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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서울형 최저임금, 수혜자 300명 한계 넘어야

중앙일보 2015.02.26 00:03 종합 29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장혁진
사회부문 기자
“‘열정 페이’에 시달리고 있는 청년들의 마음을 보듬어줘 고맙다.”



 “그런다고 달라지는 게 있겠나, 우리 편의점 사장님은 콧방귀도 안 뀔 것 같다.”



 서울시가 25일 발표한 ‘서울형 생활임금제 시행’ 뉴스에 달린 댓글들이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는 209만 명. 이들이 최소한의 교육·문화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생활임금제의 취지다. 서울시가 제시한 올해 생활임금은 시급 기준 6687원으로 최저임금(5580원)보다 20% 정도 많다.



 일반인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청년 아르바이트생들은 꿈과 희망을 담보로 턱없이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 ‘열정만 있으면 적은 임금만 줘도 된다’는 ‘열정 페이’ 논란이 불거진 것도 그 때문이다. 이들의 임금 문제 해결을 위해 시가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가 있다.



 하지만 “보여주기 식 발표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세부 시행안에선 설익은 내용들이 발견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생활임금제의 적용 대상은 250~300명 정도에 불과하다. 시가 본청과 시 투자·출연기관이 직접 채용한 근로자에 한정시켰기 때문이다. 저소득층과 노숙인 등 취약계층에 제공되는 공공근로·뉴딜 일자리 근로자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결국 이번 시행으로 시가 추가 부담하는 예산은 매달 300만원에 불과하다.



 이화여대 이주희(사회학) 교수는 “생활임금제가 실질적인 효과를 내려면 지자체와 계약을 맺은 기업의 직간접 고용 노동자와 민간 위탁업체 등 다수 근로자가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서울시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볼티모어시는 1994년 생활임금 조례를 제정하며 지방정부와 거래를 맺고 있거나 재정 지원을 받는 민간 업체에 대해 연방 최저임금보다 50% 높은 임금을 지급할 것을 강제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의 경제민주화정책 시즌2’ 등의 정책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서울형 생활임금제를 어떻게 민간 영역으로 확산시켜 나가느냐다. 시는 ‘서울시 노동친화기업’ 인증 등을 통해 민간 기업 참여를 유도하고 각 자치구에 표준안을 권고하겠다고 했지만 기업과 일부 자치구의 반대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현재로선 생활임금제가 단순한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더 크다. 생활임금제는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 소속 지자체장 후보들이 내세운 ‘지방정부 10대 공약’ 중 하나라는 정치적 배경도 숨어 있다. 보완대책이 없는 한 생활임금제 역시 청년들의 가슴에 또 한 번의 상처를 남기는 이벤트에 그칠 우려가 크다.



장혁진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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