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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총리 인준에 어른대는 지역주의 망령

중앙선데이 2015.02.14 23:44 414호 2면 지면보기
지난 한 주를 뜨겁게 달궜던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우리에게 또 하나의 과제를 던져 줬다. 후보자를 둘러싼 여야 공방이 지역주의에 치우친 날 선 주장으로 이어지면서 지역감정이라는 해묵은 갈등이 다시 불거졌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증인으로 출석한 강희철 충청향우회 명예회장은 질의하던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야당 의원들에게 “충청에서 총리 후보가 나오는데 호남 분이 계속 질문한다”며 지역감정의 불을 붙였다. 충청도 출신 총리가 나오려는데 호남 출신 의원들이 제동을 건다는 식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었다. 애향심의 발로로 넘기기엔 지나친 발언이었다. 국무총리에 충청 총리, 호남 총리가 따로 있나. 총리가 무슨 지역 대표인가.

 그의 발언이 나온 뒤 여야의 행태는 더 한심했다.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문재인 대표가 호남 총리론을 내세우며 지역 정치를 조장했다”고 비난했다. 새정치연합도 이에 맞서 ‘새누리당이 궁지에 몰린 이완구 총리 후보자를 구하기 위해 저급한 지역감정을 들고 나왔다’며 역공에 나섰다. 이어 지난달 말 호남 총리론을 언급했던 문재인 대표가 국민 여론조사를 통해 총리 인준 여부를 결정하자고 주장하자, 특정 지역의 민심을 의식한 정치적 제스처라는 비판을 받기에 이르렀다.

 청문회 막판에 난무한 지역감정 공방은 우리 정치사에 또 하나의 퇴행적인 정치 행보로 기록될 만하다. 잊을 만하면 나오는 특정 지역 홀대론이 정치 담론을 점령하면서 총리의 자격을 따지는 청문회가 저급한 지역감정의 싸움터로 변질돼 버렸다. 이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우리 정치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나’라는 실망감에 다시 한번 정치불신만 확인하고 말았다. 호남선 KTX의 노선을 둘러싸고 지역 갈등을 경험한 바 있는 정치권이 또다시 지역주의를 불쏘시개 삼아 대치 정국의 주도권을 쥐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지역 프레임은 그동안 한국 정치에서 정세가 불리할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들고 나왔던 전술이었다. 이번엔 정치적인 실리를 노리고 망국적 동서 간 지역갈등을 충청권으로까지 확대시키려는 모습이다. 그 반(反)역사적인 정치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지역갈등 치유에 앞장서야 할 정치인들이 지역주의를 선동하는 것은 이제 사라져야 할 구태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모든 국정 역량을 총동원해도 풀기 어려운 난제들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출신 지역을 기준으로 편 가르기나 하며 국론을 분열시켜도 되나. 국민 대통합이 시대적 과제로 등장했는데 여야 할 것 없이 지역 타령이나 하고 있는 게 우리 정치권의 수준인가. 당장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의식해 지역감정에 호소하는 전술은 공멸의 지름길임을 인식해야 한다. 지역과 출신을 불문하고 산적한 국가 현안을 해결하는 데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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