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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우 박사의 건강 비타민] 손 떨림은 노화 아니라 병 … 약물·수술로 치료해야

중앙일보 2015.02.26 00:20 종합 18면 지면보기
김모(63·서울 영등포구)씨는 요즘 사람 만나는 게 두렵다. 퇴직 후 지인들과 어울리는 것을 낙으로 살아온 그가 이렇게 변한 이유가 있다. 손 떨림 때문이다. 너무 심해 소주 한잔하기도 꺼려진다. 그는 30대 초반부터 약간씩 손을 떨었지만 큰 불편 없이 살았다. 지금은 소주를 따를 때 반은 흘린다.



 이처럼 손 떨림(수전증)을 비롯한 신체 특정 부위의 떨림 증세가 있으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떨림 증세의 정식 병명은 진전(振顫)이다. 뇌신경계통의 질환이나 약물 중독처럼 원인이 확실히 밝혀진 게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원인 모를 진전은 ‘본태성(本態性·까닭 모르게 본디부터 있었다는 의미) 진전’이라고 한다. 이는 나이가 들면서 증가한다.



 세브란스병원이 2010~2014년 진료를 받은 본태성 진전 환자 1039명을 분석한 결과 환자의 53.8%(559명)가 60대 이상이었다. 다른 연구에서도 65세 이상 노인의 10% 이상이 손 떨림 증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손을 떤다고 모두 병은 아니다. 젊어서도 긴장하거나 흥분하면 손이나 신체 부위가 부들부들 떨릴 때가 있다. 그런데 젊을 때 조금씩 떨리다가 나이 들면서 심해지는 게 문제다. 이 경우 노화 때문이라고 여겨 병원을 찾지 않는 사람이 많다. 진전에는 유형별 특징이 있고 손·머리·턱·혀 등 다양한 부위에 나타날 수 있다. 병으로 여기고 병원을 찾아야 하는 증상은 다음과 같다.



 첫째, 안정성 진전이다. 무릎 위에 손을 놓고 가만히 있으려 해도 계속 떨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파킨슨병 증세다. 떨림의 진동수가 초당 3~6회로 좀 느린 편이다. 둘째는 자세성 진전이다. ‘앞으로 나란히’ 동작을 할 때 손이 떨리는 증상이다. 원인은 본태성 진전, 갑상샘 기능 항진증, 알코올 금단증상, 신경장애 등 다양하다. 떨림의 진동수가 초당 4~12회로 빠른 편이다. 셋째는 활동성 진전이다. 컵으로 물을 마시거나 팔을 앞으로 뻗었다가 굽혀 검지를 코끝에 닿게 하는 동작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가만히 있을 때는 떨림이 거의 없다가 활동할 때 주로 나타난다. 원인은 알코올 중독, 본태성 진전, 소뇌(小腦) 병변, 근육긴장증 등이다. 떨림의 정도는 초당 3~10회가량으로 다양하다.



 일부 본태성 진전 환자에게선 알코올 의존증이 나타난다. 특이하게도 술을 마시면 증상이 완화된다. 그래서 손 떨림을 감추려고 술을 마시다가 알코올 중독에 빠진다. 강모(47·경기도 시흥시)씨는 병원에 처음 왔을 때 낮술에 취해 있었다. 10대 때 처음 진전이 나타났고 20대에 술을 마시면 증상이 줄어드는 것을 경험한 뒤 자주 술을 마시다 알코올 중독이 됐다고 한다.



 기본적인 진전 치료법은 약물요법이다. 과거에는 약물 효과가 별로 없었고, 약물 내성이 생기면 딱히 방법이 없었지만 요즘은 달라졌다. 또 수술을 많이 활용한다.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팀은 2000년 국내 처음으로 수전증 환자의 뇌·가슴에 전기자극을 주는 뇌심부자극술을 시행했다. 그 이후 시상핵 고주파응고술을 포함해 지금까지 수술 150건을 했다. 경기도 시흥의 강씨도 뇌심부자극술로 진전을 치료했다. 손 떨림은 심각한 뇌신경계 질환의 신호일 수도 있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면 경험 많은 전문의사의 진단을 꼭 받아야 한다.



장진우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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