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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외침 LOUD] '페트병 물 청정구역(bottled water free zone)' …작은 실천이 불러온 큰 변화

중앙일보 2015.02.21 14:52

캐나다 벤쿠버 현장을 가다
페트병 생산에 300만배럴 석유 쓰여
캐나다 대학, 페트병 청정구역 운동
캠퍼스 곳곳에 식수대 설치해
UBC 학생 83% 페트병 사용 안 해
한국선 수강생 78명 중 5명만 개인 물병

페트병으로 인한 환경문제는 모든 국가의 공통과제입니다. 환경을 중시하는 캐나다는 어떨까요? 캐나다 학생연합(Canadian Federation of Students)은 '수돗물 마시기 운동(back the tap: 수도꼭지로 돌아가기)'을 전개합니다. 이들은 매년 20억L의 페트병 물이 캐나다에서 소비된다고 주장합니다. 페트병의 생산과 운송에는 300만 배럴의 석유가 쓰인답니다. 페트병으로 낭비되는 에너지(페트병 물 1L/3.4MJ:열량단위)도 문제지만 재활용 비율은 지역별로 편차(33%~75%)가 심합니다. 수돗물은 목적지에 도달하는 거리가 10km 미만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값이 비싼 일부 페트병 물은 지구의 절반을 돌아 배달되기도 합니다. 페트병 물 가격은 500배에서 심한 경우 1만 배까지 차이가 난다는군요.

한국과 마찬가지로 캐나다도 페트병 물 보다 수돗물에 대한 규제와 관리 원칙이 훨씬 까다롭습니다. 수돗물은 정기적으로 다단계 검사를 받게 됩니다. 2000년 이후 캐나다 식품검사소(CFIA:canada food inspection agency)는 49개 페트병 물 브랜드 중 29건에 대해 회수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런 문제인식 속에서 캐나다 주요 대학들은 2010년부터 페트병 물 청정구역 만들기에 앞장서 왔습니다. 환경 보호를 위해 페트병을 쓰지 말자는 운동입니다. 페트병 물 청정구역이 되려면 단계별로 수돗물의 새로운 음용문화를 조성해야 합니다. 1단계(bottled water free day)로 페트병 물 소비하지 않는 날을 정하고 하루라도 실천해 보는 것입니다. 2단계(bottled water free zone)는 구역 내 식수대, 식수 보충(refill) 장치를 알려 주고 개인 물병 갖기를 권장합니다. 3단계 (Say No to bottled water)는 한시적 페트병 물 판매 금지를 추진하는 것입니다.

LOUD는 외국에서도 작은 실천이 큰 변화를 이루는 현장을 소개합니다. 한국에서도 교훈으로 삼자는 취지입니다. 캐나다 밴쿠버에 위치한 브리티시 콜롬비아대학교(UBC)에서 페트병 물 청정구역(bottled water free zone)만들기 노력을 엿봤습니다. 이곳이 페트병 물 청정구역은 아닙니다. 그런데 한 가지 작은 변화는 분명히 관찰됩니다.

지난 9일 이 학교 웨스트 몰 스윙 스페이스 건물의 한 강의실. 50여 명에 달하는 수강생 대부분은 각양각색의 개인 물병을 가져왔습니다. 큰 물통을 두 개나 챙긴 학생도 있었습니다. 이 학교 학생들의 개인 물병 사용 비율 조사(UBC, 2013년 517명 학생 대상) 자료를 보니 전체 학생의 83% 정도가 개인용 물병을 사용한다고 답했습니다. 학교 구성원들에게는 집을 나서면서 챙겨야 할 세 가지 필수품을 열쇠, 휴대폰 그리고 물병이라고 상기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학기 한국에서 제 강의를 수강했던 총 78명의 학생 중 개인 물병을 소지한 학생은 5명이었습니다. 국내 수돗물 음용 비율 5.3%(수돗물홍보협의회, 2013)와 비슷한 수치더군요.

UBC는 2013년 1월부터 페트병 물 청정구역 만들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학생 주거 후생 서비스, 캠퍼스 쓰레기 저감 계획 등을 주도하는 다섯 개 단체가 협력해 추진합니다. 지난 10일 학생회관에서 열린 지속가능성 전시회(sustainability fair)에서 캠퍼스 공동체 기획 담당인 미카엘 피터슨은 “페트병 물 청정구역 만들기의 중요한 가교 역할을 워터필즈(WaterFillz)라는 식수 보충 장치가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워터필즈 전면의 디지털 숫자는 물을 공급한 횟수이자 페트병 하나를 아꼈다는 의미랍니다.

지난 2010년 설치 후 1년간 평균 이용횟수는 12만 번을 기록했습니다. 학생회관에 있는 장치가 5년 전에 가장 먼저 설치된 것인데 누적된 횟수가 무려 101만8401(10일 오전 11시 20분)로 표시돼 있습니다. 일과 시간 중 과연 몇 명이나 이용할까요? 정확히 3시간 후 확인해 보니 101만8674(오후 2시 20분)로 바뀌었더군요. 시간당 87명, 분당 1.5명 정도가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초기 투자비용은 대당 800만원 정도이며 여과된 물이라는 점도 논란거리였답니다. 그런데 5년을 운영해 본 결과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품질 좋은 수돗물을 자랑하는 밴쿠버 지역에서 왜 여과기능(filtered)을 갖춘 식수 공급 장치가 필요했을까요? 캠페인의 대상인 6만7000여 재학생 중 8500명 정도가 유학생이라서 입니다. 이 학교 환경자원 지속가능성 연구소(IRES) 저스틴 리치 연구원은 “워터필즈는 다양한 국가에서 유학 온 학생들이 많은 캠퍼스 특성 때문에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학교 수돗물도 안전하지만 유학생들의 경우 수돗물에 대한 선입견이 상대적으로 많답니다. 이들에게 여과된 물은 단계별 행동 개선을 유도하는데 효과적이란 의미죠. 이 학교에서 과학을 전공하는 미셸은 “캠퍼스 어디서든 시원한 물을 받아 마실 수 있는데 돈을 내고 페트병 물 마시는 것은 상식에서 벗어나는 행동으로 생각된다”고 했습니다.

학교와 기업, 학생 자치기구 등 이해관계자 모두가 협업(collaboration)에 인색하지 않았습니다.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한 활동을 공유하는 이 학교 소셜 미디어 게시물에는 항상 '#Ripple EffectUBC'라는 해시태그가 붙습니다. 큰 변화를 위한 파급효과를 기대하는 활동들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습니다.

작은 외침 LOUD도 곧 개강을 할 대학교에 제안을 합니다. 2015학번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식수대 위치가 표기된 캠퍼스 지도가 그려진 물병을 나눠주면 어떨까요? 그래서 만들어 봤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학교에도 모든 건물의 전 층에 식수대가 설치돼 있습니다. 그런데 페트병은 쓰레기 통에 넘칩니다. 이제 우리도 페트병 없는 캠퍼스를 만드는 작은 노력을 합시다.


벤쿠버(캐나다)=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교수
중앙SUNDAY콜라보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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