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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완구 총리 청문회 … 한국사회 부끄러운 민낯 드러냈다

중앙일보 2015.02.17 00:01 종합 26면 지면보기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이 어제 통과됨에 따라 이 후보자는 대한민국의 43번째 총리가 됐다.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해 온 새정치민주연합이 막판에 표결 참여로 유턴하면서 새누리당 단독 처리 같은 볼썽사나운 상황을 면하게 된 건 그나마 다행스럽다. 국회가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청문 절차를 마무리함으로써 법과 원칙을 지킨 것은 평가받을 일이다. 하지만 지난 24일간의 인사청문회 국면을 거치면서 드러난 후진적 인사 시스템, 공직 후보자의 부도덕성, 여야의 질 낮은 정치 공방은 한국 정치의 현주소, 나아가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무엇보다 이 총리 스스로가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 대통령을 보좌하고 국정을 통괄하는 국정의 2인자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경찰 공무원을 시작으로 충남지사·국회의원(3선)을 지낸 그는 평생을 공직에 몸담아온 고위 공직자다. 하지만 ‘열린 판도라 상자’ 속 그의 참모습은 공직을 업으로 삼아 온 사람이란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의혹과 흠결투성이였다.



 부동산 투기, 병역기피 의혹에 우송대 석좌교수 재직 시 황제 특강 의혹, 박사 학위 논문 표절 등 굵직한 것만 해도 한 손에 다 꼽지 못할 정도다. 더욱이 언론을 협박하고 윽박지르고 맘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여기는, 위험한 언론관을 드러냈다. 국회의 문은 통과했지만 국민 마음의 불신의 벽은 넘지 못했음을 이 총리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청문회 과정에서 지적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스스로 다짐한 대로 “마지막 공직이란 자세로” 임하는 소신 있는 총리상을 보여 주길 기대한다.



 청와대는 이번에도 인사 검증에 실패했다. 병역·부동산 투기 의혹 등 기본적인 것조차 걸러내지 못한 게 드러났다. 인사혁신처를 만들고 인사비서관을 신설하는 등 손질을 했지만 도대체 달라진 게 뭔지 묻고 싶다. 청와대에 인사 검증 시스템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다.



 여야 정치권도 청문회 과정을 반성적으로 뒤돌아봐야 한다. 40년 전 주민등록초본까지 들고 나오는 신상털기식 청문회, 재탕·삼탕식 질의, 망신 주기와 호통치기가 이번에도 여전했다. 증세 없는 복지의 딜레마를 어떻게 풀 것인지, 출산율 저하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묻는 정책 토론은 아예 실종됐다. “도덕성·신상 검증은 비공개로, 정책과 자질 검증은 공개적으로 해 청문회의 품격을 높이자”는 목소리는 묻혀 버렸다.



 신상털기식 인사청문회는 훌륭한 인재들의 공직 기피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그런데도 야당은 당장 정권에 타격을 주는 수단으로 인사청문회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여당은 시시비비를 가리기 이전에 무조건적으로 후보자를 감싸는 무능한 대처로 일관했다. 이렇게까지 해서 인사청문회를 해야 하는 것인지 그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대목이다.



 지역주의의 망령도 되살아났다. 표결을 앞두고 ‘충청 총리 낙마되면 다음 총선·대선 두고 보자’는 현수막이 나붙은 건 심각한 문제다.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충청향우회 명예회장이 야당 의원에게 “충청도에서 총리 후보가 나왔는데 계속 호남분들이 (문제를 제기)하잖아요”라고 맞선 것은 상식 이하의 망언이다. 이런 식으로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세력과는 절대로 타협해선 안 된다.



 일부 언론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 이 후보자가 비보도를 전제로 한 발언에 대해 야당에 녹음파일을 넘긴 건 취재윤리를 저버린 행위다. 이 기회에 모든 언론이 주의를 환기하고 언론의 취재윤리를 되새기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제 ‘청문회’는 끝났다. 우리 앞엔 곳곳에 지불해야 할 ‘청구서’가 수북이 쌓여 있다. 이 총리 후보자 청문회에서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국민적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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