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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피아·관피아 빠진 자리 … 사외이사 어디 없소

중앙일보 2015.02.16 00:02 경제 1면 지면보기
연초부터 금융권에 인사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지난해 말 이후 업계와 당국의 잇따른 수장 교체에 이어 사외이사진 물갈이가 본격화하면서다.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편’ 드라이브에 관료·교수 출신이 퇴조하는 가운데 과거에 볼 수 없던 파격 인사도 속출하고 있다. 업계와 당국에 세대교체의 흐름도 나타나면서 1960년대생이 전면에 부상하기 시작했다. KB금융은 사외이사진을 27일 이사회, 3월 주총을 통해 전면 교체할 예정이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선정한 이사진의 면면은 예전과 사뭇 달라졌다. 지난해 내분사태 당시 사외이사 9명 중 6명이 현직 교수, 2명은 관료·한국은행 출신이었다. 업계 출신은 황건호 전 금융투자협회장이 유일했다.


금융권 거센 인사 바람
교수·관료 비중 줄이는 추세
마땅한 인물 찾기 힘들어
KB, 전 신한CEO 파격 발탁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최영휘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이다. 라이벌 업체의 핵심 임원 출신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건 그간 주요 금융지주에선 유례가 없는 일이다. 여기엔 윤종규 회장의 뜻이 강하게 반영됐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신한은행에 빼앗긴 ‘리딩뱅크’(선도은행) 지위를 되찾아야 한다며 임직원들에게 “신한을 배우라”고 주문해왔다. 이어 사외이사로도 신한을 잘 아는 인물을 영입한 것이다. 또 다른 사외이사 후보인 박재하 아시아개발은행(ADB)연구소 부소장 역시 신한은행 사외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맡았던 경험이 있다. 주주 제안을 통해 추천된 인사전문가 이병남 LG인화원 사장도 최종 후보 명단에 포함됐다.



 이와 달리 관료 출신은 배제됐다.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지낸 김중회 현대카드 고문이 7명의 후보에 포함됐지만 본인이 고사해 결국 빠졌다. 현직 교수도 최운열(서강대), 한종수(이화여대), 김유니스(이화여대 로스쿨)씨 등 세 명으로 확 줄었다. 이들 역시 실무 경험이 많은 인사란 점에서 과거 사외이사들과는 차별화된다. 최운열 교수는 금융통화위원, 한국금융학회장, 한국증권학회장을 거친 재무 전문가다. 김유니스 교수는 한국씨티은행 부행장보, 하나금융 준법감시 담당 부사장을 역임했고 한종수 교수는 삼일회계법인 회계사 출신이다. 사외이사의 경력이 다양화한 것 외에 사내이사가 늘어나는 것도 특징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사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지주사 부사장 등 1~2인을 사내이사로 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KB금융형 사외이사 물갈이’는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권으로 점차 확산될 예정이다. 지난해 KB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만들어 올해부터 적용하도록 했다. 사외이사에 대한 견제·감시 장치를 늘리도록 했다. 인적 구성에서도 교수·관료 출신 비중을 줄이고 현직 경험자를 보강하도록 한 게 골자다. 때맞춰 주요 금융사의 사외이사 임기도 올 3월 대거 만료될 예정이다. 신한금융은 전체 10명 중 8명, 신한은행은 6명 중 5명의 사외이사 임기가 끝난다. 하나금융과 하나은행은 각각 4명, 외환은행도 5명의 사외이사 임기가 만료된다.



 업계에선 ‘인물난’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관료와 금감원 출신의 업계 진출이 사실상 봉쇄된 상황인 데다 사외이사의 자격도 까다로워져 마땅한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KB금융 사외이사를 고사한 김중회 현대카드 고문은 현대중공업 사외이사로 갈 예정이다. 은행권 CEO들의 임기도 속속 만료되면서 인사 바람이 더 거세질 전망이다. 신한은행은 이달 내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열고 투병 중인 서진원 행장의 후임을 결정할 예정이다. 하나금융도 16일부터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김정태 회장의 연임 여부 등을 논의 한다.



 업계는 물론 감독당국의 임원진도 대폭 물갈이됐다. 15일 금감원은 김영기(업무총괄)·권순찬(보험)·양현근(은행감독)·이상구(은행검사)·조두영(공시) 등 5명의 신임 부원장보와 박희춘 회계담당 전문심의위원을 임명했다. 진웅섭 원장, 서태종 수석부원장 취임으로 한층 젊어진 수뇌부에 맞춰 60년대생이 전면으로 부상한 것이 특징이다.



조민근·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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