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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클립] 뉴스 인 뉴스 <265> 농산물 직거래

중앙일보 2015.02.26 00:02 경제 8면 지면보기



로컬푸드 직매장 2년 새 3개 → 71개 … 온라인 직거래 1조 육박









이태경 기자
최근 들어 농산물 직거래가 뜨고 있습니다. 농산물의 중간 유통 과정을 확 줄이는 대신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거래하는 방식인데요, 농가에서 재배한 신선한 농산물을 가격 거품 없이 살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인기가 많습니다. 직거래가 활성화되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현재의 농산물 유통 체계가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됩니다. 농산물 직거래의 현황과 종류,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농산물 직거래가 활성화되는 이유는 생산자로부터 자신이 원하는 농산물을 직접 사길 원하는 똑똑한 소비자가 늘고 있어서다. 생산자가 실명을 내걸고 팔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다. 중간 유통 마진이 거의 없어 가격이 일반 소매점보다 20% 가량 싸다. 최근에는 인터넷·스마트폰과 같은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해 점점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직거래하는 농산물은 대부분 로컬푸드다.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신선한 농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거래할 수 있다. 장거리 이동시간과 다단계 유통 과정을 거치다 보면 가격은 오르는 반면 신선도는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슬로푸드 운동이 시초



 선진국에서는 1980~90년대 로컬푸드 직거래가 확산됐다. 건강한 식탁을 회복하는 한편 환경을 보전하자는 차원에서다. 이탈리아의 슬로푸드 운동이 대표적이다. 86년 미국 패스트푸드점이 이탈리아에 진출하자 패스트푸드 대신 신선한 지역 농산물을 소비하자는 웰빙 식습관 캠페인이 시작됐다. 이는 미국·캐나다에서 거주지 반경 100마일(160㎞) 안에서 나온 지역 농산물을 소비하자는 ‘100마일 다이어트 운동’으로 업그레이드됐다. 가까운 나라 중에서는 일본이 지산지소(지역생산 지역소비) 운동으로 로컬푸드를 실천했다.



 영국에서는 환경 보전이 부각됐다. 1994년 소비자운동가 팀 랭이 푸드마일리지(음식 운송거리) 개념을 들고 나와 로컬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푸드마일리지는 농산물이 식탁에 오르기 위해 차량으로 운송되면서 나온 탄소 배출량을 의미한다. 로컬푸드를 먹으면 운송거리가 짧아져 탄소 배출을 덜하게 된다는 논리다.



 한국의 경우 90년대부터 로컬푸드를 파는 농민 장터가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국민소득이 늘면서 유기농과 같은 건강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지역 농민들이 특정 장소를 빌려 소비자에게 직접 농산물을 팔았다. 2000년대 들어 활성화된 인터넷쇼핑은 농산물 직거래의 자양분으로 작용했다. 농민단체나 온라인 창업자가 직거래 쇼핑몰이나 생활협동조합을 통해 중간 유통 마진을 줄인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절감된 유통비용 6240억원



 농산물 직거래가 도약의 계기를 맞은 것은 정부가 2013년 농축수산물 유통구조 개선 종합대책을 농식품 분야 5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설정하면서다. 핵심은 농산물 직거래였다. 유통비용이 낮은 신 유통경로의 비중을 늘려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키자는 취지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우선 직거래 시장의 질서 있는 정착을 위해 판매방법을 네 가지로 정리해 지원했다. ▶로컬푸드 직매장 ▶온라인 직거래 ▶제철꾸러미 ▶직거래장터가 그것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012년 1조3647억원이던 농산물 직거래 금액은 지난해 1조8192억원으로 2년 새 33.3% 늘었다. 직거래를 통해 지난해 절감된 유통비용은 6240억원으로 2012년(2919억원)의 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를 국내 1846만 가구로 나누면 가구당 3만3811원을 아꼈다는 계산이 나온다. 올해는 전체 직거래 금액 2조2000억원, 절감 유통비용 731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발전속도가 가장 빠른 것은 로컬푸드 직매장이다. 생산자가 농산물을 지역 내에서 상시 판매할 수 있도록 만든 매장이다. 깔끔하게 포장한 상품을 해당 지역 소비자가 언제든지 살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2012년 3곳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말에는 71개로 늘었다. 올해는 100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남 여수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의 경우 연매출이 71억원이다. 120곳의 농가가 매일 여수시민을 상대로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팔고 있다. 경기 김포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은 일반 소비자 뿐만 아니라 장애우 시설이나 시니어클럽에 제품을 값싸게 판매하는 방식을 통해 지역사회와 상생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을 통한 직거래는 네 가지 거래 방법 중 비중이 가장 크다. 지난해 전체 거래금액(1조8192억원)의 절반 이상인 9699억원 어치가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거래됐다. 온라인 직거래는 새로운 청년 창업의 장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기존 쇼핑몰보다 훨씬 낮은 회비·수수료를 받는 것은 물론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소비자 눈길을 끈다. 김상돈(30) 프레시멘토 대표는 2013년 창업한 뒤 소비자로부터 석 달에 3000원만 받고 회원제로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생산자에게도 기존 업체가 받은 수수료의 5분의 1 수준인 4%밖에 받지 않는다. 중간 유통 마진이 확 줄어들자 생산자들은 소비자 불만이 있으면 무료 교환·반품을 해준다는 약속을 했다. 이렇게 생산자와 소비자 간에 신뢰가 쌓이면서 프레시멘토는 창업 2년도 안 돼 연매출 13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생산자 회원 농가가 100곳, 소비자 회원은 3500명이다. 김필범(30) 삿갓유통 대표는 농산물에 재미있는 스토리를 만들어 소비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밤은 ‘아름다운 밤이에요’, 전복은 ‘전복의 가격을 뒤집다’는 식으로 눈에 띄는 문구를 붙여주는 식이다. 때에 따라서는 농산물을 위한 노래와 뮤직비디오를 만들기도 한다. 2013년 11월 창업했는데 벌써 소비자회원이 1만400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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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철농산물 꾸러미 형태로 모아 배송도



 제철꾸러미는 생산자가 신선한 제철농산물을 꾸러미 형태로 모아 회원(소비자)에게 직접 배송하는 것을 말한다. 철이 바뀔 때마다 싱싱한 농산물을 집에서 받아볼 수 있다. 충북 오창농협이 2005년부터 SK그룹 임직원에게 제철 농산물을 박스 형태로 보내준 것이 시초다. 이후 오창농협 꾸러미 사업은 지속적으로 발전해 현재 연매출 157억을 올리고 있다. 1492곳의 농가가 소비자 회원 2만1794명에게 로컬푸드를 보내주는 대규모 직거래 사업장으로 성장했다. 경남 진주의 엄마텃밭꾸러미는 매출은 아직 작지만 성장가능성이 큰 곳으로 주목받고 있다. 진주시의 소농 65곳이 경작한 청정농산물을 1500여 명의 소비자에게 팔아 연매출 2억1300만원을 올렸다.



 가장 오래된 형태인 직거래 장터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1994년 시작된 강원도 원주의 농업인 새벽시장은 생산자 실명제를 도입해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 있다. 원주천 둔치에서 열리는 장터로 농가 400여 곳이 연매출 63억원을 올린다. 경기도 안성 농업인 새벽시장도 유명하다. 안성시 아양로변에서 열리는 장터다. 안성시 주도로 새벽시장과 주말시장을 특화했다. 참여 농가를 조직화하고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해 소비자 만족도가 높다.



 사물인터넷 등 첨단방식 진화 기대



 농산물 직거래 시장 규모는 올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는데다 정부도 직거래를 늘리기 위한 제도 개선과 예산 지원에 힘쓰고 있어서다. 농식품부는 올해 우수 직거래 사업자를 인증하고 보호하는 내용을 담은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법을 제정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올해 직거래 활성화에 총 121억5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6월 중 온라인 로컬푸드 직매장을 선보이기로 한 것은 물론 35개의 오프라인 로컬푸드 직매장 설립 비용을 지원한다. 직거래 장터는 총 3개 유형(관광지형·품목특화형·상생형)으로 나눠 각자 맞는 형태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관광지형은 공원·휴게소와 같은 관광지 연계 장터, 품목특화형은 유명 주산지의 직거래 장터를 의미한다. 상생형은 공공기관·기업과 협력하는 형태다. 이를 위해 직거래 장터 25곳에 15억원을 지원한다. 또 총 5억원을 들여 이동형 직거래장터를 위한 차량을 지원하기로 했다.



 물론 앞으로 얼마든지 새로운 형태의 농산물 직거래가 나올 수 있다. 이런 가능성을 열어놓기 위해 정부는 직거래 콘테스트와 공모전을 활발히 열 계획이다. 농업인이나 창업자의 아이디어가 사업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 중에서도 올해는 대학생동아리·청년벤처를 대상으로 한 융·복합 직거래 공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물인터넷(인터넷으로 사물 연결)·큐레이터커머스(전문가 추천 상품 판매)와 같은 첨단 방식으로 농산물 직거래가 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서다. ICT 기술과 결합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농산물 직거래의 혁명을 가져오리라 기대해볼만하다.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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