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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 파손' 삼성의 반박

중앙일보 2015.02.17 17:01


LG전자 조성진 사장이 공개한 '삼성 세탁기 파손' 관련 해명 동영상에 대해 삼성전자가 17일 본격적인 ‘맞불 작전’에 나섰다.



전날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입장 자료'를 배포한데 이어, 이날 일반인들이 볼 수 있는 공식 블로그에 회사 측의 입장을 직접 올린 것이다. 당초 “재판부의 판단을 지켜보자”던 삼성전자가 “이제 할 말은 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삼성전자-LG전자 간 세탁기 파손 논란은 한층 가열되는 양상이다.



삼성전자는 17일 회사 블로그인 삼성투모로우 ‘이슈& 팩트’ 코너에 ‘LG전자가 어제 공개한 세탁기 파손 동영상에 관해 저희의 입장을 말씀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LG전자 조성진 사장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삼성전자가 지적한 동영상의 문제점은 3가지다.



우선, 삼성전자는 “해외 매장에서 경쟁사 제품을 테스트하는 것은 세계 어느 가전회사에서도 하지 않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매장에 진열된 제품은 소비자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경쟁사 제품의 성능을 테스트하려면 제품을 구매해 실험실에서 하는 것이 통상적인 절차”라며 “더욱이 출시된 지 3개월이나 지난 제품을 테스트한다는 것은 억지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두번째로 해당 동영상은 자의적으로 편집해 사실을 왜곡했다는 게 삼성전자의 주장이다. 삼성전자는 “(동영상에는)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장면 바로 뒤에 세탁기 파손 장면을 클로즈업해 조 사장의 모습을 보여준다”며 “마치 파손 현장을 프로모터들도 보고 있던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전체 영상을 보면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장면과 조 사장이 세탁기를 파손하는 장면 사이에는 상당한 시간 차가 있다”며 “조 사장 일행이 매장을 떠난 후에야 제품 파손 사실을 발견하고, CCTV 분석을 통해 (조 사장 일행이 파손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삼성전자는‘부도덕함’을 꼬집고 나섰다. “경쟁사 제품을 파손하고도 변명에 급급한 것은 부도덕한 행위”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조 사장이 파손하지 않았다며 증거로 제시한 동영상은 독일에서 파손된 세탁기를 촬영한 것이 아니라, 특정 방송사가 국내 백화점에서 촬영한 정상 제품 영상”이라며 “조 사장이 세탁기 문을 연 채 두 손을 체중을 실어 누르는 것은 ‘목적이 분명한 파손 행위’이며 이것이 이 사안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재판을 받기에 앞서 언론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며 여론전을 펼치는 것에 대해 법조계가 우려를 표명할 정도“라며 “전체 CCTV 영상을 공개하는 것도 검토했지만, 이미 검찰이 6개월간 수사해 기소 의견을 낸 만큼 자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비방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검찰은 지난해 9월 독일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 기간 중 벌어진 세탁기 파손 사건과 관련, 조 사장 등 LG전자 임직원 3명을 재물손괴 및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LG전자는 16일 현장 CCTV 분석 동영상을 일반에 공개하고 “단순히 경쟁사 제품 성능 테스트를 한 것이며, 세탁기를 파손한 적이 없다”며 결백을 호소했다.



사실 양사는 삼성이 1969년 후발주자로 가전분야에 진출한 이후 전자사업 전 분야에서 라이벌 관계로 충돌하며 앙금이 쌓여왔다.



법적 공방도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11년에는 3차원(3D) TV와 관련해 기술 논쟁이 벌어지더니, 영국ㆍ호주ㆍ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수 차례 법적 다툼을 벌였다. 2012년에는 ‘냉장고 용량 비교 광고’를 놓고 소송전을 벌였고, 최근에는 디스플레이 계열사들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유출 사건을 두고 치열한 ‘난타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앞서 92년에는 LG전자와 삼성전관(현 삼성SDI)이 브라운관 TV 시장에서 특허권을 둘러쌓고 법적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이번 세탁기 파손 사건의 파장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도 이런 양측의 해묵은 감정의 골이 폭발했다는 분석이 많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애초에는 LG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면 그냥 눈감고 넘어가려 했다”며 “되레 ‘세탁기가 이미 훼손된 것 같다’며 적반하장식으로 나오니 일이 커지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LG전자 핵심 관계자는 “사건이 커지는 것을 우려해 삼성 측에 유감의 뜻을 전달했으나, ‘LG가 고의적으로 파손했다는 것을 인정하라’고 고압적으로 나왔다”며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인정할 수는 없기에 맞고소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해용 기자 hysoh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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