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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대면 중국말 나오는 QR코드 … 한족 채용하고 중국어 메뉴 만들기도

중앙일보 2015.02.14 00:39 종합 5면 지면보기
요우커를 겨냥해 롯데·신세계백화점은 본사 직원을 중국의 유명 TV 프로그램에 내보내고(위) 중국어 메뉴판을 만들었다(아래). [최승식 기자]
13일 오후 1시. 명동 거리는 벌써 ‘춘절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로 북적이고 있었다. 서로 중국말로 길을 묻거나 사진을 찍는 모습이 마치 중국의 어느 도시 같았다. 화장품 가게에는 손님 12명이 모두 중국인, 모자 가게에도 14명 중 13명이 요우커였다. 어느 가게나 중국인 점원이 있어서 쇼핑하기도 편리해 보였다. 하지만 요우커의 생각은 달랐다. 남자 친구와 여행 왔다는 리원팅(李文<5A77>·27)은 “말이 안 통해 불편하다”며 “어느 관광지를 가든 안내자 수가 부족해 다른 중국인 관광객에게 물어보는 게 편할 정도”라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온 자오양(照陽·39)도 “화장품 가게 말고는 중국어가 제대로 통하는 곳이 없다”며 “한국은 모든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쇼핑 위주”라고 지적했다. 두 딸을 데리고 박물관이나 유적지에 가고 싶은데 자꾸 남대문·동대문 시장 얘기만 하더라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해외여행을 가더라도 한국은 안 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업계, 춘절 요우커 잡기 전쟁
“말 안 통하고 쇼핑 강요” 불만 반영
백화점·마트, 다양한 서비스 개발

 이날 오후 3시 신세계백화점 본점 지하 식당가. 춘절을 맞아 한국을 찾은 진시앙탄(26·여)은 중국어로 쓴 음식 메뉴를 신기해했다. “전에 왔을 때는 다 한글이나 영어로만 돼 있었는데 주문하기 너무 편하다”고 했다. 신세계는 춘절을 맞아 지하와 11층 푸드코트 메뉴에 처음으로 중국어를 병기했다. 이런 ‘눈높이 마케팅’은 백화점 업계 최초로 중국 한족 출신 두 명을 글로벌 마켓 담당으로 채용한 덕분이다. 이들이 웨이보와 웨이신을 직접 관리하는데, 회원이 600만 명에 육박한다. 한류 스타 박신혜가 드라마에 들고 나온 핸드백 소개, 택시 탈 때 쓸 수 있게 한글로 백화점 주소를 넣은 쿠폰, “싸요? 비싸요?”라고 한국어 발음을 한자로 적어놓은 안내문 같은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신세계백화점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지난해 1000억원을 넘었다. 3~4년 안에 작은 점포 한 곳의 총매출과 같은 수준인 2000억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현지인의 문화와 취향을 잘 아는 직원을 뽑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이날부터 중국인 전용 QR코드 서비스를 도입했다. 각종 안내판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자세한 설명이 중국어로 뜨게 만들었다. 중국 현지인이 쓰는 카톡방에 가입해 춘절 환영 문구까지 하나하나 현지인의 감성에 맞게 수정했다. 쿠폰북 디자인도 백화점을 방문한 요우커를 상대로 선호도 설문조사를 대규모로 한 다음 정했을 정도로 요우커의 목소리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한류 스타 김수현 사진을 크게 넣은 휴대용 쇼핑 카트도 일반 사은품의 두 배가 넘는 비용을 들여 제작했다. ‘큰손’ 요우커를 겨냥한 만큼 100만원 이상 구매 고객용이다.



 롯데마트는 올해 처음으로 요우커 전용 빨간색 손거울 사은품을 만들었다. 마켓오·버터와플처럼 요우커가 유독 선호하는 과자류도 최대 30% 할인한다. 롯데면세점은 양의 해를 맞아 요우커가 선호하는 순금으로 양 모형 경품을 마련했다.



 올해는 면세점·백화점·대형마트뿐 아니라 마리오아울렛이나 W몰 같은 중견 유통업체, 올리브영을 비롯한 드러그스토어까지 춘절에 주고받는 빨간 복주머니 ‘홍바오’ 증정 행사 등 요우커 맞이에 열중하고 있다. 하지만 정연국 동의과학대 호텔관광외식경영전공 교수는 “관광 콘텐트가 부족하기 때문에 쇼핑이나 음식 위주가 되는 것”이라며 “크루즈 카지노처럼 요우커 취향에 딱 맞는 프로그램을 계속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구희령·이현택·김선미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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