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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6년 만에 새 비전 짠다

중앙일보 2015.02.26 00:02 경제 1면 지면보기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얼굴) 체제’가 가시화되면서 삼성의 변화도 빨라지고 있다. 그룹 내부적으로는 새로운 ‘비전’ 짜기에 돌입했다. 외부적으로는 다양한 기업을 인수합병(M&A)하며 미래 먹거리 확보에 나서고 있다.

임직원 온라인 토론회
이달 초부터 2주간 열어
사물인터넷·핀테크 시대
전략 확 바꿔야 할 상황



 25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초부터 2주간 전 세계 임직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대토론회’를 열었다. 삼성의 새로운 비전을 만들고, 앞으로 회사를 이끌어 갈 전략에 관한 의견을 모으기 위해서다. 이 작업은 안살림을 도맡고 있는 이상훈(60)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이 맡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달라질 삼성을 준비하기 위해 임직원의 의견을 공유한 것”이라며 “빠르고, 열려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기존 비전의 수정이 필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삼성이 새로운 비전을 만드는 것은 6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2009년 11월 창립 40주년을 맞아 ‘비전 2020’을 내놨었다. 2020년까지 매출을 440조원까지 끌어올리고, 글로벌 5대 브랜드 편입, 정보기술(IT) 업계 1위에 오르겠다는 파격적인 목표였다. 이듬해 비전 달성을 위한 5대 신수종 사업을 선정했다. 태양전지를 비롯해 ▶발광다이오드(LED) ▶자동차용 전지 ▶헬스케어 ▶의료기기가 그것이다. 하지만 태양전지와 LED는 지지부진하다. 대신 사물인터넷(IoT)과 헬스케어·핀테크와 같은 융·복합 사업이 신수종 사업으로 떠올랐다. 시장 변화로 전략을 확 바꿔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최근 실적 부진도 새 비전을 마련하는 동기가 됐다. 삼성은 10년 주기로 기존에 세운 비전을 달성해 왔다. 1999년 ‘매출 100조원’을 목표를 삼은 삼성은 2008년 118조원 매출을 올리며 임무를 완수했다. 하지만 현재의 ‘비전 2020’을 달성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두 배 많은 매출을 올려야 한다. 쉽지 않은 목표다.



 삼성은 대토론회에서 나온 임직원의 목소리를 사내 인트라넷인 ‘싱글’에 올리고, 비전 수립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이는 경영진이 비전을 제시하고 임직원들에게 내려보내던 과거 의사결정과는 다른 모습이다. 비전 수립 초기 단계부터 임직원들을 참여시키자는 이 부회장의 뜻이 반영됐다.



 출항은 하지 않았지만 ‘이재용호’의 닻은 이미 올라갔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삼성은 지난해 9월부터 계열사들을 떼고, 붙이고, 가르는 사업구조개편 작업을 하고 있다. 잘되는 사업에 더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또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우기 위해 M&A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사실 그간 삼성전자는 M&A에 소극적이었다. 2007년부터 8년간 단행한 국내외 M&A는 20건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지난해 5월 이후 9개월 동안 대외적으로 알려진 M&A 사례만 7건에 달한다. M&A 대상도 예전에는 반도체 분야에 국한했지만, 지금은 IoT·핀테크·기업간거래(B2B)·소프트웨어 등 IT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가 될 분야를 노리고 있다. 내부 기술만으로는 주도권을 쥐기 힘든 만큼 과감히 외부로 눈을 돌린 것이다.



 언뜻 보면 일관된 방향성 없이 각개전투 식으로 M&A를 진행한 것 같다. 하지만 이들에게 삼성이라는 우산을 씌우면 얘기가 달라진다. 삼성의 기술·제품을 적용해 묶으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미국 모바일 결제 서비스 업체인 루프페이가 대표적이다. 루프페이의 기술은 ‘갤럭시S6’에 탑재되는데, 향후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도 구축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5년 내 TV 등 모든 삼성 제품을 IoT로 연결할 계획이다.



 ‘외부 수혈’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삼성의 문화를 일방적으로 이식하려 했지만 지금은 간섭·통제 대신 인수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해 준다. 삼성 글로벌혁신센터의 데이비드 은 수석부사장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스타트업 인수에 나서는 전략이 삼성 안에서 보편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회사를 M&A하는 것이 시장에 더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게 이재용 부회장의 판단”이라며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경쟁 상대들이 M&A로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에도 자극을 받았다”고 말했다.



손해용·김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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