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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이 노조에 가입? 조합원 900명 ‘청유’로 오세요

중앙일보 2015.02.16 00:04 종합 25면 지면보기
시작은 미약했다. 조합원은 23명. 상당수는 구직자였다. 서울시는 노조 설립신청을 받아주지 않았다.


“적법 노조” 판결 이끈 김민수 위원장
떼인 임금 등 연 300건 이상 상담
열정페이·피자배달 30분 이슈화
다음엔 ‘수당 없는 야근’ 정조준

 5년이 지난 지금, 조합원은 900명이 넘는다. 만 15세에서 39세까지, 아르바이트생부터 대기업 직원, 구직자까지 있다. 그동안 혁혁한 성과도 올렸다. ‘열정페이’(열정을 구실로 적은 임금으로 취업준비생 착취)를 이슈화했다. ‘피자 배달 30분제’ 폐지도 이끌어냈다. 한국 최초 세대별 노조를 표방한 ‘청년유니온’(이하 청유) 얘기다.



 청유가 다음달 창립 5주년을 맞는다. 마침 지난달 30일엔 적법한 노조라는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았다. 서울시를 상대로 낸 노조설립 반려처분 취소소송에서 5년 만에 승리한 것이다. 취업준비생, 불안정 노동에 시달리는 청년의 노동 3권을 인정받았다.



 노조를 이끄는 김민수 위원장(25·사진)은 6일 “당연한 결과”라며 “그동안 우리를 놓고 많은 이가 ‘노조가 맞다, 아니다’를 다퉜지만 묵묵히 노조의 길을 걸어왔다”고 했다.



청년유니온이 패션노조·알바노조와 11일부터 벌이고 있는 체불 임금 받기 캠페인 포스터. 영화 ‘범죄와의 전쟁’을 패러디했다. [사진 청년유니온]
 청유는 커피체인점 아르바이트생(2011년)부터 미용실 스태프(2012년), 학원 강사(2013년), 감정 노동자, 산학 협력 현장실습생(2014년)까지, 목소리를 내기 힘든 청년들의 삶을 세상에 알렸다. 지난달 ‘청년착취대상’에 이상봉 디자이너를 선정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이미 청유의 활동은 청년들 사이에 유명하다. 노조 홈페이지엔 이런 하소연이 잔뜩 올라와 있다. “어떻게 해야 알바 체불금액(155만원)을 빨리 받을 수 있을까요? 사장님은 연락 한 통 없는데 너무 분하고 억울합니다.”(26세 알바생) “프리랜서인데 업체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35세 여성)



 청유는 이런 노동 문제에 대한 상담을 매년 300건 넘게 무료로 해오고 있다. 3년여간 해온 일이다. 최저임금 시급(올해 5580원) 만큼인 조합비를 매달 내는 조합원이 아니어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떼인 돈 받아드립니다”가 대표적인 안내 문구다. 김 위원장은 “누군가에겐 100만원, 200만원이 작은 돈이겠지만 이들에겐 절박한 문제”라고 했다.



 조만간 청년을 착취하는 ‘블랙기업’도 선정할 예정이다. 기준을 정하기 위해 청년들에게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무료 야근’이 많이 지적됐다. “수당 없이, 이유 없이 일해야하는 야근은 주로 청년들에게 집중된다”는 거다.



 김 위원장은 커피숍 아르바이트생 출신이다. 막대한 등록금에 비해 배우는 게 적다는 생각에 대학(사회학)은 중퇴했다. 2010년 청유가 만들어질 때 조합원으로 들어와 지난해 위원장이 됐다. 내년 3월까지가 임기다. 그 이후의 길은 아직 그도 모르겠단다. 하지만 “청년 노동 현실을 개선하려면 할 일이 많다”는 스물 다섯 살 청년은, 당당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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