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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수? 기본이 먼저다 … 유재학 500승의 비결

중앙일보 2015.02.16 00:03 종합 26면 지면보기
프로농구 사상 첫 500승을 달성한 유재학 감독. [사진 KBL]


미국프로농구(NBA)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그레그 포포비치(66·미국) 감독은 지난 10일 통산 1000승(NBA 9번째)을 달성했다. 국내프로농구(KBL)에서는 사상 첫 정규리그 500승 감독이 나왔다. 만 가지 수를 가졌다는 ‘만수(萬手)’ 유재학(52) 모비스 감독은 15일 울산에서 SK를 70-60으로 꺾고 대기록을 세웠다.

이기적인 스타 팀에 도움 안 돼
2연패 이끈 벤슨, 뒷돈 요구 퇴출
세계농구 흐름 개인기보다 조직력
학교 교육, 기본기부터 가르쳐야



 모비스는 ‘한국의 샌안토니오’, 유 감독은 ‘한국의 포포비치’라 불린다. 1976년 NBA 가입 후 우승컵이 없었던 샌안토니오는 1996년 포포비치가 지휘봉을 잡은 뒤 다섯 번 우승을 했다. 기아 후신 모비스도 2004년 유 감독 부임 후 샌안토니오처럼 ‘팀 농구’를 펼쳐 네 차례 통합우승(2007·2010·2013·2014)을 달성했다. 500승을 거둔 유 감독에게 한국농구의 현재와 미래를 물었다.



 - 98년 당시 최연소 감독(35세)으로 대우증권(현 전자랜드)을 맡은 이후 884경기 만에 500승(승률 56.6%)을 거뒀다.



 “2006-07시즌 첫 통합우승을 확정한 경기를 잊을 수 없다(kt 전신 KTF와 챔피언결정 7차전 끝에 우승). 조동현(39·모비스 코치)은 무릎 연골이 닳아 장기간 입원했는데, 퇴원 후 야간훈련을 가장 먼저 나왔다. 난 타고난 선수보다 노력하는 선수에게 더 점수를 준다. 나도 현역 시절 작은 키(1m80cm)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 유재학-양동근(34·2004년부터 9시즌째 모비스 에이스)은 포포비치 감독-팀 던컨(39·97년부터 18시즌째 샌안토니오 에이스) 관계와 비슷하다.



 “샌안토니오는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함께 하는 농구를 한다. 감독이 선수를 믿으면 선수도 감독을 믿는다. 양동근은 대한민국 최고 가드가 됐지만 나태해지지 않는다. 솔선수범하는 던컨처럼 팀에 큰 영향을 끼친다.”



 - 지난해 9월 2연패를 이끈 로드 벤슨(31)을 쫓아냈다. 당시 벤슨은 뒷돈을 요구하며 농구공을 발로 찼다고 하던데.



 “연세대 코치 시절 최희암 감독님으로부터 원칙을 지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웠다. 이기적이지 않은 외국인 선수를 뽑아야 한다. 인성이 훌륭한 라틀리프(26)는 3시즌째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 통산 승리 2위(423승) 전창진 kt 감독은 교체설이 돌고, 최근 허재 KCC 감독이 자진사퇴했다. 전·현직을 통틀어 200승 감독은 9명에 불과하다.



 “눈 앞의 성적만 보고 감독을 바꾸는 팀은 오래 못 간다.” 모비스는 8위, 9위에 그친 적도 있지만 2010년 유 감독과 5년 재계약을 했다.



 - 지난해 대표팀을 이끌고 농구월드컵에서 5전 전패를 했다.



 “미국은 개인 위주의 농구를 한다. 반면 프랑스와 스페인은 조직 농구를 펼친다. 우리도 조직농구를 해야 하고, 그러려면 기본기가 뒷받침돼야 한다.”



 - 한국농구는 정상급 슈터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



 “과거 선배들이 농구를 잘한 건 맞지만 당시 수비가 허술했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수비가 엄청나게 발전했다. 그런데 한국의 공격이 수비의 발전 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다. 학교에선 기본기가 아니라 이기는 법만 가르친다.”



 지난해 그는 인천 아시안게임 우승을 이끈 뒤 “우리나라엔 1대1 상황에서 수비를 제칠 능력이 있는 선수가 없다. 10년 이상의 플랜을 갖고 학교에서부터 농구 기본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프로농구가 다음 시즌부터 2·4쿼터에 외국인 선수 2명 동시 출전을 허용한 것에 대해선 “국내 선수들의 경쟁력을 고려했을 때 옳은 결정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일갈했다.



 - 유 감독의 KBL(한 시즌 54경기) 승률을 NBA(82경기)로 환산하면 760승 정도다.



 “17시즌을 한 번도 안 쉬고 달려왔더니 몸이 지친다. 농구 대표팀도 축구처럼 전임 지도자가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표팀은 당장의 성적보다 미래를 봐야 한다. 선수들이 풍부한 중국은 한 번에 전원을 교체하기도 한다. 우리는 조성민(32·kt) 등 30대 초반 몇 명을 남기고 체계적으로 세대교체를 해야 한다.”



 유 감독은 ‘만수’가 아니라 ‘기본’을 계속 강조했다. 어린 시절부터 기본기를 잘 만들어야 하고, 팀을 위해 희생할 줄 알아야 감독의 ‘만수’도 발휘될 수 있다고 믿는다.



 - 어떤 감독으로 기억되고 싶나.



 “선수들은 내게 잔소리를 많이 들어서 정이 남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유재학 감독 밑에서 농구 제대로 배웠다는 말을 듣고 싶다.”



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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