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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런 말, 대체 뭔 뜻이지

중앙일보 2015.02.26 00:02 경제 3면 지면보기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4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발언했다. [워싱턴 AP=뉴시스]


이날 공화당 소속인 금융위원장 리처드 셸비와 민주당 간사인 셔로드 브라운이 옐런의 발언을 듣고 있다. [워싱턴 AP=뉴시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장이 노련해졌다. 24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의 상반기 통화정책 청문회에 출석한 옐런은 더 이상 신출내기 중앙은행 총재가 아니었다. 공화당은 늦기 전에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압박했고, 민주당은 고용 시장 회복이 온전치 못하다며 금리 인상에 신중을 기할 것을 요구했다. 옐런은 “(제로금리의)비용과 리스크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있다”며 양당의 공세를 피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옐런 의장이 중간에 섰다”고 평가했다.

노련해진 미국 Fed 의장
공화·민주당 의원들 공세 피해
금리 인상 관련 의중 안 내비쳐
'6월 인상' '올해 유지' 해석 분분
"인플레 2%로 상승 확신 때 금리 인상 적절
금리 인상 논의 전 선제적 안내 바꿀 것
그렇다고 조만간 인상한다고 해석 말아야"



 옐런은 이날 금리 인상에 대해 어떤 힌트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몇가지는 분명해졌다. 우선 Fed가 금명간 금리 인상에 대한 인내심을 내려 놓을 수 있다. 시장에선 Fed가 지난해 12월 금리인상에 대한 ‘선제 안내(forward guidance)’로 ‘인내심’문구를 도입한 뒤, 이 표현이 사라지면 금리 인상이 임박한 것으로 해석해왔다.



 옐런은 이날 “선제 안내를 바꾼뒤 매번 회의를 거쳐 금리 인상을 논의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제 안내가 변경됐다고 해서 연준이 그 후 두 번 정도 회의에서 금리를 반드시 인상할 것으로 읽혀서는 안 된다”는 단서를 달았다. 시장에선 인내심 문구의 효용이 다했다는 평가다. 옐런이 미리 시장에 “인내심 문구를 삭제해도 걱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에단 해리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수석이코노미스트). Fed의 경로 변경은 까딱하면 시장의 발작을 부르기 십상이다. 전례가 있다. 2013년 6월 벤 버냉키 당시 Fed의장이 때 이른 출구전략 착수를 선언하자 세계 금융시장이 한동안 홍역을 앓았다. 옐런 자신도 지난해 3월 첫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첫 인상은)양적완화 종료 대략 6개월 후가 될 수 있다”는 말로 시장을 충격에 빠뜨린 적이 있다.



 금리 인상의 키는 인플레라는 점도 명확해졌다. 옐런은 “인플레가 중기적으로 2퍼센트 목표를 향해 올라갈 것이라는 확신이 생길 때 금리를 올리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고용과 물가안정이 Fed의 양대 목표지만, 고용은 더 이상 고민이 아니게 됐다. 실업률은 완전고용 상황에 근접한 5.7%까지 떨어져있다. 하지만 인플레가 언제쯤 Fed의 조건을 충족시킬지는 미지수다. 저유가가 물가의 발목을 세게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0.7%에 불과한 실정이다.



 시장은 일단 당장엔 금리 인상이 없을 것으로 받아들였다. 다우지수는 92.35포인트(0.51%) 올랐다. 월가의 예상은 춤을 춘다. JP모건은 ‘3월 인내심 문구 삭제→6월 첫 금리 인상’이란 시나리오를 내놨다. 바클레이즈 Plc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가펜은 “옐런이 하반기 금리 인상을 위한 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12월까지 Fed가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예상(제퍼리스 LLC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워드 매카시)도 있다.



 어쩌면 옐런이 노린 것은 이런 상황일지 모른다. 사람들의 예상이 극과 극을 달릴 수록 Fed로선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고 볼 수 있다. 시장에선 옐런이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던 앨런 그린스펀 전 Fed의장과 닮아가고 있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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