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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영웅 시리즈 〈41〉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기술 고문

온라인 중앙일보 2015.02.15 00:01

하버드 중퇴 후 벤처기업에 몰두

빌 게이츠 3세(60) 마이크로소프트(MS) 기술고문에게 올해는 특별한 한 해다. 1975년 친구 폴 앨런과 함께 창업한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올해로 창업 40주년을 맞기 때문이다. MS는 오랫동안 ‘세계 최고의 기업’ 자리를 지켜왔다. 이 기업을 세운 게이츠는 지난 40년간 전 세계 정보기술(IT) 혁명의 선두에 섰다.

게이츠는 컴퓨터 운영체계(OS)인 MS-DOS와 윈도우즈를 개발해 개인컴퓨터(PC) 시대를 선도했다. 수많은 사람이 게이츠를 ‘따르고 싶은 엔지니어’ 1위로 꼽는다. 자신이 개발한 OS를 통해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정보기술(IT) 시대의 상당 부분은 게이츠의 창의력과 열정이 낳은 결과다.

게이츠는 하버드대 경제학과에 진학했지만 20세에 중퇴했다. 공부와 일 사이에서 일찌감치 선택을 끝낸 그는 MS를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키웠다. 게이츠의 진취적인 삶은 전 세계 벤처 기업인이 보고 배울 ‘벤치마킹’ 대상 1호가 됐다. 젊은 시절 맨손으로 창업해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과감한 도전을 통해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성공도 실패도 아닌 첫 창업

흔히 ‘빌 게이츠’는 성공만 한 사람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도 창업 초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게이츠는 공동창업자인 폴 앨런과 레이크사이드스쿨 동기다. 게이츠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능력과 열정이 있었고, 앨런은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많았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능력을 어떻게 결합해 사업에 이용할까 고민하다 1972년 트래프-오-데이터(Traf-O-Data)라는 회사를 세웠다. 설립 목적은 특정 도로와 관련한 1차 자료를 읽어 도로 구간별 평균 주행속도를 산출, 교통 엔지니어들에게 제공하는 것이었다.

당시 미국 연방 정부와 지방 정부는 도로변에 교통량 산출기라는 도구를 설치해 도로 상황을 파악했다. 이 원시적인 도구는 지나가는 자동차 때문에 생기는 바람의 속도와 시간을 종이테이프에 기계적으로 구멍을 뚫는 방식으로 16비트 데이터로 기록했다. 교통 당국은 이를 지역기업에 맡겨 읽어낸 다음 교통 정책에 반영했다. 게이츠와 앨런은 이 데이터를 더욱 값싸고 효율적으로 읽는 방법을 개발해 하청 계약을 따내려고 했다.

두 사람은 지루한 수동 작업 대신 데이터를 자동으로 읽는 도구를 개발했다. 당시 막 나왔던 인텔8008 마이크로칩을 활용했다. 컴퓨터를 이용해 데이터를 읽는 장치를 개발한 것이다. 하지만 비즈니스적으로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교통데이터 수집 방식이 바뀌어 하청 계약이 종료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험은 MS 창립에 엄청난 교훈과 아이디어를 안겨줬다. 반복적이고 어려운 일을 줄이기 위해 기계를 이용해야 하며, 기계를 컴퓨터와 결합해 일을 자동화하고, 이를 구동할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특히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소프트웨어 하청 사업으로 재도전

두 사람은 1975년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주는 하청 사업으로 두 번째 일을 벌인다. 뉴멕시코주에 있는 MITS(Micro Instrumentation and Telemetry Systems)라는 전자 회사가 고객이었다. 미국 공군에서 일하던 에드 로버츠와 포레스트 밈스가 1969년 창업한 MITS는 원래 로켓에 쓰는 원격측정 장치를 소형화하는 것이 사업 목적이었다. 하지만 전자계산기의 사업성을 눈여겨본 창업주들은 회사를 1971년 전자계산기 제조업체로 전환했다. 여기서 벌어들인 돈을 바탕으로 1975년 퍼스널 컴퓨터 사업으로 업종을 다시 갈아탔다. 전자계산기 업계의 출혈 경쟁 탓에 수익성이 악화돼 새로운 사업 모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MITS는 1975년 세계 최초의 상업용 퍼스널 컴퓨터인 앨테어8800을 개발했다. 당시 인텔이 개발한 인텔8080CPU(중앙연산장치)를 썼다. CPU 용량이 256바이트에 불과한 원시 컴퓨터였다. 소프트웨어가 따로 없었고 연산 처리 결과도 깜빡이는 불빛으로 나타나 이를 해독할 수 있어야 쓸 수 있었다. 그래도 당시로선 획기적인 도구인지라 전자 관련 취미잡지인 ‘포퓰러 엘릭트로닉스’ 1975년 1월호에 표지로 소개됐다. 이를 본 앨런은 두 사람이 불빛 데이터를 해독할 수 있는 베이직 해석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이츠가 해석 프로그램과 관련한 작업을 한 적이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MITS에 연락을 하자 시연을 해보라는 제안이 돌아왔다. 당시 워싱턴대 학생이던 앨런은 시뮬레이터를 만들고, 하버드대 학생이던 게이츠는 해석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1975년 3월 MITS 본사에서 진행된 시연에서 흠잡을 데 없이 잘 가동됐다. MITS는 이 프로그램에 ‘앨테어 베이직’이라는 이름을 붙여 자사 PC에 쓰겠다고 약속했다. 이 사업을 위해 두 사람은 한 달 뒤인 4월 4일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 회사를 세웠다. 게이츠는 이 때 하버드대 경제학과를 중퇴하고 최고경영자를 맡았고, 앨런은 마이크로소프트라는 회사 이름을 지었다.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이름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시작은 이렇게 소박한 소프트웨어 하청기업이었다.


세계 1~2위의 거부로 성장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에 따르면 2015년 1월 현재 게이츠의 재산은 811억 달러로 멕시코의 카를로스 슬림에 이어 세계 2위다. 재산이 세계 1~2위를 오르내리는 정도쯤 되면 중요한 건 액수가 아니다.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에 대한 평가가 좌우된다. 게이츠는 그 방법을 일찍 깨달았다. 기부를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쓰는 것이다. 게이츠는 ‘부자들은 재산을 최소한만 자식들에게 상속하고 나머지는 사회에 기부하자’는 운동에 앞장서 ‘개념 있는 부자’로 존경 받고 있다.

게이츠의 기부 방식은 독특하다. 기부를 하되,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현금이나 혜택을 직접 주지 않고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노력에 돈을 들이는 것이다. 여전히 개발도상국 유아 사망의 가장 큰 원인인 말라리아의 퇴치법을 개발하는 데 상금을 걸거나 연구비를 투입하는 것이 한 사례다. 최근에는 제3 세계의 전염병 문제를 해결하는 식수개선 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그는 이런 능동형 기부로 자선사업가로서 명성과 함께 지구촌 문제의 해결을 위해 발로 뛰는 활동가의 명성도 함께 얻었다. 정부가 하지 못하는 일, 국제사회가 하지 못하는 일을 기부 형식의 투자를 통해 하고 있는 셈이다. 게이츠의 기부 방식에 자극을 받은 전 세계 거부들이 이를 따라하고 있다.

게이츠가 하면 실패의 경험, 자선사업도 이렇게 교훈과 신화가 된다. 게이츠가 올해 창업 40주년을 맞은 MS에서 어떤 일을 할지, 어떤 자선사업으로 인류의 삶을 다시 바꿀지에 관심이 모인다.

정지원 자유기고가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사회사업가로 더 유명해진 빌 게이츠

빌 게이츠는 올해 초인 지난달 5일 자신의 블로그인 ‘게이츠노트’에 동영상과 함께 등장했다. 물을 마시는 장면이었는데, 이 물이 보통 물이 아니었기 때문에 화제가 됐다. 사람의 배설물을 정화하고 분해해 식수로 바꾼 것이다. 게이츠는 물을 이렇게 정화하면서 전기도 함께 생산하는 ‘옴니프로세서’라는 기기 개발에 자금을 투자했다.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배설물을 넣고 가열해 수증기와 마른 잔여물로 분리한 뒤 잔여물은 태워서 증기기관을 돌려 전기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수증기는 정수시설을 거쳐 식수로 정화한다.

이 기기는 깨끗한 식수가 부족한 개도국에 보급하기 위해 미국 시애틀의 재니키바이오에너지란 업체가 개발했다. 원래는 하수 배출물을 태워 전기만 생산하는 발전기였다. 하지만 게이츠와 부인이 만든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지원을 받아 식수까지 생산할 수 있도록 개조한 것이다. 게이츠는 “지금도 전 세계 20억 명이 화장실 없이 구덩이에 용변을 보고 이것이 주변 식수를 오염시켜 매년 70만 명의 아이가 죽는다”고 걱정한다. 그는 “안전하게 배설물을 처리할 수 있다면 아이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2011년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화장실 재발명 프로젝트’를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화장실과 식수 문제 해결에 집중해왔다.

게이츠는 옴니프로세서를 올 하반기 서아프리카 세네갈을 시작으로 보급할 예정이다. 쓰레기와 배설물을 안전하게 처리하고 전기와 식수를 팔아 수익도 낼 계획이다. 물론 이 수익금은 현지 주민의 생활 향상에 쓰인다. 게이츠는 2008년 7월 27일 인도 출신의 사티야 나델라 최고경영자(CEO)에게 MS의 경영권을 물려줬다. 자선사업에 전력투구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2월 나델라를 돕기 위해 기술고문으로 복귀했지만 그의 본업은 여전히 기부사업이다.


빌 게이츠가 걸어온 길

1 세계 최초의 상업용 퍼스널 컴퓨터인 앨테어8800 2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업자 빌 게이츠(오른쪽)와 폴 앨런.

1955년 10월 28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중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남. 누나 크리스티앤과 여동생 리비와 함께 자람.

1967년 사립학교인 레이크사이드스쿨에 입학. 8학년(중2) 때 어머니회에서 텔레타이프라이터 단말기와 제네럴 일렉트릭(GE) 컴퓨터 사용. GE 시스템에서 베이식(BASIC)으로 프로그래밍하는 것에 흥미를 갖고 틱택토(Tic Tac Toe) 게임 개발(게이츠가 만든 최초의 프로그램).

1973년 하버드대 경제학과 입학(1975년 중퇴)

1972년 특정 도로와 관련한 1차 자료를 읽어 도로 구간별 평균 주행속도를 산출·제공하는 회사 트래프-오-데이터(Traf-O-Data)를 엘런과 함께 세움.

1974년 BASIC 개발.

1975년 마이크로소프트 설립.

1975~2000년 마이크로소프트 CEO.

1981년 MS-DOS 개발.

2000~2008년 마이크로소프트 기술고문.

2000년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 설립.

2008년 인도 출신 사티야 나델라 최고경영자(CEO)에게 MS의 경영권을 물려주고 자선사업에 전념.

2014년 2월 MS 기술고문으로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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