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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규 청년장사꾼 대표 - “돈 덜 남아도 사람이 남잖아요”

온라인 중앙일보 2015.02.14 00:01
[이코노미스트] 숱한 위기 동료와 함께 넘겨 … 용산 상권 개척에 도전 중



김윤규 대표는 “다 행복하게 살자고 하는 일이 라 아프거나 가족에 일이 있거나 애정전선에 문제가 생기면 누구나 즉시 퇴근한다”고 말했다. [김현동 이코노미스트 기자]




서울 용산구 백범로87길은 좁고 인적이 드문 골목이다. 400m 남짓한 길에는 허름한 건물에 작은 공장과 회사가 뒤엉켜 을씨년스런 분위기마저 풍긴다. 이른 어둠이 깔리고 네온사인이 하나 둘 불을 밝히자 조금씩 풍경이 달라진다. 골목을 자세히 보니 세련된 외관에 아기자기한 간판을 단 음식점 7개가 띄엄띄엄 위치하고 있다. 치킨·백반·스테이크·감자튀김 등 종류도 다양하다. 모두 ‘청년장사꾼’이 운영하는 음식점들이다. 골목 끝에 아파트 단지가 하나 있을 뿐 도무지 가게가 들어설 것 같지 않은 곳. ‘청년장사꾼’은 인적도 드물고 교통마저 불편한 이곳에 왜 7개나 가게를 냈을까?



정직원으로 채용하고 숙소까지 제공



1월 26일 치킨과 찜닭을 파는 가게 치킨사우나에서 김윤규(28)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2012년 주변 지인들 4명을 모아 ‘청년장사꾼’이라는 팀을 꾸렸다. 젊은 사람들(청년)이 모여 장사를 하되, 전문가(꾼)처럼 잘하자는 의미로 지은 이름이다. 청년장사꾼은 노점에서 시작해 11개의 음식점을 운영하는 업체로 성장했다. 서울 이태원에 낸 첫 매장인 카페는 일주일 만에 문을 닫았다. 상권이나 수요를 분석하지 않고 싼 임대료만 고집한 결과였다. ‘한번만 더 도전해보자’는 생각에서 추가 대출까지 받아연 서울 경복궁 근처 ‘열정감자(지금은 감자집)’가 이른바 대박을 터뜨렸다. 시중에 파는 모든 감자와 기름을 가져다 시험한 후 최상의 조합으로 만든 감자튀김이 인기를 끌었다. 이후 문을 연 새로운 매장도 잇따라 성공했다. 지금은 32명의 정직원과 3명의 인턴직원을 둔 어엿한 회사가 됐다. 11개 매장에서 나오는 연매출은 20억원을 훌쩍 넘긴다.



“지금 당장 폐업을 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위기의 연속입니다.” 서울에 가게 11개를 운영하고, 1년 매출이 20억원을 넘겼으니 당연히 성공했을 거라 생각했다. 그는 여러 언론 매체가 주목했고 강연 요청이 쇄도하는 촉망 받는 사업가다. 외제차 2~3개를 굴리며 거만할 것이라 예상했던 김 대표의 첫인상은 영락없는 시골총각이다. 실제 청년장사꾼은 또 한번의 고비를 맞고 있었다. 몰려드는 손님에 비해 마진이 너무 작다. 최고급의 재료를 가져다가 경쟁 가게에 비해 싸게 판매한다. 어떤 메뉴를 주문하든 양도 푸짐하다. 32명의 직원은 모두 정규직이고 4대 보험도 들었다. 이 중 25명은 숙소 생활을 하는데 주거비와 교통비는 모두 청년장사꾼이 부담한다. 들어가는 돈은 많은데 가게에서 나오는 매출은 뻔하니 이익이 나는 것 자체가 이상할 정도다. “물론 돈을 버는 방법은 있습니다. 저렴한 재료 쓰고, 비싸게 팔고, 사람 적게 뽑아 쓰면 영업이익률이 올라갑니다. 하지만 손님들은 맛 없는 음식 먹고, 질 나쁜 서비스 받으며 불만이 쌓이겠죠.”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실제 들어오는 돈은 많지 않다. 새로 가게를 열며 받은 대출금 생각에 잠 못 이루는 날도 많다. 지난해 2월 결혼을 했고, 올 5월에는 아이도 태어난다. 그런 김 대표에게 “무엇을 위해 이 어려운 길을 가나?”고 물었다. “돈은 안 남아도 사람이 남잖아요”라고 답한다. 그는 지금까지 온 것도 모두 좋은 사람들과 함께 했기에 가능했다고 믿는다. 사람들과 함께 수많은 고비를 넘겨왔다. 경복궁의 열정감자가 화제가 되고 TV방송을 타자 누군가가 상표등록을 해 소송을 걸기도 했다. 과거 ‘열정감자’란 상호를 버리고 ‘감자집’이 된 이유다. 처음 문을 연 카페가 망했을 때도, 세법을 잘 몰라 세금폭탄을 맞았을 때도, 가게 계약부터 메뉴 개발과 인테리어까지 막막했던 모든 위기의 순간을 여럿이 힘을 합쳐 이겨 냈다. 모든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숙소 비용까지 부담하는 이유도 그의 '사람을 남기자’는 장사철학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스토리에 감명을 받은 많은 젊은이가 그를 찾는다. 창업의 성공비결을 묻거나 조언을 구하는 이들이다. ‘나도 장사꾼이 되고 싶다’는 그들에게 던지는 김 대표의 첫 대답은 ‘장사하지 마라’다. 단순히 취업이 어렵거나 돈을 더 벌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게를 열면 망한다고 생각해서다. 장사에 대한 뜻이 확고하고 목표가 뚜렷해야 바늘구멍 같은 성공 확률이 생긴다. “젊으니까 실패해도 괜찮다는 말은 바보 같은 말입니다. 목숨을 걸었다고 할 정도로 모든 것을 쏟아낸 다음 망해야 뭐라도 건질 수 있어요.” 그의 또 다른 조언은 ‘환상을 버려라’다. 스스로 대표나 사장보다는 ‘장사꾼’이란 단어를 선호한다. 장사는 정직한 일이다. 아무리 손님이 많아도 한 개의 가게에서 올릴 수 있는 매출은 정해져 있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 더 넓은 가게가 필요하다. 단시간에 부자가 되겠다는 욕심을 가지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청년들의 창업을 돕는 제도에 대해서는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 모두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받는 사람은 자신이 어떤 사업을 하는지를 알고, 구체적으로 어떤 명목으로 필요한 돈이 있을 때 여러 지원책을 살펴야 한다. 많은 젊은 창업자가 일단 ‘창업자금’이란 이름으로 지원을 신청하고 그 돈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신 “정부는 좀 더 현실적인 창업 지원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창조경제의 프레임에 갇혀 IT·벤처에만 대부분 지원금이 몰려서다. “정부가 창업을 장려하는 이유는 취업난을 해결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IT나 벤처에 재능을 가진 사람이 대한민국에 얼마나 될까요? 어렵게 성공한 IT 회사는 고용을 늘리기보다는 기술이나 회사를 다른 대기업에 팔고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죠. 하지만 장사는 매출만큼의 고용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또 장사라는 타이틀 안에서도 얼마든지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창조경제가 실현될 수 있습니다.”



IT·벤처만 창조경제 아니다



김 대표는 장사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기왕 할 거면 제대로 잘해보자는 패기가 넘친다. 인적이 드문 ‘백범로87길’에 7개나 가게를 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상권 좋은 곳에 가게 내서 잘되면 당연한 거잖아요. 임대료도 비싸고요. 아예 새로운 상권을 만들어보자는 결심을 했어요. 그동안 쌓은 장사의 내공이 얼마나 통하는지도 보고 싶었고요. 직원들이 나중에 독립해서 다른 곳에 가게를 내더라도 뭔가 배워나갔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죠.”



인터뷰가 끝날 무렵 김 대표가 뜬금없이 “청년장사꾼의 직원들은 모두 삼포세대다”고 말했다. 보통 쓰는 삼포세대란 말은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고 사는 젊은 세대를 말한다. 청년장사꾼의 ‘삼포’는 3가지를 포기하지 말자는 뜻이다. 건강·가족·연애다. “몸이 아프거나, 가족에 일이 있거나, 애정전선에 문제가 생기면 그 즉시 퇴근입니다. 정신이 다른 곳에 있는데 어떻게 웃으며 서비스를 하겠어요? 다 행복하게 잘 살자고 하는 일인데 이것만큼은 포기하지 말고 살자고 했죠.”



글=박성민 이코노미스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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