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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있는 아침] 결혼식 축주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중앙일보 2015.02.16 08:45



한정호 음악 칼럼니스트가 고른 Grieg(그리그) - ‘트롤하우겐의 결혼 축일’

※음악이 있는 아침을 외부 DJ에 개방했습니다. 음악을 사랑해 노래를 먹고 사는 이들이 숨겨놨던 애청곡을 추천합니다.



클래식을 사랑하는 부부가 만난 경우, 결혼식 음악이 특별하면 가족과 하객 모두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결혼식이 될 것 같습니다. 예식의 곳곳에 음악이 필요합니다. 식이 시작되기 전 분위기를 무르익게 하는 현악 4중주팀의 연주만 들어도 이 예식을 위해 부부가 어느 정도 음악에 관심을 기울였는지 보입니다.



요즘에는 양가 어머니들이 화촉을 밝힐 때 이병우의 영화음악이 많이 들립니다. 신랑 입장 때는 우렁찬 남성 중창이 길을 터주고 신부 입장에 ‘넬라 판타지아’,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처럼 방송으로 화제가 된 곡들도 자주 연주됩니다. 대개는 예식업체가 소개한 세션들이 담당합니다. 그래도 축가와 축주는 특별한 인연이 있는 지인들이 연주합니다. 어떤 때는 신랑 본인이 신부를 향해 축가를 부르는 경우가 있지만 그래도 노래 실력이 출중해야 하객도 감동을 나눌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경험한 결혼식 축가 중에 인상 깊었던 곡은 이병우의 기타 곡 ‘축결혼’입니다. 대학교 MT에서 어느 선배가 클래식 기타로 ‘카바티나’를 연주할 때 경청하던 학우들의 모습처럼 흐뭇한 미소가 하객들 귀에 걸리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저는 결혼식 때 그리그가 작곡한 ‘트롤하우겐의 결혼축일’을 지인께 부탁드렸습니다. 트롤하우겐은 그리그의 생가가 있는 지명입니다. 결혼 후 만년까지 부인과 함께 바닷가가 보이는 트롤하우겐의 언덕에서 여러 추억을 함께 했을 것입니다.



‘트롤하우겐의 결혼 축일’은 제가 공연장에서 처음 본 피아니스트의 공연에서 앙코르로 들은 곡입니다. 1988년 동구가 개방되고 동유럽 피아니스트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 헝가리의 피아니스트 볼라즈 소콜라이(Balazs Szokolay)가 대전의 온천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연주하던 곡입니다. 나중에 결혼식을 올리면 이 곡을 축가로 하겠다고 열두 살 때 다짐했습니다. 제 축주를 연주해줬으면 했던 지인이 어느 교향악단과 그리그 협주곡을 연주하고는 바로 이 곡을 앙코르로 연주하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이 곡이 진짜 운명일 수 있겠구나. 가끔씩 결혼식 비디오를 보면서 추억에 잠기는 곡입니다. 올해 식을 올릴 예비신혼 부부께서도 좋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한정호 음악 칼럼니스트

Edvard Grieg - Lyric Pieces Op.65 No.6 ‘Wedding Day at Troldhaugen’

Piano : BALASZ SZOKO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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