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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vs 자영업자 ‘乙끼리 싸움’ … 광고주만 남는 장사

중앙일보 2015.02.14 17:11



‘알바가 갑’ TV 광고가 남긴 것들
알바몬이 촉발한 알바·자영업 갈등
알바 권리 소개한 구인·구직 사이트 광고
자영업자·알바 대결 구도로 다툼 유발
“밑천 5000만원 자영업, 시급 6000원 알바
서로 돕고 상생할 사회 구조적 대안을”

‘알바가 갑이다’.



 최근 선보인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몬’의 TV 광고엔 걸그룹 ‘걸스데이’의 혜리가 출연해 이렇게 외친다. 최저 시급, 야간수당, 인격 모독을 소재로 세 편이 제작된 광고는 “법으로 정한 대한민국 최저임금은 시간당 5580원” “야간근무 수당은 시급의 1.5배” “알바를 무시하는 사장님께는 앞치마를 던지고 때려 치우세요”라고 알려준다. 아르바이트의 권리를 고지한 광고가 나가자 “고용노동부가 했어야 하는 광고를 알바몬이 대신 한다”는 뜨거운 반응이 잇따랐다.



 하지만 광고는 곧 갑을 논쟁으로 번졌다. PC방 사업자들이 모인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이 “아르바이트 근무자와 고용주 간의 갈등을 유발하고 악덕 고용주로 오해하게 만든다”고 항의하면서다. 특히 ‘상시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야간근로 수당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광고에서 빠진 사실에 자영업자들이 발끈했다. 대다수 자영업이 5인 미만 사업장인데 광고 때문에 “왜 야간수당을 주지 않느냐”는 항의가 빗발쳐 ‘나쁜 사장님’이 됐다는 것이다.



 일부 자영업자가 알바몬 탈퇴 운동을 벌였고, 알바몬 측은 야간수당 편 광고를 중단했다. “특정 업종·업주를 겨냥하는 내용이나 의도는 전혀 없다. 쉽게 간과되는 알바생의 법적 근로 권리를 소재로 아르바이트 근무 환경 개선을 꾀하고자 했다”는 해명도 내놓았다. 하지만 자영업자의 반발을 누그러뜨리지는 못했다. 지난 7일엔 ‘알바몬’에 대항하는 ‘사장몬’ 카페가 생겼다. 이들은 ▶광고를 중단하고 ▶잘못을 인정하는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올리고 ▶정직한 자영업자가 악덕 업주로 몰린 것에 대해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법대로 주자는데 왜 항의하느냐” “악덕 업주들이 갑질 한다” “영세해서 최저 시급도 못 주겠으면 장사를 접어라” 등 다양한 비난이 쏟아졌다. 급기야 ‘갑질 오브 갑질, 사장몬 소속 업체 명단’이라는 글이 올라오며 신상털기가 시작됐다. 결국 ‘사장몬’은 지난 11일 자진 폐쇄를 결정했다.



 그 후 논란은 잦아들었다. 그러나 광고로 촉발된 자영업자와 아르바이트 간의 갈등은 새로운 숙제를 남겼다. 이른바 ‘을(乙)과 을의 전쟁’이다.



 근로계약상 고용주와 아르바이트는 각각 갑과 을이다. 이 때문에 둘의 구도 역시 강자와 약자,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빼앗는 자와 빼앗기는 자의 대결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이들의 갈등을 최근 사회 이슈가 된 ‘땅콩 회항’을 비롯한 갑을 관계의 연장선으로 보기는 어렵다. ‘알바몬’ 광고에 환호하는 아르바이트, 이를 비판하는 자영업자 누구도 우리 사회의 갑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 작년 하반기 초토화

김모(48)씨는 5년 전 서울 신촌에 치킨집을 열었다. 4인용 테이블 6개가 놓인 가게에 권리금을 3억원이나 줬다. 보증금은 1억원, 월세는 500만원이다. 부담이 컸지만 앞서 열었던 치킨집에서 실패했기 때문에 유동 인구가 많은 신촌에서 승부를 걸 작정으로 개업했다. 그런데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주요 고객마저 줄었다. 연세대의 1~2학년 학생이 송도캠퍼스로 옮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월 매출은 4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줄었다. 권리금도 2억원으로 떨어졌다. 월세·인건비·식재료비·공과금·세금 등을 내고 그가 매달 손에 쥐는 돈은 180만원. 하루 12시간 일하고 얻는 소득이다.



 재계약을 앞둔 건물주는 임대료 인상 압박 중이다. 그는 “건물주는 시장 상황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며 한숨만 쉬었다. 문을 닫을까 고민도 했다. 프랜차이즈까지 밀고 들어오니 더 어려워질 것이 뻔해서다. 일자리를 알아보러 다녔지만 오십을 바라보는 그를 원하는 곳은 없었다.



 KB금융지주 금융연구소가 2013년 발표한 ‘국내 치킨 비즈니스 현황 분석’에 따르면 치킨 전문점의 평균 생존기간은 2.7년이다. 전체 개인 사업자는 3.4년이었다. 김씨는 잘 버텨 왔다는 뜻이다. 그런 김씨도 “야간 근무하는 아르바이트보다 나은 게 없다”고 했다.



 『골목사장 분투기』의 저자 강도현씨는 “우리 사회 경제구조는 자영업이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대형 회계법인과 외국계 헤지펀드에서 경영컨설턴트·트레이더로 일하다 직접 자영업에 뛰어들어 실태를 연구했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그는 “지난해 하반기 자영업자들은 거의 초토화됐다”고 했다.



 복합적이지만 임대료가 가장 큰 원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홍익대 인근 상권은 지난해 3분기 대비 임대료가 평균 17.2% 올랐다. 건국대 인근은 15.9%, 이태원도 14.1% 각각 상승했다. 소비는 꽁꽁 얼어 자영업 매출은 감소하는데 임대료는 시장 상황과 거꾸로 간다. 이에 대해 강씨는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떠받치겠다는 신호를 보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상가 임대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직장에서 밀려난 이들의 선택지가 자영업 뿐이기 때문이다.



주 36시간 시간제 근로자 203만 명

김용호(34·가명)씨는 대학교 4학년 학생이다. 직장을 다니다 뒤늦게 대학에 입학했다. 취업 준비 중인 그는 지난해 5개월 동안 고시원 총무직 아르바이트를 했다. 고시원 총무 일은 공무원시험 등을 준비하는 이들이 주로 한다. 숙식을 제공받아 생활비를 줄일 수 있고 사무실을 지키며 공부를 병행할 수 있어서다. 김씨도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매일 8시간을 일했다. 사무실에서 잠을 자고 밥을 먹었다. 구두 계약으로 그가 받는 돈은 월 51만원, 시급으로 치면 시간당 2150원이다. 최저 시급 5580원의 절반도 안 된다.



 지난해 9월 교대하던 주간 근무자가 업주를 고용노동부에 고발했다. 그러자 업주는 근로계약서를 쓰자고 했다. 시급을 올려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업주는 근무시간을 줄여 최저 시급을 맞추는 꼼수를 부렸다. 사무실에서 잠을 자는 김씨의 실제 근무시간은 당연히 줄지 않았다. 하지만 김씨는 계약서를 바로잡지 못했다. 바로 잘릴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는 “다시 아르바이트를 구하려면 시간이 걸리고 더 나은 조건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 같았다”고 했다.



 흔히 아르바이트 근무자를 ‘알바생’이라고 부른다. 아르바이트와 학생을 합친 이 말은 아르바이트를 청소년의 경험 쌓기나 용돈 벌이로 생각하게 만든다. 대학생인 김씨의 고시원 근무도 그렇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취업에 성공해 안정적 일자리를 가질 때만 그렇다. 알바노조의 구교현 위원장은 “취업준비생들이 나이는 먹는데 취직을 못하면 아르바이트가 직업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생계형 ‘알바’가 많지만 정확한 통계는 나와 있지 않다. 지난해 11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조사에 따르면 주 근로시간이 36시간 미만인 시간제 근로자는 203만2000명이다. 10년 사이 두 배 늘어난 수치다. 종사자 연령도 다양하다. 구 위원장은 “최근 2~3년 사이 패스트푸드점이나 편의점에 60대 이상 아르바이트 구직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30, 40대 여성들도 재취업하지 못하고 시간제 아르바이트에 뛰어든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천국’은 지난해 말 등록된 이력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60대 등록자가 32%로 전년 대비 가장 많이 증가했고 50대 27.4%, 30대 17.6%로 그 뒤를 이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는 ‘당장 수입이 필요해서’(36.5%)가 가장 많았다. 구 위원장은 “아르바이트를 뽑는 사업장이 늘고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도 늘었는데 평균 근로시간이 오히려 줄어 자리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 하나의 일자리를 한 명이 맡았는데 지금은 장시간 근무자에 대한 부담을 줄이려 일자리를 쪼개 시간제로 운용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자영업자·알바는 동전의 양면 같아

결국 자영업자와 아르바이트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일자리가 없어 자영업자로 나섰거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리는 등 모두 양질의 일자리를 찾지 못해 을·병·정의 처지가 되는 것이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는 사회적 구조 속에서 이익을 얻는 기득권층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논란에서도 가장 큰 수혜자는 알바몬이다. 논란이 치열해지면서 대중에 널리 알려지는 효과를 누렸다. 또 박병호 KAIST 정보미디어 경영대학원 교수는 ?약자인 아르바이트의 권리를 지켜주려 한다는 선의의 이미지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이 광고에서 문제 삼은 것은 ‘야간 수당’이었다. 중요 조건을 누락시켜 잘못된 정보가 알려졌기 때문이다. “최저 시급이 그렇게 주기 싫으냐”고 자영업자에 대한 비난이 쏟아질 때 ‘사장몬’ 카페는 “최저 시급 5580원은 두말 않고 사장님들이 줘야 할 금액”이라며 최저 시급 위반 신고 방법을 소개했다. 그러나 광고를 통해 짜여진 대결 구도 안에서는 어떤 설명도 통하지 않았다.



 ‘알바몬 사태’를 보도한 기사의 댓글엔 이런 내용이 있었다.



 “없는 사람끼리 상생해도 모자랄 판에 우리끼리 싸우게 만드네요. 밑천 5000만원 갖고 사업하는 사람이나, 시급 6000원 받고 노동하는 사람이나 똑같은 겁니다.”





홍주희 기자, 송기승 인턴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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