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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장 팔린 뽕짝 메들리 … 막히는 귀성길 맞춤이네요

중앙일보 2015.02.16 00:09 종합 23면 지면보기
[사진 올라엔터테인먼트]
여왕은 여왕인데 ‘고속도로 여왕(하이웨이 퀸)’이라 불린다. 부른 노래가 차트 1위를 휩쓴다고 하는데 ‘길보드 차트 1위’다. 별칭에 고속도로와 길이 많이 붙어서일까. 전국 방방곡곡 노래 부르러 다니느라 1년에 지구 네 바퀴 반(18만㎞)을 돈다는 그는 트로트 가수 금잔디(36·본명 박수연·사진)다. 올해 설 연휴도 그는 귀성길의 동반자가 될 듯하다.


‘길보드 1위’ 트로트 가수 금잔디
박소희·수빈 이름 바꿔도 10년 무명
이젠 한 해 방방곡곡 18만㎞ 누벼
김연자·주현미·문희옥 잇는 스타로
‘오라버니’‘여여’ 등 정통 곡도
“이번 연휴엔 나훈아 ‘홍시’ 추천”

정통 트로트가 하고 싶어서 가요판에 뛰어들었다가 트로트 메들리로 소위 대박이 났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메들리 앨범 7개를 냈고, 누적 판매량이 200만 장 가까이 된다. 지난해 그룹 엑소의 앨범 ‘중독’이 38만 장 팔린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판매량이다.



  13일 서울 서소문로 본지 편집국에서 금잔디를 만났다. ‘하이웨이 퀸’의 인생 한 방을 들어볼까 했더니 굽이굽이 길었던 인생사가 끝없이 나온다. 그는 “사람들이 금잔디로 2009년 데뷔한 걸로 많이 알지만, 금잔디는 세 번째 활동 이름이고 데뷔연도는 2000년”이라고 말했다. 데뷔 이후 박소희·박수빈이란 이름으로 음반도 내고 활동했지만 모두 묻혔다. 금잔디가 되기까지 10년간 무명인처럼 살았다. 그는 “제2의 나훈아가 되고 싶다는 꿈으로 버텼다”며 한 곡조 뽑아낸다.



 “어메 어메 우리 어메/뭣 할려고 날 낳았던가/낳을라거든 잘 낳거나/못낳을려면 못낳거나/살자하니 고생이요/죽자하니 청춘이라.”



 나훈아의 ‘어메’다. 그가 하고 싶다는 ‘정통 트로트’다. 4분의 4박자 트로트 가락에 한풀이 가사를 얹는 노래다.



금잔디는 “어릴적 아버지가 고속버스 사업을 하셔서 동요보다 트로트를 더 많이 듣고 자랐다”고 했다. 하지만 중·고등학교 때 아버지 사업이 연거푸 망하면서 트로트는 그에게 속풀이 노래가 됐다. 대학(공주영상정보대학 실용음악과) 시절 1집 앨범을 낸 뒤 트로트는 그의 생계가 됐다.



 “나훈아처럼 연기하듯 노래부르고 싶어 동덕여대 방송연예학으로 편입한 뒤 밤업소 8곳을 뛰었어요. 오후 5시부터 새벽 2시까지 밤무대를 돌아다닌 덕에 3년 만에 빚을 갚았습니다.”



 빚에서 해방되고 나서 다시 가수 활동에 나섰지만 여의치 않았다. 금잔디로 개명한 뒤 첫 앨범(‘일편단심’)을 내고서야 대중의 호응이 왔다. 자신감이 붙었지만 노래할 무대가 많지 않았다. 이름이라도 더 널리 알리자 싶어 트로트 메들리 앨범 제작을 받아들였다. 그는 “메들리 가수라고 하면 시장바닥에서 노래나 부르는 가수라고 쉽게 생각하는데 나는 악착같이 불렀다. 메들리 한 곡 한 곡 재해석해서 새롭게 부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대성공이었다.



 당시 트로트 메들리계는 침체기에 빠져 있었다. 1980년대 초 ‘엔카의 여왕’으로 불리던 김연자가 ‘노래의 꽃다발’이라는 트로트 메들리 음반을 낸 것을 시작으로 주현미·문희옥·김용임이 쭉 메들리 여왕을 계승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90년대부터 대중가요 저변이 넓어지면서 트로트 메들리 시장은 시들해졌다. 금잔디는 “그러던 차에 제가 트로트 메들리 앨범을 새롭게 내놨고, 단박에 고속도로 휴게소 분위기를 확 바꿔 놨다”며 웃었다.



 트로트 메들리 앨범 덕에 ‘하이웨이 퀸’이라는 별칭도 얻었지만, 그가 하고 싶은 건 역시 ‘정통 트로트’다. ‘오라버니’ ‘여여’ 등의 노래가 담긴 앨범도 2.5집까지 냈다. 금잔디는 “이미지 관리상 메들리 앨범 제작을 그만하라고 주변에서 말하지만 내 노래로 즐거워하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낼 생각”이라고 했다. 설 귀성길에 들을 노래 하나 추천해 달라했더니, 역시 나훈아의 노래 ‘홍시’를 꼽는다. “엄마 생각 절로 나는 곡”이라는 설명도 곁들여서다.



◆ 금잔디 = 1979년생. 2000년 ‘영종도 갈매기’로 데뷔한 트로트 가수. ‘일편단심’ ‘오라버니’ 라는 노래를 불렀다. 정통 트로트를 고집하지만,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트로트 메들리 앨범이 대박나 ‘하이웨이 퀸’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30대 나이에도 꺾고 돌리는 트로트 창법을 제대로 구사한다는 평을 받는다.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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