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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클립] 뉴스 인 뉴스 <263> 중국 택시앱 ‘디디다처’ 창업자 청웨이

중앙일보 2015.02.16 00:02 경제 8면 지면보기
신경진 기자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은 중국으로 건너와 레이쥔(雷軍)의 샤오미(小米)를 만들었다. 온라인 쇼핑몰 이베이는 중국에서 마윈(馬雲)의 타오바오(淘寶)가 됐다. 트래비스 칼라닉(39)이 2009년 창업한 우버(Uber) 역시 중국에서 새롭게 변신했다. 지난해 보조금 전쟁을 거치며 14억 중국인의 생활필수품이 된 모바일 택시 앱 디디다처(滴滴打車)를 만든 청웨이(程維·32)의 성공스토리를 소개한다.


2년 반 만에 이용자 1억5000만 명 … 중국인 외출 방식 바꿨다



중국 베이징에서 샤오쥐커지(小桔科技·Small Orange Beijing Technology, 이하 디디)라는 회사를 모르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이 회사의 주력제품인 디디다처(滴滴打車·택시 예약 앱)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난해 6월 9일은 디디의 설립 2주년이었다. 이날 비좁던 사무실에서 넓고 쾌적한 곳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이사 당일 청웨이는 10여 명의 택시기사를 집들이에 초대해 관련 애로사항과 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청웨이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택시 기사들과 소통을 한다. 부서마다 택시 기사들을 초대해 업무상 교류를 하고 있다”고 지난해 월간 ‘중국기업가’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날 행사에 초대된 기사 중에는 58세의 멍(孟)씨도 있었다. 멍씨는 스마트폰 문외한이었다. 디디다처 직원이 그를 찾아와 위치 설정, 와이파이 사용 및 예약 받기 같은 기능을 일일이 가르쳐줬다. 이후 멍씨는 디디다처 전도사가 됐다. 청웨이의 ‘O2O(Online to Offline) 경영’이 거둔 성과다.





알리바바 자회사 영업사원으로 출발



청웨이


 디디다처를 만든 청웨이는 1983년 장시(江西)성 동북부에 위치한 상라오(上饒)시에서 태어났다. 2005년 베이징화공대를 졸업한 뒤 알리바바그룹에 입사했다. 알리바바의 기업간거래(B2B)를 담당하는 자회사에서 영업을 맡았다. 능력을 인정받은 청웨이는 알리바바 창립 이래 최연소 부문 매니저로 승진했다. 그는 6년 동안 인터넷 제품을 일선에서 판매했다. 고객사를 직접 방문하면서 마케팅 능력을 착실히 쌓았다. 2011년에는 알리바바의 모바일 지불 서비스인 즈푸바오(支付寶·알리페이)의 기업소비자간거래(B2C) 부총경리로 승진했다. 마케팅뿐만 아니라 인터넷 운영까지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 청웨이는 이 때 모바일 지불시장의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발견했다. 2012년 6월 알리바바에 사표를 던졌다. “14억 중국인을 위해 낡은 교통 시스템을 변혁하겠다”는 도전장을 내고 디디를 세웠다.



 당시 택시앱은 중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낯선 서비스였다. 지인들은 모두 미래를 비관했다. 모바일 인터넷회사를 자처한 디디는 창업 3개월만에 디디다처를 출시했다. 대부분의 택시 기사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창업 초 청웨이는 역발상 전략을 세웠다. 오프라인을 먼저 공략했다. 직원들을 현장으로 보냈다. 택시기사를 직접 만나 기사용 단말기를 보급했다. 일군의 디디다처 기사 대오가 갖춰졌다. 이어 고객용 택시앱을 출시했다. 공격적인 광고도 시작했다.



 청웨이의 행보에 벤처투자사가 주목했다. 12월 진사장(金沙江) 창투사로부터 300만 달러(33억원)를 유치했다. 이듬해인 2013년은 도약을 위한 준비기였다. 4월 텅쉰(騰訊·텐센트)그룹으로부터 1500만 달러(165억원)를 투자받았다. 이 투자는 2014년 즈푸바오 부총경리 출신의 청웨이와 웨이신즈푸(微信支付·텅쉰의 지불결제대행 서비스인 텐페이)의 전략적 협력으로 이어졌다.



 알리바바의 투자를 받은 ‘빨리빨리’란 의미의 콰이디다처(快的打車)와 디디다처의 보조금 전쟁이 2014년 연초를 달궜다. 1월 10일 디디다처가 웨이신즈푸로 결제하는 승객과 기사에게 각각 10위안(1750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20일 콰이디다처가 승객과 기사에게 각각 10위안 보조금을 지급하며 응전해 왔다. 양사의 소모전은 5월에 일단 잠잠해졌다. 이때까지 디디가 쏟아 부은 보조금은 14억 위안(2450억원), 콰이디는 10억 위안(1750억원)에 달했다. 보조금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7월 9일 건당 2위안의 기사 보조금이 부활했다. 보조금 전쟁은 소모전만은 아니었다. 그 사이 2200만명이던 디디다처 사용자가 1억명으로 폭증했다. 1월 10일 32개 도시에서 일평균 35만 건이던 예약이 2월 24일 120개 도시 316만 건으로 늘었고, 3월 28일에는 178개 도시 521만 건으로 급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淘寶)의 모바일 주문 건수보다 많은 수치다.





현재까지 총 투자유치액 8900억원



14일 합병한 택시앱 콰이디다처(왼쪽)와 디디다처. [사진 이매진차이나]


 청웨이는 수치에만 매달리지 않았다. 14억 중국인의 외출방식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의식주행(衣食住行)을 나눠볼 때, 의류업은 타오바오가 10여 년간 홍보했지만 온라인 구매 비율은 아직 5%에 머물고 있다. 식품업의 온라인 구매 비율은 고작 1% 남짓이고, 주거 관련 온라인 활용 비율은 더더욱 낮다. 하지만 이동수단에 해당하는 택시업계에서는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중국인이 택시를 잡는 횟수 중 30~50%가 택시앱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보조금 전쟁에서 추출한 사용자 빅데이터는 디디가 배차 성공률 90%를 달성하는 기반이 됐다. 정제된 빅데이터와 디미(滴米·자체포인트) 누적 시스템을 갖춰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 모바일 지불 서비스를 생활화 시킨 것은 부수효과였다.



 텅쉰과 알리바바의 대리전이 된 디디와 콰이디의 보조금 전쟁은 디디의 압승이었다. 1년 사이에 디디의 시장점유율은 75%를 차지했다. “친구 네 명 중 세 명은 디디 고객”을 광고카피로 내세우며 각인 효과를 노렸다. 중국 인터넷 트래픽 분석업체인 토킹 데이터(Talking Data)에 따르면 중국 택시앱 분야에서 디디다처 고객의 월간 앱사용빈도는 콰이디다처의 두 배로 조사됐다. 보조금 전쟁 전인 2013년 12월과 비교하면 지난해 10월 디디다처의 사용자 수는 688.1%, 올 초 1월과 비교해도 166.1% 늘어났다. 앱 출시 2년 반 만에 사용자 수는 1억5000만 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5월 청웨이는 제품의 한자를 디디(??)에서 디디(滴滴)로 바꿨다. 자동차 클랙슨 의성어 ‘뛰뛰빵빵(??)’에서 ‘물방울이 돌을 뚫는다(水滴石穿·수적천석)’ ‘물 한방울을 베풀면 용천수가 되어 돌아온다(滴水之恩 涌泉相報)’는 의미를 더했다. 심각한 교통체증과 비효율적인 대중교통 시스템, 기존 업계를 변혁하기 위한 도전이 본격화됐다.



 디디는 지난해 1월 중신(中信)산업펀드 6000만 달러, 텅쉰 3000만 달러, 기타 1000만 달러, 총 1억 달러의 3차 투자금 유치에 성공했다. 12월에는 7억 달러(7576억원)에 달하는 4차 투자에 연달아 성공했다. 싱가포르의 테마섹, 러시아 국제투자그룹인 DST, 텅쉰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지금까지 디디의 투자 유치 총액은 8억1800만 달러(8964억원)에 이른다. 중국의 인터넷 기업이 상장 전에 유치한 투자금으로 최대 기록이다. 디디 이전에는 중국판 유튜브로 불리는 유쿠(優酷)의 1억2000만 달러(1315억원)가 1위였다. 디디는 유쿠의 7배가 넘는 액수를 기록 중이다.





‘중국판 우버’ 디디좐처도 런칭



 돈만 몰린 것이 아니다. 7월에는 IBM의 PC부분을 인수한 레노버의 창업자 류촨즈(柳傳志)의 딸인 류칭(柳靑·37)이 골드만삭스 아태지역 전무직을 내던지고 디디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합류했다. 지난 4일에는 신설된 총재직에 올랐다. 청웨이와 류칭의 사무실은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맞붙어 있다. 중국 최고급 알고리즘 전문가 등 800여 명의 기술진이 디디의 연구개발(R&D)을 책임지고 있다.



 청웨이는 지난 8월 두 번째 모험을 시작했다. 그는 우버의 창업자 트래비스 칼라닉을 두 차례 만났다. 칼라닉은 디디 인수를 제안했다. 이를 거절한 청웨이는 우버와 유사한 기사를 포함한 비즈니스 전용차 렌트 서비스인 디디좐처(滴滴專車)를 런칭했다. 100억 위안(1조7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중국 전용차 시장에서 새로운 전쟁이 시작됐다. 경쟁사, 규제를 앞세운 정부, 기득권 침범을 우려한 택시업계로 전선이 넓어졌다. 디디좐처는 모바일 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승객과 기사 이름·휴대폰 번호·차량 넘버·승하차 위치 등이 투명하게 공개된다. 고객은 자신이 원하는 차량의 종류와 모델을 선택하고 제3자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규격화된 정가·서비스 관리 시스템·보험배상 체계까지 갖췄다. 하지만 아직 디디좐처는 중국에서 ‘신분’이 모호하다.



 지난해 10월 중국 국무원 교통운수부의 류샤오밍(劉小明) 운수국장이 디디 본사를 시찰했다. 청웨이와 류칭의 브리핑을 받은 류 국장은 디디의 비즈니스 모델과 운영 방식에 큰 관심을 표명했다. 중국 정부는 택시와 관련해 “사람을 근본으로 하고(以人爲本·이인위본) 이노베이션을 장려하며(鼓勵創新·고려창신) 유리한 것은 추구하고 해로운 것은 피하고(趨利避害·추리피해) 규범화해 관리한다(規範管理·규범관리)”는 16자 방침을 내놓았다. 일부 지방정부가 디디좐처를 ‘헤이처(黑車·불법영업차량)’로 간주했지만 융통성을 발휘할 여지는 남아있다. 중국은 수많은 지방정부가 행정서비스를 놓고 경쟁하는 나라다. 정치가는 실적을 기반으로 승진한다. 경쟁력 있는 행정서비스가 전국으로 쉽게 확산될 수 있는 이유다. 청웨이가 디디좐처의 미래를 낙관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2014년 중국의 택시 시장규모는 380억 위안(6조7000억원)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27%다. 택시회사가 보유한 택시 총량은 40만 대로 미국 500만 대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청웨이는 지난해 말 ‘경제관찰보’ 인터뷰에서 경영컨설팅사인 롤랜드버거의 보고서 ‘2025 커넥티드 모빌러티’를 인용해 이렇게 말했다. “세계 30대 도시는 해마다 교통 문제로 2660억 달러(291조원)를 낭비하고 있다. 디디는 모바일 인터넷 기술을 이용해 교통 수단 사이의 폐쇄된 시스템을 파괴하고 있다. 디디의 꿈은 더욱 스마트한 이동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14일 디디는 경쟁사 콰이디와의 합병을 선언했다. 양사는 각각 브랜드는 유지할 계획이다. 합병사의 시가총액은 60억 달러(6조6018억원)에 이른다. 청웨이 성공스토리의 새로운 막이 올랐다.



신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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