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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할 돈 자녀 이름으로 저축 … 1억 여유 울산 47세

중앙일보 2015.02.26 01:15 종합 5면 지면보기
서미경(47)씨는 사교육비를 줄여 아이들 명의로 된 적금통장에 넣어 줬다. 그가 보여 준 두 딸의 통장엔 각각 1400만원 이상이 쌓였다. [송봉근 기자]


서미경(47·여·울산)씨는 두 딸(대학 1·3학년)이 초등학교 1학년일 때 아이들 이름으로 주택청약저축통장과 적금통장을 만들었다. 그 뒤 학원에 보내는 대신 매달 10만원씩 입금해줬다. 중·고교 때 학원 상담을 받은 두 딸이 학원보다는 집에서 공부하는 게 낫겠다는 뜻을 밝혀 입금은 지속됐다. 딸들에겐 입버릇처럼 “대학 등록금까지만 지원해줄 테니 이후에는 독립하라”고 말했다. 서씨는 “그렇게 쌓인 돈이 각자에게 1400만원이 넘는다. 그동안 아낀 교육비는 총 1억원가량 된다”고 말했다.

반퇴 시대 노후 위협하는 사교육비 <하>
자녀 리스크 어떻게 줄이나
"대학까지만 지원, 이후는 너희 몫"
부모 노후 고민 자녀들 알게 해야



 서씨의 노후 자산은 4억3000만원짜리 집 한 채와 남편 퇴직금, 국민연금이 전부다. 하지만 큰 걱정은 안 한다. 남편(월 급여 약 600만원)이 아직 회사에 다니고, 서씨 스스로도 2년 전부터 지역에서 건강, 자녀교육 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무엇보다 앞으로 딸 둘의 결혼 비용이나 취업 준비 학원비로 돈 나갈 일이 없다. 딸들과 이미 약속된 부분이다. 윤원아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서씨에 대해 “자녀 교육에 대한 주관이 뚜렷하고, 자녀 스스로 생각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한 점이 눈에 띈다. 무리하게 자녀 교육비로 투자하지 않아 일찍부터 자녀의 독립을 준비한 효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개인연금에 가입하고 은퇴할 때까지 생활비를 최대한 줄이길 권한다”고 말했다.



 금융기관 소속 은퇴 전문가들은 서씨처럼 성인 자녀와 집안의 돈 문제에 대해 거리낌 없이 소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동엽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이사는 “자녀가 중학생일 때부터 교육비에 관한 대화를 나누지 않으면 대학생이 된 자녀로부터 ‘초·중·고교 때 학원 보낼 돈을 아껴뒀다가 지금 나를 위해 쓰면 좋았겠다’는 불평까지 들을 수 있다. 부모의 노후 대비를 자녀와 공유할 수 없는 주제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대학생 자녀와 이런 문제를 얘기하기에 앞서 중요한 건 부부간 합의다. 요즘엔 대학 등록금뿐 아니라 각종 자격증 취득용 학원 수강료와 어학연수 비용 등 성인 자녀에게 들어가는 ‘취업 사교육비’도 상당하다. 어떤 부분에서 얼마나 도와줄 수 있는지, 자녀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등에 대해 부부간 합의가 선행돼야 자녀에게 일관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그 다음에 자녀와 대화할 때도 선을 분명히 그어야 한다. 윤원아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부모는 무조건 대학 교육비까지 책임지거나 결혼 때까지 도와줘야 한다고 여기고, 자식은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관계는 건강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모의 도움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고, 그 이상은 네 몫이라는 걸 자녀에게 자주 얘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녀도 성인인 만큼 부모가 늙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부모의 노후 준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자녀도 부모에게 기댈 수 있는 부분과 자기 스스로 책임질 부분, 나아가 미래의 부모 봉양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한다는 것이다.



 부모에겐 냉철한 재산 관리가 필요하다. 대학생 자녀를 둔 50·60대는 부동산이 자산의 대부분인 경우가 많다. 윤 책임연구원은 “좁은 집으로 옮기든지 교외로 나가는 식으로 부동산 비중을 전체 자산의 50% 이하로 줄여 노후 대비에 쓸 개인연금부터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원칙적으로 성인 자녀는 품에서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글=김기환·신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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