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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반군, 정권 장악 의회해산 선포

중앙선데이 2015.02.07 23:39 413호 2면 지면보기
예멘 정부를 전복한 시아파 후티 반군이 6일 새 과도정부 수립을 선포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가운데는 후티 지도자 압델 말리크 알후티. [AP=뉴시스]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가 6일 정부를 전복하고 임시헌법을 선포했다. 후티 반군은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대통령을 대신해 혁명위원회가 2년간 과도정부 체제로 통치하겠다”고 발표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혁명위원회는 후티 반군의 안보·정보 조직이다. 후티의 지도자 압델 말리크 알후티의 사촌인 무함마드 알리 알후티가 혁명위원회 의장을 맡았다.

혁명위원회가 2년간 통치 … ‘아랍의 봄’ 3년 만에 실패로

 반군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알마세리아 TV 중계를 통해 “기존 의회를 해산하고 551명으로 된 새 의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혁명위원회가 구성권을 가진 새 의회는 대통령직을 대행하기 위해 5명으로 이뤄진 대통령위원회를 설치할 예정이다. 반군은 기존 내각을 해산하고 임시 국방장관과 내무장관도 임명했다. 반군에 의해 가택연금됐던 하디 대통령과 내각 각료들의 거취와 대선·총선 등 향후 정치 일정은 구체적으로 발표되지 않았다.

 시아파 반군의 정부 전복으로 예멘의 ‘아랍의 봄’ 실험은 3년 만에 실패로 돌아갔다. 독재자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은 2012년 2월 민주화 시위로 하야했다. 이후 하디 대통령이 선출된 이후에도 아라비아반도의 최빈국이자 알카에다의 새 근거지인 예멘에선 혼란이 이어졌다.

 예멘 북부의 시아파 지역을 근거로 한 후티 반군은 남부의 수니파 알카에다와 적대 관계다. 미국과 걸프 수니파 국가들은 후티가 시아파 종주국을 자처하는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반군은 지난해 9월 수도 사나를 무력으로 점령한 데 이어 지난달 20일 대통령궁과 사저, 총리 공관까지 접수했다. 하디 대통령은 이후 반군 측과의 협상에서 권력분점에 합의했으나 22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자말 베노마르 예멘 주재 유엔 특사의 중재로 후티와 예멘 각 정파 간 협상이 4일까지 열렸지만 후티에 반대하는 정파가 불참하면서 성과 없이 끝났다.

 후티 반군의 정부 전복으로 정파·종파 간 내전 가능성도 커졌다. 예멘 중·남부는 수니파와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의 영향력이 강하다. 남부의 수니파 부족들은 후티 반군의 통치에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예멘 야당 지도자인 무함마드 알사브리는 “후티 반군은 무장세력에 불과하며 정치인들이 아니다”며 “그들은 예멘을 통치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티는 최근 수개월간 자원이 풍부한 중·남부를 차지하기 위해 수니파와 격렬하게 교전을 벌여왔다.

 후티는 미국에도 적대적이어서 예멘 알카에다 지부와 벌이고 있는 미국의 대터러 작전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에릭 슐츠 백악관 대변인은 “반군의 일방적인 정부 전복 조치를 깊이 우려한다”고 말했다.


한경환 기자 helmu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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