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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고 상처난 과일로 잼 … 농가 시름 날린 ‘이런쨈병’

중앙일보 2015.02.16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때론 작지만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가 ‘상생’이란 큰 열매를 맺기도 한다.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의 상생
버려지던 과일 가격 보전해 주고
판매 수익금은 다시 재해 농가에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36·사진) 오리콤 부사장이 오는 16일 출시하는 ‘이런쨈병’이 바로 그런 케이스다.



 이런쨈병은 나무에서 일찍 떨어지거나 상처가 나 상품가치가 없다고 여겨진 과일로 만든 잼이다. 수익금 전액을 사회에 돌려주는 사회적 브랜드로, 농부들이 채 익기도 전에 떨어지거나 상처를 입은 과일들을 주워올리며 ‘이런 젬병!’하고 속상한 마음을 표현하는 소리를 브랜드 이름으로 활용했다.



 “조금 먼저 떨어졌다고 해도, 나뭇가지에 살짝 스쳤다고 해도 맛이나 영양에는 차이가 없거든요. 그런데도 농부들이 1년 내내 애지중지 키운 과일들이 제대로 거래가 되지 않는 유통구조와 편견을 조금씩이나마 바꾸고 싶었어요.” 박 부사장의 말이다.



떨어지거나 상처난 과일로 만든 잼 ‘이런쨈병’. 판매 수익금을 100% 농가에 돌려준다. [사진 오리콤]
 농부들의 시름거리를 ‘자랑스런 상품’으로 바꾼 아이디어는 그의 아버지에게서 나왔다. 박용만 회장은 지난 2012년 9월 태풍 볼라벤과 덴빈으로 낙과 피해를 입은 농가를 돕기위해 배 450박스와 사과 131박스 등 총 1235만원 어치의 과일을 구매해 전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선물했다. 이를 지켜본 박 부사장은 낙과를 모아 잼을 만들어 팔면 상품가치를 되살리고 농가도 돕는 일석이조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마음을 병 디자인에도 담아 ‘다람쥐도 욕심 낸 꿀밤으로 만든 잼’, ‘참새가 찜 했던 꿀배로 만든 잼’이란 주제로 삽화를 그려넣었다. 이번 사업은 100% 천연재료로 잼을 만드는 식품 브랜드 ‘인시즌’과 함께 하기에 더욱 뜻깊다. 인시즌을 만든 이소영·김현정 씨 역시 농사짓는 부모님이 상처가 난 과일을 떨이로 팔며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고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오리콤은 우선 ‘이런쨈병’을 4년째 후원중인 옹달샘 지역아동센터 등 보육원 3~4곳에 보낼 계획이다.



 가격은 농가와 협의해 결정할 예정이며 설 연휴가 끝나면 온라인에서 판매를 시작하기로 했다. 수익금 전액은 자연재해 등으로 피해를 본 농가에 돌려준다.



 박 부사장은 지난해 6월에도 미혼모를 방지할 목적으로 콘돔 브랜드 ‘바른생각’을 만들었다. 수익금은 역시 전액 사회공헌활동에 쓰고 있다. 우리나라의 미혼모 문제는 세계적으로도 심각하며 낙태건수 연간 30만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낙태율 1위라는 오명을 얻고 있다. 바른생각은 광고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으로만 하지만 현재 국내 콘돔 시장에서 4~5위를 차지하고 있다. 바른생각 판매를 담당하는 빅앤트인터내셔널은 지난해 12월부터 아동보육시설 선덕원을 후원하는 동시에 수익금 일부로 청소년용 성교육 영상 콘텐트를 제작하고 있다.



박 부사장은 광고계 등용문으로 불리는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 출신으로 2006년 광고회사 빅앤트를 설립했다. 빅앤트는 지난해 10월 두산그룹 계열 광고회사인 오리콤과 통합했으며 이후 박 부사장도 오리콤에 합류해 광고 캠페인을 총괄하고 있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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