릭터들의 시리즈와도 연관된다. 가령 토니 스타크 캐릭터는 세 편의 ‘아이언맨’(2008·2010·2013) 영화에 등장했고, ‘인크레더블 헐크’(2008)에도 짧게 나왔다. 토르는 ‘토르:천둥의 신’ ‘토르:다크 월드’에 나왔고 여기에 호크아이가 카메오로 출연했다. 마블의 모든 콘텐트에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아이언맨은 ‘어벤저스’ 시리즈 뿐 아니라 자신만의 독자적인 영화 시리즈가 있다. 또 만화책 ‘천하무적 아이언맨’ 시리즈, 12부작 애니메이션 ‘아이언맨’ 시리즈에 이어 애니메이션 시리즈 ‘어벤저스’의 주인공으로도 나온다.



마리카에 관한 진실
 ‘매트릭스’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최근 할리우드의 전략이라면, 유럽에서는 TV 인터랙티브 드라마를 중심으로 한 트랜스미디어 콘텐트 실험이 잇따랐다. 2007년 스웨덴 최대의 공영방송 SVT가 선보인 드라마 ‘마리카에 관한 진실(The truth about Marika)’이 대표적이다. 결혼 첫날밤 사라진 새 신부 마리카를 찾는 남편의 이야기를 다룬 5부작 드라마였다. 1회 방송 직후 느닷없이 즉석 토론 프로가 이어졌다. 아드리아나라는 여성 블로거가, 드라마 내용이 2년 전 실종된 친구 마리아의 실화를 도용했다고 방송사를 고소하면서 담당PD와 함께 스튜디오에서 일대 설전을 벌인 것이다. 담당PD는 100% 허구라고 맞섰고, 흥분한 마리아의 남편이 스튜디오로 항의 전화를 걸어오기도 했다.



 즉석 토론까지 끝난 뒤 시청자들은 아드리아나의 블로그로 몰려갔고, 거기에서 충격적인 얘기를 알게 된다. 2년동안 마리아를 찾아 헤맨 기록들과 함께 지난 40년간 스웨덴에서 이같은 의문의 실종자가 2만 명이 넘으며 여기에 정부의 음모가 숨어있다는 주장, 이에 맞서 싸우는 비밀결사단체까지 소개한 것이다. 드라마 2회 방송 후 방송사는 과오를 인정하면서 현실속 마리아 찾기에 동참을 선언했다. 이후 방송은 매회 가상의 마리아를 찾는 드라마와 현실의 마리아를 찾는 토론 프로가 짝으로 진행됐다. 시청자들은 휴대폰, 블로그, 관련 단체 홈페이지, 트위터, 드라마를 위해 특별 제작된 온라인 게임까지 넘나들며 마리아 찾기에 참여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은 방송사가 컴퍼니 피(Company P)라는 게임 회사와 공동제작한 허구의 인터랙티브 드라마였다. 시청자들도 2, 3회쯤에서는 가짜란 것을 눈치챘으나 문제되지 않았다. 오히려 “허구와 현실 사이 경계에서 맛본 최고의 경험” “이야기를 말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새로운 방식”이라는 호평이 많았다. 드라마, 토론프로그램, 온라인 플랫폼을 넘나드는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을 완성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2008년 에미상에서 인터랙티브 TV시리즈 부문을 수상했다.



선을 위한 음모
 독일 남부의 최대 공영방송사 SWR이 2010년 방송한 ‘알파 0.7: 당신안의 적(Alpha 0.7: Der Feind in dir)’도 유사하다. 처음부터 “이것은 시리즈가 아니다. 하나의 우주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미래 사회, 사람들의 머릿속에 통제용 칩을 삽입하는 알파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다. 25분물 TV시리즈(6회)가 방송되고 라디오 드라마(7회)가 이어졌다. 방송을 앞두고 드라마 1~2회에 등장하는 ‘하트만의 실종사건’을 모티브로 한 대체현실게임(ARG)도 펼쳐졌다. 극중 캐릭터들은 블로그, 유튜브 등을 통해 메인 플롯을 뒷받침하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펼쳐나갔다. 뇌과학을 소재로 한 라디오쇼도 병행했다. TV, 라디오, 유튜브, 블로그, SNS (페이스북), 게임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단일한 이야기를 끌어갔다.



 이처럼 다매체를 동시다발적으로 활용하지만, 콘텐트를 순차적으로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2010년 노키아가 후원하고 인기 미드(미국 드라마) ‘히어로즈’의 팀 크랑 감독이 제작한 ‘선을 위한 음모(Conspiracy for Good)’다. 잠비아의 도서관 설립을 방해하는 대기업과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게임과 결합시킨 트랜스미디어 콘텐트다. 4월부터 3개월간 온라인 퍼즐 게임을 공개하고, 이후 7월 한 달간 라이브액션 롤플레잉 게임을 진행했다. 또 이 과정을 웹비소드(웹시리즈)로 제작해 참가자들이 지속적으로 스토리 세계안에 머물게 했다. 휴대폰 문자, 인터랙티브 드라마, 웹비소드, 블로그 포스트와 모바일 게임 등을 활용한 ARG 기반의 하이브리드 게임 스토리텔링이었다. 사실 이 프로젝트는 참가자들이 실제 도서관 건립을 후원하게 하는 공익 캠페인이었다. 결과는 대성공. 잠비아 차타이카 마을에 어린이 도서관이 세워졌고 1만 권의 책이 기부로 모아졌다.





양성희 기자

※이 기사는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이해』(류철균 외 지음, 이화여대 출판부)를 참고해 작성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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