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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달 탐사 로버 시험모델 공개

중앙일보 2015.02.16 12:01
















 

직사각형 상자 둘을 맞붙여 놓은 것 같은 2단 분리형 몸체, 6개의 은색 듀랄루민(항공기 등에 쓰이는 알루미늄 합금) 바퀴…. 한국이 2020년 달에 보낼 탐사 로버(rover, 이동형 로봇)의 1차 시제품이 처음 공개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달 탐사 로버의 기본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개념검증모델(POC, Proof of Concept)과 핵심 부품인 고체윤활 베어링 시제품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공개된 로버는 가로 50㎝ x 세로 70㎝ x 높이 25㎝로, 라면상자 정도 크기다. 몸체 두 부분이 체인 형태로 연결돼 있어, 바닥 굴곡에 따라 자연스럽게 몸체가 구부러진다. 몸체 벽면은 가볍고 튼튼한 듀랄루민으로 돼 있고 나머지 부분에는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이 쓰였다. 6개의 바퀴는 반지름이 각각 약 6.5㎝로 몸체 크기에 비해 큰 편이다. 그만큼 로버의 체고가 높아져 웬만한 자갈은 피하지 않고 그냥 타고 넘을 수 있다. 앞ㆍ뒤 4개의 바퀴는 조향(操向)이 가능한 ‘스티어링 휠’이고, 가운데 2개는 전ㆍ후진만 가능한 바퀴다. 연구책임자인 이우섭 박사는 이같은 로버 디자인에 대해 “달의 극한환경을 견디는 데 설계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달은 기압이 극히 낮은 고(高)진공 환경이다. 대기가 없어 우주 방사선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지면이 울퉁불퉁하고 모래보다 훨씬 가는 먼지가 가득하다. 낮·밤이 14일에 한 번씩 바뀌는데 온도차가 300도(영하 170도~영상 130도)나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의 로버 ‘위투(玉兎ㆍ옥토끼)’는 지난 2013년 말 달에 내리자마자 바로 고장이 났다. 이 로버는 미국의 화성 탐사 로버 ‘큐리오시티’ 처럼 몸체 밖으로 길게 돌출된 6개의 다리 끝에 바퀴를 단 구조다. 때문에 지면이 아무리 울퉁불퉁해도 다리 관절 각도를 조정해 바퀴 6개를 모두 붙인 상태로 움직일 수 있다. 반면 모터 등 중요 부품이 외부에 노출돼 상대적으로 고장 위험이 높은 편이다. 이우섭 박사는 “화성은 지구와 환경이 비슷한 편이다. 달에 비해 온도차가 적고(영하 125도~영상 20도), 대기가 있어 방사선 영향도 적다”며 “화성보다 훨씬 더 가혹한 달에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설계를 달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로버의 무게도 변수가 됐다. 한국형발사체로 발사 예정인 달 착륙선의 총 중량은 약 200㎏다. 이 착륙선에 실린 로버의 무게는 그 10%인 20㎏이 마지노선이다. 발사체의 추력을 더 키우지 않는 한 불가피한 ‘족쇄’다.



연구팀은 탑재체(약 7㎏ 예정)를 제외한 본체 무게를 10㎏대 초반으로 유지하면서 달에서 고장 없이 움직일 수 있도록 로버의 구조를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었다. 구동 시스템(모터+제어기)을 하나로 만들어 본체 안에 집어 넣었다. 바퀴는 ‘다리’를 생략하고 몸체에 바로 붙혔다. 이런 구조는 ‘위투’나 ‘큐리오시티’ 방식에 비해 접지력이 떨어지지만, 고장 위험을 줄이는 데는 훨씬 유리하다.



로버용 고체윤활 베어링을 따로 개발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자동차를 비롯한 모든 구동 장치의 회전축에는 볼 베어링이 쓰인다. 이 부위의 회전 저항을 줄이기 위해 흔히 기름 등 액체 윤활제를 쓰지만 달은 진공상태라 액체가 다 날아가 버린다. 연구팀의 이용복 박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표면을 특수 가공처리해 윤활제를 쓰지 않아도 마찰ㆍ마모를 줄일 수 있는 베어링을 만들었다.



KIST의 로버는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가 주관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 협력 융합사업(달 탐사 로버 기반연구) 과제의 일환으로 개발됐다. 연구비 44억5000만 원은 전액 자체 예산으로 충당했다. 함께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ㆍ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 6개 출연연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올해부터 정부 지원을 받아 연구를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지난해 말 ‘쪽지 예산’ 시비 끝에 국회가 예산 전액을 삭감해 현재 연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성철 KIST 달탐사연구사업 추진단장은 “올해는 상대적으로 예산이 적게 드는 소프트웨어(SW) 개발 등에 집중하고, 내년에 예산을 받아 다음 단계 연구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한별 기자 idstar@joongang.co.kr

영상=한국과학기술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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