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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고객 수익률로 모든 직원 고과 매긴다

중앙일보 2015.03.02 00:02 경제 1면 지면보기
신한은행이 고객 수익률을 전 직원 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증권사가 아닌 은행으로는 첫 시도다. ‘고객의 이익보다 회사의 이익을 우선 챙긴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금융권의 관행이 바뀔지 주목된다.


대상 1만4000명 … 업계 처음
고객보다 회사 이익 챙겨온
금융권 관행 바뀔지 주목

 신한은행은 1일 ‘고객자산 성과분석 시스템’을 개발해 1만4000명의 전 직원에게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으로 예금·적금은 물론 펀드·신탁 같은 투자상품까지 각 고객이 가입한 모든 상품의 종합 수익률을 낸다. 신한은행과 거래하는 고객 모두가 대상이다. 고객 수익률에 따라 영업점과 직원들의 순위가 1위부터 꼴찌까지 매겨지고, 영업점과 소속 직원의 핵심성과지표(KPI)에 반영된다. 얼마나 많이 팔았느냐보다 고객이 얼마만큼 수익을 내느냐에 따라 임직원 고과와 성과급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투자·상담 전문직원(PB)을 대상으로 고객 수익률을 직원 평가에 포함시킨 은행은 있었지만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건 신한이 처음이다.



 이 은행 안원걸 투자자문부 부부장은 “한 직원이 담당하고 있는 고객 자산이 10억원에서 1년 후 12억원으로 불어났다면 과거 평가 체계에선 ‘+2억원’만 보고 좋게 평가했다. 하지만 고객이 3억원을 추가로 예치했는데 1억원 손실이 났다면 앞으로는 ‘-1억원’을 중심으로 평가를 해 나가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은행에서 고객 이익보다 회사 이익을 우선하는 문화는 고질로 자리 잡았다. 펀드나 보험을 은행창구에서 대량으로 팔았다가 문제가 생기면 직원들을 다른 지점으로 발령 내곤 했다. 이른바 ‘돌려막기 인사’다. 금리가 높아 고객 돈만 끌어들이면 넉넉한 수익을 보장받던 시절엔 유효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환경이 완전히 바뀌었다. 금리가 0.1%포인트라도 높은 곳을 찾아 옮겨가는 고객이 점차 늘고 있다. 게다가 내년엔 한 은행에서 다른 은행으로 계좌를 쉽게 옮길 수 있는 계좌이동제가 실시된다. 충성도 높은 고객을 얼마만큼이나 확보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수밖에 없다. 고객에게 가장 잘 먹힐 유인은 결국 수익률이다. 신한은행의 실험이 은행권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큰 이유다.



 신한은행 임영진 부행장은 “겉으로만, 말로만 고객 중심의 자산관리를 외쳐선 이제 은행도 살아남기 힘들다. 다른 금융권과 마찬가지로 은행업에서도 자산관리의 중심은 결국 수익률”이라며 “새로운 시스템을 시작하면서 수익률 관리를 잘하는, 역량 있는 직원을 가려내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증권업계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직원 평가에 고객 수익률을 반영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2003년 고객 수익률에 따른 직원 평가 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이 회사 사장이던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고객에게 손해가 가는 약정 경쟁을 줄이고, 고객 중심의 경영을 펼치기 위해 이 같은 제도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증권사들은 약정고(매매 체결 규모)에 따라 직원들을 평가했는데 이로 인해 무리한 약정 경쟁이 벌어지곤 했다.



강병철·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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