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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디플레 조짐, 또 하나의 일본 되고 있다 … 미국, 인플레 분명할 때까지 금리 인상 늦춰야

중앙일보 2015.02.24 00:56 종합 4면 지면보기
[블룸버그]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과 사공일 본사 고문은 서로 20년 지기다. 두 사람은 공직자로선 자기 나라 이익을 위해 치열하게 활동했다. 이제 공직을 떠나 두 석학은 가벼운 마음으로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마주 앉았다.

세계 경제의 길 석학에게 듣는다 ② 로런스 서머스
유럽, 혁신 지체에 자신감 부족
정치적 의사결정 비효율까지 겹쳐
세계 경제 블랙홀 될 수도 있어
중국, 수출 주도 경제 전환기 맞아
한국과 일본이 먼저 경험한 일
앞으로 몇 년간은 성장 둔화할 듯



 ▶사공일=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정기적으로 글을 쓰는 등 활발하게 소신을 밝혀 왔다. 한국 국민과 정책 담당자, 비즈니스 리더들은 글로벌 경제 현안에 대한 당신의 견해를 직접 듣고 싶어 한다. 우선 미국 경제가 요즘 어떤가.



 ▶로런스 서머스=미국의 단기 경제 지표는 아주 좋다. 특히 고용 부문이 좋아 보인다. 국제 원유 가격 하락과 통화팽창 등의 요인이 어우러져 경제 활력이 좋아졌다. 하지만 아직도 2007년 이전의 경제 성장 추세보다 10% 정도 낮은 상태다. 잠재성장률도 상당히 떨어졌다. 중간 소득 가정의 실질임금도 거의 정체돼 있다. 단기적으로 미국 경제가 좋아 보이지만 중기적으로 탄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공=최근 칼럼에서 당신은 인플레이션 조짐이 뚜렷해질 때까지 기준금리 인상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점진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여전히 당신은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우려하는가.



 ▶서머스=세 가지를 이유로 말하고 싶다. 첫째, 요즘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금리는 최근 30년과 견줘 아주 낮은 수준이다. 다른 조건이 괜찮다면 기준금리를 낮게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둘째, (실업률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는) 필립스 곡선을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 인플레 조짐이 뚜렷하기 전엔 고용시장 지표의 움직임을 보고 인플레 가능성을 추정하지 않는 이유다. 셋째, 아직까지 인플레이션 타깃(물가안정 목표)인 연 2%까지는 여유가 있다. 심지어 물가가 2%를 조금 웃돌더라도 그 때문에 치러야 할 비용이 많다고 생각지 않는다.



 ▶사공=최근 거의 모든 중앙은행이 2%를 인플레 타깃으로 삼고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20년 지기인 사공일 고문(왼쪽)과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만나 글로벌 경제 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안정규 JTBC기자]


 ▶서머스=현 물가지수는 인플레이션을 과장해 보여준다. 새로운 상품의 출현과 기존 상품의 질적 개선 등을 반영하지 못한다.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매하면서 얻는 이점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게다가 현재 기준금리가 사실상 제로 수준임을 감안해야 한다. 현재 물가상승률이 플러스가 아니면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시대가 올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물가상승률을 연 1~2% 수준보다는 2~3% 수준에서 관리하는 게 오히려 낫다고 본다.



 ▶사공=당신은 여러 나라의 경제정책 담당자들에게 장기 침체(Secular Stagnation)를 경고해 왔다. 이유는 무엇인가.



 ▶서머스=시장은 장기 침체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시장 지표를 보면 알 수 있다. 앞으로 10년 동안 선진국의 평균적인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일 것임을 시사한다. 투자와 견줘 저축이 많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공=장기 침체가 경제의 공급과 수요 가운데 어느 측면에서 비롯될까.



 ▶서머스=칼로 자르듯이 구분하기는 어렵다. 성장이 부진하면 투자 필요성이 줄고 이는 곧 총수요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수요 부진은 성장과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린다.



 ▶사공=그럼 이제 해결책을 이야기할 차례다. 현실적으로 어떻게 하면 될까.



 ▶서머스=여러 대책을 조합해 대응해야 한다. 한 가지는 앞서 말했다. 인플레 조짐이 분명해질 때까지 기준금리 인상을 늦추는 것이다. 미국 등은 공공투자 등을 통해 투자 성향을 높여야 한다.



 ▶사공= 어떤 공공투자를 생각하나.



 ▶서머스=뉴욕의 케네디 공항이 좋은 예다. 이런 공공시설을 개선하면 단기적으로 고용을 늘릴 수 있다. 국채 금리가 2% 이상이면 우리 자녀 세대가 부담해야 할 이자 부담은 복리의 원리에 따라 크게 늘어난다. 기준금리를 서둘러 올려선 안 되는 이유다. 또 송유관 시설이 확충되기를 바란다. 초고속 통신망 등에서 미국이 한국보다 뒤처질 이유가 있는가.(웃음).



 ▶사공=공공투자는 사실상 정치다. 투자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세수를 늘려야 하는 정치적 의사결정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민간 부문의 투자를 위해서는 여러 규제가 완화돼야 하는데, 이 또한 정치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열차를 타고 여기 왔는데, 미국은 대중교통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초고속열차(KTX)에 비해 너무나 열악했다.



▶서머스=미국의 공공투자 증가율은 사실상 제로다. 정치 문제인 게 맞다. 국민을 설득할 수밖에 없다. 국민이 일단 동의하면 공공투자 요구가 커진다.



 ▶사공=앞서 당신이 부의 불평등 문제를 잠깐 언급했는데, 이는 우리의 또 다른 과제다. 중간 소득층의 실질임금이 줄고 있는 게 특히 심각한 문제다. 어떻게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까.



 ▶서머스=우선 누진세를 강화해야 한다. 부유층이 세금을 피할 수 있는 구멍이 너무 많다.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해 기업의 이익을 배분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효과적일 것 같다. 노조 등 이해당사자들이 기업의 경영 행태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공=노조의 힘이 너무 지나쳐도 문제다. 한국 대기업 노조의 조직률은 7%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힘이 너무 강하다. 그 바람에 노동시장이 경직되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늘어나고 있다. 한편으론 기업가 정신도 위축시키지 않고 정부의 세수도 늘릴 수 있는 세제를 마련하는 게 현실적으로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서머스=지금은 기업가 정신을 약화시키고 경쟁을 억제하는 그런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미국에서 자본 조달 비용이 이렇게 낮아진 적이 없다. 경제 성장을 가로막지 않고 누진세 등으로 불평등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사공=이제 유럽 문제를 살펴보자. 그리스와 채권자인 유럽연합(EU)·유럽중앙은행(ECB)·국제통화기금(IMF) 등 트로이카가 입씨름을 하고 있다.



 ▶서머스=요즘 유럽은 또 하나의 일본이다(제2의 일본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노령화, 혁신 지체, 정치적 의사결정의 비효율, 자신감 부족, 디플레이션 조짐 등 일본이 안고 있던 문제를 그대로 갖고 있다. 유럽이 세계 경제의 블랙홀이 될 수 있다. 그리스와 트로이카가 결국엔 타협하길 바란다.



 ▶사공=유럽은 정치·재정·금융 동맹 없이 통화 동맹만 맺었다. 하지만 유럽의 미래를 조금은 낙관적으로 보는 이유는 정치적 의지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유로존을 해체한 인물로 유럽의 역사에 기록되길 원치 않는다고 생각한다.



 ▶서머스=맞는 얘기다. 독일 등 정치 리더들이 유로존 해체를 선택할 것으론 보지 않는다. 그들이 통화 동맹을 유지하는 일보다 통화적 가치를 유지하는 일을 우선시할 것으로도 보지 않는다.



 ▶사공=일본과 유럽 사이엔 유사성이 많기는 하다. 단, 일본은 정치 리더십 때문에 잃어버린 20년을 겪었다고 생각한다. 일본인들이 아베 신조를 다시 총리로 뽑은 이유다. 그들은 아베라는 정치인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그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줄 것으로 보고 뽑았다. 이제 눈을 돌려 중국 문제를 살펴보자.



 ▶서머스=중국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할 순 없지만 이제 중국은 어려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먼저 경험한 일이다. 수출 주도 경제에서 새로운 경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 변화는 점진적으로 부드럽게 이뤄지지 않는다. 앞으로 몇 년간 중국 성장이 상당히 둔화하지 않을까 한다.



 ▶사공=한국 상황을 좀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노령화는 아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출산율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낮다. 한국이 일본을 닮아 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한국을 어떻게 보는가.



 ▶서머스=최근 30년 동안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놀라운 변화를 보이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20년 안에 남북 통일이 이뤄지지 않으면 대단히 놀랄 것이다. 통독이 독일 경제에 중대한 사건이었는데, 한반도 통일은 한국 경제에 통독보다 더 중대한 사건이 될 것으로 본다.



 ▶사공=남북한 소득격차가 통독 당시 소득격차인 3 대 1보다 크다. 20 대 1 정도 된다.



 ▶서머스=통일이 되면 남한이 북한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야 하고 북한 주민을 위해 엄청난 복지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남한이 미리 준비해야 할 사항이다.



 ▶사공=마지막으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문제를 살펴볼 차례다. TPP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추구하는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핵심이다. 이런 TPP를 어떻게 보는가.



 ▶서머스=TPP를 지지한다. 경제적으로 아주 큰 기회가 될 것이다.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에서도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전통적인 상품에 대한 관세와 교역 쿼터 등은 거의 사라졌다. 이제 지적재산권 등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때다.



 ▶사공=TPP에 환율 조작에 관한 조항을 넣자는 논의가 미 의회를 중심으로 일고 있다. 환율 문제는 IMF와 협조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다뤄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TPP처럼 두 나라 간 협약을 기본으로 하는 협정에서 환율 문제를 다루면 경제보다 정치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대담 = 사공일 본사 고문

정리=강남규 기자

사진=안정규 JTBC기자





로런스 서머스 (1954년 코네티컷 출생)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석좌교수 겸 명예총장

-전 미국 재무장관

-전 미국 재무차관

-전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의장

-전 하버드대 총장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 수상

-알렉산더 해밀턴 훈장 수상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MIT 경제학 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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