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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태극기 행사는 잠깐 효력 일상의 작은 태극기가 영향력 커

중앙선데이 2015.03.01 00:11 416호 8면 지면보기
광복 70주년에 맞이한 3·1절. 전국적인 태극기 달기 운동과 함께 대형 태극기가 주요 건물 전면을 장식했다. 올해는 태극기 게양 강제 여부를 놓고 논쟁하는 민망한 장면도 있었다. 태극기를 통한 공공소통은 단기적 관점을 지양하고 장기적 문화 조성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

 공공소통에는 꾸미지 않은 것과 꾸며낸 것이 있다. 전자는 작고 소박하며 호흡이 길다. 후자는 크고 화려하며 호흡이 짧다. 단기간의 국민운동은 후자에 속한다. 대형 태극기로 퍼포먼스하고 관심을 유도하는 것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관심은 곧 사라진다. 태극기를 일곱 번의 국경일 외에도 연중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일상의 연결고리가 약하기 때문이다.

 자기 암시요법 창시자 에밀 쿠에(Emile Coué)가 강조했던 긍정적 상상의 힘으로 애국심을 묘사해보자. 불안과 좌절, 의욕상실의 시대에 중요한 것이 ‘자기암시’다. 애국심은 자존감을 느끼는 국민이 국가 안에서 긍정적 자기 역할을 상상하는 것이다. 이런 시민의식 함양을 위해 필요한 자기암시 매개체가 국기다.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 골프대회를 우승한 양용은 선수가 들어 올린 태극기가 부착된 캐디 백, 메이저리그 중심 타자로 우뚝 선 추신수 선수가 배트 끝에 붙인 작은 태극기를 떠올려 보자. 이후 프로 선수들의 개인 장비에 작은 태극기를 부착하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그들은 태극기를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는 일상의 도구에 붙였다. 그리고 끊임없이 긍정적 자기암시를 했을 것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행복한 상상이다.

 이제 국민 차례다. 특정일에 국기를 달거나 외면하는 수동적 행동에서 벗어나야 한다. 평소 개인이 사용하는 도구와 일상 공간에 작은 태극기를 붙여보자. 스스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시민이란 멋진 상상에 관대해지자. 힘들 때 더욱 큰 힘을 발휘하는 긍정적 자기암시에 태극기를 활용해 보자.

 작은 외침 LOUD는 일상적 장소에 태극기를 부착하는 실험을 했다.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의 가게, 사무실 외벽에 주목했다. 도로명 주소 및 보안업체 표지판은 관행적으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부착된다. 그 주변에 작은 태극기를 붙여 보면 어떨까. 국경일에 대형 태극기를 내걸고 국기 달기를 호소하는 것은 큰 외침이다. 그것을 뛰어넘는 작은 외침은 소형 태극기를 일상 속에 붙이고 공유하는 소통 문화다.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중앙SUNDAY 콜라보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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