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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멋있게 … 남다른 韓菓 인생

중앙선데이 2015.02.14 02:31 414호 32면 지면보기
저자: 김규흔 출판사: MID 가격: 2만원
제목만 보았을 때는 설을 즈음해 내놓은 그렇고 그런 한과 레시피 책인 줄 알았다. 물론 그런 내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책 곳곳에 숨어있는, 재료와 기법 소개를 넘어서는 한과의 다양화와 대중화와 세계화를 향한 한 인간의 열정이야말로 이 책의 진미다.

『한국의 전통과자』

저자 김규흔의 이름 앞엔 두 가지 타이틀이 붙어있다. 하나는 2005년 당시 농림수산식품부가 지정한 ‘식품명인(유과·약과 제조 가공)’이고, 다른 하나는 2013년 고용노동부가 지정한 ‘대한민국 한과 명장 1호(약과분야)’다. 영덕 바닷가에 살던 소년은 어떻게 대한민국이 인정하는 한과 전문가가 됐을까.

시작은 인연이었다. 선본 처녀의 형부가 한과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던 것. 처녀와 연을 맺고 한과공장에서 관리자로 일을 하면서 ‘나도 한과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망이 전율처럼 그를 훑고 지나갔다. 스물일곱에 독립해 월계동 시장통에 조그마한 한과가게를 차렸다. 문제는 거래처. 친분이 있던 도매상을 가까스로 설득해 두 상자씩 납품을 하게 됐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었다. 도매상 주인이 납품 시간을 빈번하게 바꾸는 것이었다. 우연히 알게 된 이유는 그에게 충격이었다. 백여 상자씩 납품하는 다른 업자와 마주치지 않게 하려는 속 깊은 배려였던 것이다. “그날 참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가진 것을 무기로 휘두르지 않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 큰 거래처가 아닌 작은 거래처도 소중히 하며 마음까지 살피는 자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허세가 아닌 진실성과 성실성 그리고 노력하는 모습이라는 것 등등.”

자신을 믿어준 사람을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각오는 바로 만든 최선의 한과만 공급하겠다는 신념을 낳았고 행동으로 이어졌다. 그는 한과를 만들 때마다 제작일지를 만들었다. 특이사항은 물론이고 그날의 일기와 습도, 온도까지 세심하게 기록했다. 이렇게 모인 성공과 실패의 작은 원인과 변수들은 정보의 거대한 보물창고가 됐다.

남다른 한과를 만들기 위한 그의 노력은 흥미진진하다. 색다른 모양을 만들면 다른 곳에서 바로 따라왔기에 그가 주력한 것은 맛이었다. 계피맛 약과와 생강맛 약과에 이어 초콜릿 한과와 고추 한과, 녹차·키토산·인삼 등 기능성 한과로 영역을 넓혔다. 또 고급화를 위해 개별포장을 처음 도입했다. 시장통 과자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세운 대형 백화점 입점이라는 목표는 7년 만에 성사시켰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초콜릿 한과에 대한 특허를 취소해달라는 소송도 겪었고, 누가 먼저 개발했는지를 두고 경쟁 업체와 갈등에 휩쓸리기도 했다. “그 답답한 심정을 모두 한과개발에 쏟았다. 한발이 아니라 두세 발 앞서가면 더 이상 말도 안 되는 시비를 걸지도 못하리란 믿음 때문이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86아시안게임 협력업체, 88올림픽 선수촌 납품에 이어 2000년 제 3차 ASEM 다과상품 공급, 2004년 ‘전통식품 세계화를 위한 품평회’ 금상, 2008년 경기도 포천에 한과문화박물관 ‘한가원’ 개관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제 한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라는 새로운 꿈을 꾼다.

그는 말한다. “새로움 속에 길이 있다. 발전하는 한과만이 사람들의 외면을 받지 않고, 역사 속에 묻히지 않고, 세계로 나아갈 것이라고 믿는다”고.


글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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