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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결 124명, 반대 128표 … 명분 챙긴 문재인

중앙일보 2015.02.17 01:01 종합 2면 지면보기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16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본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이 투표하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최승식 기자]


대표 취임 8일 만에 꺼내든 문재인 대표의 카드는 결과적으로 주효했다. 이완구 총리 인준 문제를 앞에 놓고 며칠간의 고민 끝에 그가 택한 것은 ‘본회의 불참’이나 ‘본회의 참석 후 퇴장’이 아닌 ‘본회의 출석+자유투표’였다. 투표 결과는 야당 의원 124명보다 많은 128명의 반대였다. 당내에선 “정치적으로는 이긴 투표”라는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결과를 확인한 뒤 본회의장을 나서는 문 대표의 표정에 웃음기는 없었다. 첫 고비를 어렵게 넘긴 긴장감과 책임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우리 당은 부결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수적 열세 때문에 국민의 뜻을 관철시키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했다.

'여론조사' 역풍 딛고 리더십 회복
안철수와 대선 후 처음으로 식사



 그는 경선 기간 중 했던 “충청이 아닌 호남 출신 총리를 임명했어야 했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당내 조율 없이 꺼내든 ‘여론조사 후 총리인준’ 제안도 당 안팎에서 역풍을 만났다. 문 대표의 핵심 측근은 “문 대표가 모험을 감수하고 마지막에 표결 참여를 결정한 배경엔 ‘호남 총리론’과 ‘여론조사 제안’을 의식한 측면이 있다”며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야당과는 완전히 다른 문재인식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말했다. 강경파가 주도하며 보이콧을 반복해온 과거의 야당 행태와 선을 그으려는 승부수였다.



 하지만 전날까진 ‘본회의 보이콧’ 카드 역시 상당한 비중으로 검토했다고 한다. “충청권이나 당내 다른 계파 의원들의 이탈표가 나올 경우 리더십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조언이 전달됐기 때문이다. 그러다 “표 결집이 가능하다”는 원내지도부의 최종보고를 받고 “표결해도 되겠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었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반란표 위험군’으로 분류된 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협조 약속도 받아냈다고 한다. “해외 출장을 떠났다”고 보고받은 의원들에게도 개별적으로 전화해 “출장을 간 사실이 맞느냐. 무슨 연유로 못 돌아오느냐”고 확인했 다고 한다.



 문 대표는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선 의원들에게 마지막 호소를 했다. 대한노인회 방문 일정 때문에 의원총회에 뒤늦게 참석한 그는 “일치단결한 모습으로 총의에 따라 달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반대 의사를 표시하자”고 했다. 의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대표 취임 후 첫 전투에서 강경파에 휘둘리지 않고 리더십을 세운 문 대표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안철수 의원과 만찬을 했다. 문 대표가 대표 취임 후 해오고 있는 통합 행보의 일환이다. 관계가 줄곧 서먹했던 두 사람이 대선 이후 식사를 함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글=강태화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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