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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오지 30대가 드론 창업 … 3년 새 4670대 수출 주문

중앙일보 2015.02.16 00:48 종합 4면 지면보기
중국의 혁신 창업가 ‘촹커’ 성공 사례로 꼽히는 위촨 플렉스봇 대표의 사무실 책상에는 자체 개발한 드론(무인항공기) 부품이 가득하다. [사진 플렉스봇]


지난 3일 중국 국영 중앙방송(CC-TV)에선 한 젊은 창업가의 성공기가 소개됐다. 중국 최빈곤 지역인 구이저우(貴州) 구이양(貴陽)에 사는 30대 촹커 위촨(喩川)이 만든 스타트업 플렉스봇(Flexbot). 그는 3년 전 10㎡(약 3평) 남짓한 사무실에 둥지를 틀었다. 매달 수만 위안씩 버는 디자이너 일을 그만둔 그를 정신 나갔다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위촨은 드론(무인항공) 개발에 매달렸다. 숱한 실패 끝에 그의 드론이 마침내 하늘을 날았다. 곧 해외에서 수주가 밀려들었다. 드론 주문 건수는 4670건, 선주문 금액도 56만 달러(약 6억원)에 달했다. 위촨은 구이저우 과학기술청으로부터 200만 위안(약 3억5000만원)의 자금지원도 받았다.

[다시기업가 정신이다] 중국 촹커 열풍 <상>
민간이 끌어가고
베이징 중관춘 내 벤처 2만6000개
작년 한국 전체 창업 숫자보다 많아
바이두·샤오미는 투자자로 도와



 위촨은 ‘제2의 마윈(馬雲·알리바바 회장)’을 상징하는 신세대 촹커다. 중국판 실리콘밸리 중관춘에서 시작한 창업 열기는 남부의 선전, 내륙의 청두에서 서쪽 끝 우루무치까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중국판 실리콘밸리’인 중관춘의 입주 기업만 2만여 곳으로, 지난해 한국 전체 벤처 창업 숫자와 맞먹는다. 2013년 중관춘 내 신규 창업 기업만 6000여 곳이다. 하루 평균 20개의 회사가 세워졌다. 중관춘에서 성업 중인 처쿠(車庫·차고) 카페에선 창업가가 다수 나왔다. 처쿠는 미국 창업가들이 주로 차고에서 창업을 시작해 붙여진 이름이다. 지난해 10월 베이징 798 예술구에서 열린 촹커 카니발에선 5만 명의 촹커가 제품 시연회를 열었다. ‘무(無)에서 영웅으로(From Zero to Hero)’라는 주제로 열린 행사에서 눈길을 끈 건 로봇이었다. 촹커들이 만든 로봇 바텐더가 칵테일을 나르고, 셰프 로봇이 요리를 척척 만들어냈다.



 요즘 뜨는 ‘촹커 성지’는 선전 화창베이(華强北)다. 화창베이 소재 창업 인큐베이터 ‘헥셀레이터’는 선정된 창업자들에게 3년간 2만4000달러를 지원하고 창업공간도 빌려준다. 이 덕분에 선전에서 탄생한 화웨이·텐센트의 뒤를 잇겠다는 촹커들이 줄을 선다.





 선전 KOTRA 무역관의 박은균 관장은 “선전시 당국에서 사업자 등록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바꾸고 창업 예산도 대폭 늘린 이후 선전에는 사람 9명당 1개꼴로 기업이 생겼다”고 말했다.



 청두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11월 청두에선 54시간 내에 창업 아이템을 뚝딱 만들어내는 ‘창업주말(創業周末)’ 대회가 열렸다. 우승은 놀랍게도 16세 학생이 차지했다. 그의 꿈은 세계대회에 나가 마윈이 떼돈을 번 나스닥 시장도 가고,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소비자가전전시회(CES)’도 보는 것이다.



 톈진도 촹커 바람이 분다. 중국판 구글인 바이두는 지난해 7월 톈진에 3000㎡(약 907평) 규모의 창업센터를 열었다. 창업자에게 금융·법률 자문에 응해주고 무료로 사무실도 빌려준다.



 중국의 촹커들은 그간 세계 최대인 14억 내수시장과 연간 8~11%의 고속성장, 넘쳐나는 벤처창업 투자 덕에 자신감이 충만해 있다. 성공한 촹커가 후배 촹커에게 투자하는 창업생태계의 선순환 도 만들어 냈다. 창업 4년 만에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가 된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은 20곳의 정보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에인절 투자자이기도 하다.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지난 1일 한 강연에서 “ 학식·능력 없이 시작한 나도 해냈다. 누가 우리에게 돈·권력을 쥐여준 적 없지만 오히려 그게 성공의 원동력”이라며 촹커를 북돋았다.



특별취재팀 베이징=최형규·예영준 특파원, 서울=신경진·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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