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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희 기자의 '미장원 수다'] 아주 특별했던, 소문난 뻥튀기

중앙일보 2015.02.17 10:30




내일부터 설 연휴가 시작됩니다. 오늘 저녁부터 손에 바리바리 가족들에게 전할 선물을 싸들고 집에 가기 바쁘겠네요.

가장 기억에 남는 설 선물은 무엇인가요?



저는 뻥튀기입니다.

이상하다고요. 그렇죠. 누가 설에 뻥튀기를 선물하나 싶으실 겁니다.

얘기는 이렇습니다. 지난해 설날, 저희 가족도 어김없이 할머니 댁에 모였습니다. 세배하고 즐겁게 먹고 떠들고 난 후 슬슬 갈 채비를 하고 있는데 셋째 작은 어머니가 "잠시만요. 이거 가지고들 가세요"하면서 삼삼오오 가족끼리 모여있는 친척들에게 흰 비닐봉지 하나씩을 나눠 주었습니다. 다들 눈이 동그레져서 봉지 안을 들여다보니 뻥튀기 3봉지가 들어 있더군요.

"별건 아니고요. 이거 엄마들 사이에서 맛있다고 소문난 뻥튀기거든요. 이제 집에 가면 TV 보면서 쉬실텐데 그때 드시라고요. 정말 별건 아니예요."



작은 어머니가 수줍어하며 '별건 아니다'를 세 번이나 반복하며 선물의 정체를 설명하셨습니다. 그 뻥튀기는 24시간 편의점에서 파는 하나에 1000원짜리였습니다. 몇 십년 동안 뻥튀기만 튀겨왔다는 장인이 튀긴 것도 아니었고요. 그냥 편의점에서 PB상품으로 파는, 바로 그 뻥튀기요. 하나에 1000원이니까 3개면 3000원짜리 선물인 셈입니다.



가격으로만 따지만 작은 어머니 말처럼 '별 것' 아닐지 모르지만 그날 모인 가족의 수와 그걸 준비한 마음을 생각하면 정말 '별 것'인 선물이었습니다. 그날 모인 가족은 총 7집. 고모, 큰아버지 등 다섯 형제에 그 아래 결혼해 분가한 조카 가족까지 공평하게 3개식 돌아가게 하기 위해선 총 21개의 뻥튀기가 필요합니다. 상당한 수입니다.



그렇다고 아무 뻥튀기나 산 게 아닙니다. 자신이 먹어보고 정말 맛있다고 생각한 바로 그 뻥튀기 21개를 구하기 위해, 작은 어머니는 1주일 전부터 집 근처 편의점 5군데를 돌며 그 뻥튀기를 싹쓸이 하셨답니다. 그 유명한 '허니 ㅇㅇ칩' 과자의 품귀 현상처럼 그 동네 편의점에서 그 뻥튀기는 찾을 수가 없게 된거죠. 땀을 뻘뻘 흘리며 여기저기를 분주하게 돌아다니셨을 작은 어머니의 모습을 상상하니 이게 얼마나 큰 마음의 선물인지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설. 오랜만에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충분히 즐거울 수 있는 날인데 명절증후군이란 말이 생길 정도로 가족 모임이 힘들다고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 또한 북적임과 "올해는 결혼하냐"는 식구들의 쪼임(?)이 힘들어서 어떻하면 가족모임에 빠져볼까 요령도 많이 피웠고요. 하지만 올해 설엔 좀 달라져볼까 합니다. 평소 맛있게 먹었던 디저트들로 식구들 선물도 준비했고요. 설날에도 일찍 큰집으로 달려가 즐거운 마음으로 명절을 즐겨볼까합니다. 여러분도 이번 설엔 저희 작은 어머니의 뻥튀기같은 마음 선물 준비해 보면 어떨까요. '마음'은 언제나 통하는 선물이니까요.



윤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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