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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나리조트 붕괴 참사 1년 … 같은 공법 부실 건물 아직도 수십 곳

중앙일보 2015.02.16 00:12 종합 21면 지면보기
마우나리조트


전북 김제시 하동의 지평선게이트볼장. 지난 13일 오후 10여 명의 노인들이 게이트볼을 즐기고 있었다. 이곳은 지난해 국토교통부와 전북도청의 안전점검에서 ‘정밀점검 필요’ 판정을 받았다.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 뒤 전국적으로 벌어진 철골사전제작(Pre-engineered Metal Building System·PEB) 건축물에 대한 일제조사 차원이었다. 본지가 입수한 안전점검 결과 보고서에는 ‘지붕의 철제 H빔을 접합하는 볼트 수가 부족해 H빔 사이에 간격이 벌어져 있다’는 지적사항이 있었다. 이날 확인해보니 완전히 접합되지 않아 중간이 벌어진 H빔들이 곳곳에 보였다. 왜 시정이 되지 않았는지를 김제시청 담당 공무원에게 물었다.

[세월호 10개월 대한민국 안전보고서] 1. 관리 제대로 안 되는 ‘철골사전제작’ 건축물
공장·창고·게이트볼 경기장 등
10곳 중 1곳 ‘정밀점검 필요’ 판정
H빔 벌어지고, 볼트 수 규정 어겨
당국, 현장조사 안 하고 ‘OK’ 사인



 “‘지평선게이트볼장’ 보수·보강 공사는 모두 끝난 겁니까?”



 “네, H빔 녹을 제거하고 페인트칠 새로 했습니다. 너트도 꽉 조였습니다.”



 “안전점검 보고서에는 ‘구조도면과 실제 시공된 볼트 개수가 다르다’고 나와있는데, 도면에 맞게 추가했습니까?”



 “….”



 그는 대답을 제대로 못했다. 게이트볼장 안전점검을 했던 한국시설안전공단이 지난해 10월에 낸 보고서를 보여주자 “그런 내용이 있었느냐”며 당황해 했다. 그는 “그 보고서는 받았지만 내용은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다”고 실토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이 게이트볼장은 건물의 뼈대 역할을 하는 철제 H빔끼리의 접합 부분에 설치하는 볼트 수가 설계도면과 다르게 시공됐다. 접합부마다 12개의 볼트로 고정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4∼10개만 썼다. 보고서에는 또 ‘일부 접합부에 벌어짐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시설안전공단은 볼트 추가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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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건물의 주인인 김제시는 지난달 전북도청에 게이트볼장의 보수·보강을 마쳤다고 보고했다. 녹을 제거하고 너트를 조였다는 내용이다. 볼트 추가 문제는 언급조차 돼 있지 않았다. 보고를 받은 전북도청은 게이트볼장을 ‘조치 완료’로 분류했다. 현장 조사는 없었다. 시설안전공단 관계자는 “볼트가 부족하면 접합부가 파괴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08년에 1493㎡ 크기로 지어진 이 게이트볼장은 하루에 20~30명이 사용한다. 게이트볼장의 흙바닥은 곳곳이 패여 있었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 때문이었다. 폴리카보네이트 소재로 된 지붕의 연결 부위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건축물 구조기술사 허재익(47)씨는 “비가 새면 건물의 뼈대인 H빔의 부식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마우나오션리조트 사고로 PEB 건축물이 안전에 취약하다는 것이 드러나자 정부는 ‘전수조사 및 안전 조치’를 약속했다. 그 뒤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합동으로 안전검검을 실시했다. 지난해 6∼9월에 이뤄진 이 점검에서 전체 PEB 건축물 1838동 중 175동(전체의 9.5%)이 정밀점검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볼트 접합·용접 상태 불량, 미세균열, 도면과 다른 시공 등이 이유였다. 그중 대부분이 공장이나 창고지만 게이트볼장처럼 다중이용시설도 있다.



 그렇다면 현재 이 175개 건물은 어떻게 처리됐을까. 서둘러 조치가 됐다면 정밀검사에 따른 보강 또는 정밀안전진단(정밀검사에서 문제가 큰 것으로 드러난 경우에 받는 추가 진단)이 끝났을 시점이다. 하지만 게이트볼장처럼 엉터리로 보강을 마친 곳이 있음이 확인됐다. 또 정밀검사를 늦게 실시해 아직 결과를 모르거나 이 검사를 아예 안받은 곳도 꽤 있다. 도처에 위험 PEB 건물이 있다는 얘기다.



 본지가 전북·충북·울산 등 세 지역을 표본적으로 확인한 결과 지난해에 정밀점검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은 40개의 건물 중 17개(42.5%)가 정밀점검을 실시하지 않았거나 실시했어도 아직 결과를 통보받지 못한 상태였다. 울산시의 자동차 설비 제조업체인 J사는 정밀점검 자체를 거부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시공사에서 와서 보고 갔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진숙 국토교통부 건축정책관은 “현행법상 정밀검사나 이에 따른 보강 조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다. 일단 이달 안으로 정밀점검 대상들에 대한 후속 조치 결과를 취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제시청 관계자는 “점검 보고서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잘못을 인정한다. 최대한 빨리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김제·울산·부산=김호·유명한·차상은 기자





◆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지난해 2월 17일 오후 9시쯤 경북 경주시 양남면 신대리에 있는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이 무너지면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한 부산외대 학생 등 10명이 숨지고 204명이 다친 사고. 철골사전제작(PEB) 방식으로 지은 체육관이 지붕에 쌓인 눈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수사결과 체육관 설계·시공·유지·관리 등이 부실해 일어난 ‘인재’로 밝혀졌다. 체육관 설계·시공·감리 담당자와 리조트 관계자 등 13명이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기소돼 이들에게 징역형·금고형이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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