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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남자, 힘들어도 말 못하는 사람들

중앙일보 2015.02.14 00:03 종합 19면 지면보기
아들이 부모를

간병한다는 것

히라야마 료 지음

류순미·송경원 옮김

어른의 시간, 236쪽

1만5000원




간병하는 아들, 아직 낯설지도 모른다. 2010년 일본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부모와 같이 살며 ‘거의 온종일’ 간병하는 이들 중 아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12.0%다. 아내(38.8%)나 며느리(17.2%), 딸(15.6%)보다는 낮다. 그러나 1977년 며느리의 간병 비율은 37.0%, 아들은 2.4%였다.



 이 급변하는 수치는, 아들이 부모를 간병하는 일은 이제 집밖으로 드러내야 할 사회적 문제임을 보여준다. 책은 아들의 간병 비율이 급증한 배경으로 저출산으로 인한 자녀 수 감소, 독신·만혼 그리고 비정규직의 증가를 든다. 이들은 경제력도 생활 능력도 없는 채로 부모를 간병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일본의 사회심리학자인 저자는 도쿄와 그 인근에 살며 부모를 간병하는 30∼60대 남성 28명을 인터뷰했다. 남성 문제 전문가답게 저자의 접근법은 복지 정책가와 다르다. 간병은 남성의 일상을 어떻게 바꾸고, 또 인간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저자는 우선 간병하는 아들들이 자신의 문제에 대해 입을 다문다는 것을 주목한다. 때문에 일본 사회에서 ‘블랙홀’이 됐다고 비유한다. 힘들 때 힘들다고, 도와달라고 말하지 못하는 남자로서의 ‘약점’ 또한 지적한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 날로 비중이 커지는 것이 육아·간병 같은 돌봄 노동이다. 우리보다 ‘먼저 온 미래’에 대한 세밀한 보고서로 눈여겨봐둘 만하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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