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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스웨덴 복지 위기 … 정치인 용기가 해결했다”

중앙일보 2015.02.17 00:49 종합 6면 지면보기
스웨덴 출신인 스벤 호트(65·사진)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012년 봄 서울대 강단에 선 이후 한국 복지의 팽창 과정을 지켜봤다. 호트 교수는 “100년이 걸려 완성된 스웨덴 복지국가와 비교하면 한국은 이제 걸음마 단계”라면서 “주춧돌을 잘 쌓기 위해서는 정치적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에게 한국 복지 혼란의 해법을 물었다.


2012년부터 한국 복지경쟁 지켜본 스벤 호트 교수에게 답을 묻다
한국형 복지를 찾아서 [해법]
스웨덴 대타협기구 등서 10년 논의
여야 실상 밝히자 국민도 납득
좌·우파 정권 바뀌어도 원칙 지켜
한국 청년·아동 위한 복지 우선해야



 -국내 복지 논쟁을 어떻게 보나.



 “2012년 대선 때부터 예견된 문제다. 당시 여야 대통령 후보 모두 복지 공약을 내놓았는데, 둘 다 재원 조달 방안은 전무(全無)하다시피 했다. 좀 놀랍고 흥미로웠다. 대선 토론에서 이에 대한 활발한 논쟁을 기대했는데 크게 다뤄지지 않았다. 최근 서울시 복지 정책도 살펴봤는데 내용은 훌륭하지만, 역시 구체적 재원 조달 방안은 없었다.”



 -지하경제 양성화 등 나름 재원 조달 방안이 있었는데.



 “그걸로는 부족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금 구멍을 이야기했는데, 큰 도움이 안 됐다는 게 드러났다. 주택·소비·소득 같은 실질 세금을 건드리거나 정부 부채를 늘리지 않는 이상 부족할 수밖에 없다. 물론 세금을 늘리기 전에 여러 노력은 해봐야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증세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방법은.



 “세원이 더 넓어져야 한다. 한국은 세금을 안 내는 사람이 많다. 적게 벌든 많이 벌든 그에 비례해 세금을 내야 한다. 수퍼리치에게만 세금 부담을 가중시키겠다는 발상은 포퓰리즘적 시각이다. 한국은 수십 년간 부가가치세가 10%에 머물렀다. 15% 수준으로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수퍼리치는 저소득층보다는 고가의 소비를 한다. 부가가치세를 올리면 수퍼리치는 더 많은 세금을 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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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적 합의는 어떻게 이끌어내나.



 “정치인들이 솔직해지고 용기를 내야한다. 국민에게 실상을 설명하고 설득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 당장 다음 선거에서 재선을 위해 진실을 가려서는 안 된다. 책임 있는 정치를 하는 사람은 역사가 기억해줄 것이다. 정치인과 사회 각계 대표가 참여하는 대타협기구 같은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



 -스웨덴의 경험은.



 “스웨덴도 1990년대 초반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복지를 개혁한 경험이 있다. 혜택을 다시 거둬들이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국민을 설득할 수 있었던 것은 여당과 야당이 대타협을 했기 때문이다. 90년대 초반 보수 성향의 우파연합 정부가 복지 개혁에 시동을 걸었고, 94년 집권한 사민당이 그 개혁을 이어 갔다. 정권이 교체돼도 복지개혁은 계속됐다. 국회의원과 근로자·노인·장애인·여성 등 각 분야 대표자들이 참여하는 대타협기구에서 10년 가까이 논의했다. 98년 연금 개혁을 포함한 복지 구조조정을 할 수 있었다.”



 -한국 사회가 직면한 도전은.



 “낮은 출산율과 높은 자살률, 청년실업을 꼽겠다. 청년과 아동은 미래 세대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복지가 우선해야 한다. 청년 일자리를 위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일자리가 곧 복지다. 물론 빈곤층에 대한 지원은 복지의 기초다.”



 -한국에 대한 조언은.



 “스웨덴의 복지국가 개념은 19세기 후반 시작해 100년이 걸려 완성됐다. 스웨덴이 독일·영국 등과 함께 복지국가 1세대라면 한국은 3~4세대쯤 된다. 이제 시작이고 갈 길이 멀다. 정치인들이 용기를 내야 한국 복지가 산다.”



특별취재팀, 사진=신인섭 기자



◆스벤 호트=스웨덴 스톡홀름대 등에서 20여 년간 교수로 재직하다가 아시아 복지 확대 과정을 연구하기 위해 서울대로 왔다. 3년간의 한국 생활 덕분에 한국 복지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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