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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탁 기자의 교육카페] “공부 흐름 끊겨” vs “수험생도 휴식 필요” … 고3 가족 설날 딜레마

중앙일보 2015.02.12 00:30 종합 19면 지면보기
김성탁
교육팀장
일주일 남은 설을 앞두고 한 주부가 이런 하소연을 합니다. “아이가 올해 고3이 되는데 남편이 시골 시댁에 무조건 가야 한다네요. 할아버지·할머니 뵙는 게 공부보다 중요하답니다. 2박3일에 차 막히면 대여섯 시간인데, 남편만 가라니 안 된다는 거예요.” 명절에 고향을 찾아 정을 나누는 게 당연한 것 같지만 살얼음판 걷듯 하는 입시생 가족에겐 이마저도 고민거리입니다.



 고3 자녀를 뒀거나 대입을 막 마친 엄마들의 생각을 들어보니 “욕은 엄마가 먹으면 된다”며 가지 말라는 의견이 다수입니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공부 흐름이 끊기면 회복하는 데 최소 3일이 걸린다”며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유명 야구 선수들도 절대 일상적인 행동에서 벗어나는 일을 하지 않는 걸 성공 비결로 꼽더라”는 분석도 곁들입니다. 명절은 물론이고 평상시에도 고3이 되면 수험생 중심으로 생활하는 가정이 많습니다. 주말에 학원을 몰아놓고 끝나는 시간에 맞춰 간신히 가족끼리 외식 한 번 한다는 식입니다. 수험생 자녀가 집에 남게 되면 돌봐야 하는 엄마의 ‘열외’ 가능성도 큽니다.



 수험생을 배려해 명절이나 가족 행사에 오지 않아도 된다고 먼저 말해주는 시댁이나 친정 부모는 환영받는 분위기입니다. 대입이 걸린 중요한 시기이니 내년에 와도 된다며 어르신들이 배려해줬다는 얘기가 미담으로 회자됩니다. 시누이들이 고3 자녀를 키울 때 명절 때마다 오지 않아 혼자 고생했다는 한 엄마는 “우리 아이가 점점 커 가니 이해가 되더라”고 말합니다. 다른 엄마는 “시댁에서 안 와도 된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가족 모임 때문에 공부 못해 대학에 실패했다는 얘길 듣을까봐서였다고 하더라”고 전합니다.



 명절엔 데려가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지난해 고3 자녀와 설·추석에 시댁과 친정을 들른 것은 물론이고 2박3일 여름 휴가까지 다녀왔다는 한 주부는 “휴가 때 쉬려고 아이가 1분1초도 아껴 가며 열심히 한 뒤 쉴 때 잘 놀았다고 하더라. 수험생도 휴식이 필요한 것 같다”는 입장입니다. 명절에 집에 있는다고 종일 공부하는 것도 아닌데 세배는 시켜야 한다거나, 공부해야 하면 중요한 일에 빠져도 된다고 키우면 이기적인 사람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자녀를 동반해도 된다는 학부모들은 “아이의 의견을 물어보라”고 조언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정작 수험생들은 어떤 생각일까요. 부모를 따라 할아버지 댁이나 큰댁에 다녀와야겠다는 의견과 학습 리듬이 깨지니 집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입장이 엇갈립니다. 설에 따라나서겠다는 학생들 사이에선 “고3이라 세뱃돈 두둑이 줄 것 같다”는 기대도 있더군요. 절대 안 가겠다는 학생들의 이유에 더 주목해야 할 듯합니다. “공부 잘하는 동갑 사촌이 있어요. 올 대입 잘못되면 우리 엄마 내년 설에 고개도 못 드실 거예요.” “위로 대학 잘 간 형들 주르륵 있어 스트레스 쌓일까봐 안 가려고요.” “올해 대학에 떨어졌는데 다들 재수할 거냐, 어떻게 할 거냐고 묻겠죠. 가서 저도 맞불 놓을까봐요. ‘올해 승진은 하셨어요?’라고요.”



김성탁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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