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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감위 전자카드 전면 도입, 불법 도박 키운다

중앙일보 2015.02.17 11:12
사행산업(경마·경륜·경정·스포츠토토·카지노·소싸움 등)에서의 전자카드 전면 도입 계획이 구체화되는 가운데 등 관련업계의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는 23일 전체회의를 열고 2018년 전자카드 전면시행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전자카드제는 사행사업 이용자에 대해 현금사용을 전면금지하고 개인별 생체정보(지정맥 인식)가 담긴 전자카드 사용을 의무화하는 제도다. 현재 사(死)문화된 것이나 다름없는 경주당 베팅 상한선(10만원)을 강제로 지키도록해 사행성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이번 안이 통과될 경우 올해부터 당장 경마·경륜 전체 장외지점의 20%는 전자카드 지점(현금 3만원 병행 사용가능)으로 전환해야 한다. 2016년에는 30%의 지점(현금 3만원)이 2017년에는 70% 수준(현금 1만원)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2018년에는 모든 영업장에 전자카드가 전면 도입되고 현금구매는 완전 금지된다.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의 경우에는 2016년까지 판매점의 3분의1 수준에서 전자카드제를 도입하고, 2017년부터 전면 도입된다.



그러나 관련업계는 전자카드가 전면 도입될 경우 개인정보유출을 우려한 이용자들의 수가 급감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매출 급감으로 이어져 축산발전기금, 체육진흥기금 등 공익재정 조성 기능을 상실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정부 체육예산의 70% 이상을 부담하고 있는 스포츠토토 사업의 경우 전자카드제 도입으로 국민체육진흥기금의 약 55%를 감소시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전자카드가 시범 도입된 경륜 동대문 장외발매소의 경우 일일 매출이 64%나 격감했고, 16억원의 적자로 이어졌다. 지난 2012년부터 전자카드를 부분 시행해온 경륜의 총매출 역시 매년 5%이상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불법 도박시장의 팽창 가능성이다. 한국규제학회가 지난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경륜, 경정 고객 중 42.7%가 전자카드가 도입되면 경마를 포함해 합법 사행산업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국행정연구원에서 실시한 2013년 조사에서도 스포츠토토에 전자카드가 도입되면 토토 고객 중 77.9%가 불법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불법도박시장의 규모(사감위 조사)는 2008년 53조원에서 2012년 75조원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관계자는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며 "그동안 관련 사업이 국가 및 지방재정 확보와 고용창출 등 많은 기여를 해온 만큼 공론화 과정과 충분한 토의를 거친 뒤 점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원 기자 rasp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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