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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은밀한 사치' 번진다

중앙일보 2015.02.16 00:26 종합 14면 지면보기
지난달 중국에 매장 9곳을 연 빅토리아시크릿.
중국의 대대적 부정부패 척결 운동에 사치품 시장이 된서리를 맞은 반면, 고급 속옷(란제리) 시장은 오히려 호황을 누리고 있다. 2013년 3월 출범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체제 이후 중국에선 호화·사치 금지령이 내려져 고급 의류·가방 판매는 눈에 띄게 줄었다. 그 대신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면서 자기 만족감은 높은 고급 속옷을 사 입거나 선물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중국 정부의 부정부패 척결 운동이 ‘겉옷 아래 숨길 수 있는 속옷으로 사치를 누리자’는 신(新) 풍속도를 낳은 셈이다.


부패 척결에 의류·가방은 된서리
'숨길 수 있는 고급 란제리 불티

 제약업계에서 일하는 주위징(30)은 속옷을 사는 데만 한 번에 4000위안(약 70만원)을 썼다. 그는 “브래지어를 사는데 1000위안 정도 쓰는 건 아깝지 않는다”고 말했다. 속옷 사랑에는 남녀가 따로 없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春節)을 앞두고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금색과 붉은 색이 어우러진 남성용 팬티(430위안)도 선물용으로 인기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 보도했다.



 춘절 연휴를 맞아 선물용 고급 속옷들은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3000달러(약 330만원)짜리 실크 속옷과 300달러짜리 브래지어를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세계적 속옷 업체들도 중국인의 높아진 눈높이에 맞추려 중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속옷 기업 빅토리아시크릿은 지난달 중국 본토에만 9곳의 점포를 새로 열었다. 중국에 고급 속옷 매장을 낸 이탈리아 란제리 업체 라펠라는 지난해 중국·홍콩·대만 매출이 전년에 비해 42% 늘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앤설리번에 따르면 지난해 200억 달러에 달한 중국 속옷 시장은 올해 1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여성이 속옷에 쓴 돈은 2013년 69위안으로 2009년에 비해 79% 늘었다.



 중국의 선물·뇌물 리스트는 진화를 거듭해 왔다. 과거에는 빨간 세뱃돈 봉투인 홍바오(紅包)에 뇌물을 담아주는 것이 관행이었다. 시대가 변하면서 아이폰 등 전자제품도 뇌물로 등장했다. 시진핑 정부의 반(反)부패 운동이 본격화된 뒤에는 전자결제 상품권이나 여행권 선물까지 나왔다. 결제는 이미 상대방이 끝냈고 뇌물을 받는 사람이 일련번호만 입력하면 되는 시스템이다.



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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