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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에 양옆 살피는 눈동자 … 아이들 “차 오나 보게 돼요”

온라인 중앙일보 2015.02.06 14:58
15일 신흥초등학교 스쿨존 내 횡단보도에 설치한 일단 멈춤 발자국과 눈동자 표시. 금천구청과 학부모들의 협조로 인근 유치원생들의 반응을 관찰한 결과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 일단 멈춰 좌우를 살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강영호 중앙SUNDAY 포토콜라보레이터]


서울 잠원동에 사는 주부 이모(45)씨의 아들(15) 왼쪽 발목에는 교통사고 수술 흔적이 있습니다. 5년 전,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던 이씨의 아들은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횡단보도 반대쪽에 서 있던 엄마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뛰어가다 미처 이를 보지 못한 자동차에 다리를 치여 6개월 넘게 병원 신세를 졌습니다. 다행히 수술이 잘돼 아무런 후유증 없이 잘 크고 있지만 이씨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픕니다. 사고 이후 그 건널목에는 신호등이 설치됐습니다.

어린이들의 행동 반경이 넓어지면 교통사고의 위험은 더 높아집니다. 아이들이 밖에 나가면 부모들은 ‘혹 무슨 사고나 당하지 않을까’ 걱정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자녀의 나이가 어릴수록, 찻길이 근처에 있으면 걱정은 더 커지지요.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어머니들 가운데는 아침에 교통안내 봉사활동을 하는 분도 많지요.


1 차가 지나가는데 횡단보도를 건너는 어린이들. 위험천만한 상황이다. 사진 촬영은 금천구청·금천경찰서의 협조 아래 안전한 상황에서 진행됐다. [강영호 작가] 2 학원버스 안쪽 문에 붙인 ‘오른쪽 살펴보기(LOOK→) 스티커’. 학원버스는 특별한 정류장 없이 갓길이나 아파트 단지 내 도로에서 어린이들이 타고 내리는 경우가 많아 더욱 주위를 잘 살펴야 한다. QR코드를 스캔하면 동영상을 볼 수 있다. [공공소통연구소 이영탁]


보행안전, 운전자에게만 맡겨선 안 돼

LOUD 세 번째 프로젝트는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의 보행 안전입니다. 어린이들에게 ‘주변을 살피며 걷는 습관을 길러주자’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간의 스쿨존 사고 방지책은 운전자에게 집중한 측면이 있고 어린이들의 눈높이에서 그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안전 문화 확산에는 인색했다는 반성에서 출발했습니다.

스쿨존은 어린이 교통사고 방지를 위해 자동차 속도를 시속 30㎞ 이내로 제한하는 지역입니다. 유치원·초등학교 출입문을 중심으로 반경 300m 이내 도로에 지정합니다. 스쿨존 내 사고 방지를 위해 정부와 관련 기관에서는 운전자 교육을 강화하고, 관련 법규위반 행위를 집중 단속하고 있습니다. 과속방지턱, 안전표지판도 늘리고 있습니다. 모두 필요한 일들입니다. 하지만 단속과 시설물, 운전자의 안전 의식에만 기댈 수는 없습니다. 보행자인 어린이의 ‘주위 살피기’가 함께 이뤄질 때 우리 아이들의 사고를 막을 수 있습니다.

광운대 이종혁 교수팀과 중앙SUNDAY 취재팀은 15일 서울 금천구 신흥초등학교 인근 스쿨존 내 횡단보도에 아이들이 뛰어나가는 것을 막고 양옆을 살피며 걷는 습관을 키우기 위한 그림과 메시지를 시범적으로 제작·설치했습니다. 단순해 보일 수 있는 메시지에 관심을 갖고 실제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횡단보도 흰색 부분과의 연결선 위에 친근한 눈 모양의 아이콘도 그려 넣었습니다. 설치작업에는 금천구청과 금천경찰서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효과가 어떻다’고 단정적으로 얘기하기는 아직 어렵습니다만 이날 아이들·학부모·선생님의 반응은 좋았습니다. 신가을(13·신흥초 6)양은 “주위를 살피라는 그림과 글씨가 있으니 아무래도 천천히 건너게 된다”고 말했고, 염인중(12·신흥초 5)군도 “평소에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건널 때가 많은데 그림이 있으니 좀 더 주위를 살피게 된다”고 했습니다. 유치원생 강지민(7)양은 “그림이 있으니까 재밌어요. 옆을 보며 천천히 건너요”라고 말했습니다. 이 학교에서 녹색어머니로 활동하는 이현희(39·시흥4동)씨는 “아이들이 개학하기 전에 이런 표시가 더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신흥초 김진숙 선생님은 “아이들이 큰길에선 조심하다가 정작 작은 길에선 긴장이 풀려 주위를 제대로 살피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그림이 큰 도움이 되겠다”고 했습니다. 이런 표시는 구청이나 경찰서의 판단으로 그려넣을 수 있습니다. 금천구청과 금천경찰서는 이날 시범 설치의 반응을 본 후 관내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금천구 의회 이경옥 의원은 “LOUD 프로젝트는 어린이들이 안심하고 길을 건너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며 “필요하면 의회 차원에서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교수팀은 주변을 살피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 학원 버스 문에 붙이는 스티커도 시범 제작했습니다. 학원 버스는 일반 버스와 달리 정류장이 특별히 없습니다. 아파트 단지 내 도로나 갓길에 멈춰서 어린이들이 타고 내리는 경우가 많지요. 이때 주위를 살피지 않아 자동차나 오토바이와 부딪치는 사고가 생기기도 합니다. 버스 안쪽에서 보이는 스티커는 ‘내릴 때 오른쪽에서 올지 모르는 차나 오토바이를 조심하자’는 의미로 ‘LOOK→’을, 버스 바깥쪽에는 ‘타기 전에 양옆을 살피자’는 의미에서 ‘←LOOK→’을 표시했습니다.


학원 버스에도 ‘←LOOK→’ 마크

선진 외국과 비교하면 우리의 아동 보행 교육은 아직도 부족합니다. 사단법인 어린이안전학교에 따르면 프랑스는 미취학 아동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부모와 함께 교통안전교육을 받고 시험에 합격하면 안전교육 인증서를 내줍니다. 초등학교 입학할 때 이 안전교육 인증서를 함께 내야 합니다. 스웨덴은 아이가 세 살이 되면 지방자치단체에서 교통안전 그림·게임·기구 등 교통안전 관련 자료를 가정에 보내줍니다. 지역별 아동안전클럽에 들어가 부모와 어린이가 함께 안전교육도 받습니다. 영국은 4~7세엔 부모와 함께 놀이·게임·체험을 통한 교통안전 교육을 하고, 8~12세엔 위험하고 복잡한 교통상황에서 행동하는 능력을 키워주고 있습니다.

어린이안전학교 대표인 가천대 허억(안전관리 전공)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교통사고로 숨지는 아동 숫자가 줄기는 하지만 사고 유형은 아직 후진적입니다. 2013년 82명의 아동이 교통사고로 숨졌는데 이 가운데 61%가 보행 중 사망인 것은 이를 잘 보여줍니다. 가정과 학교에서 아동 보행교육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이야기지요. 보행 안전을 위해 아이들에게 세 가지 습관을 길러줘야 합니다. 첫째, 차도에 나갈 때 우선 멈추고 둘째, 녹색불이 들어와도 차가 멈추는 것을 확인한 후 건너며 셋째, 좌우를 계속 살피며 건너는 것입니다.”


염태정·김경미 기자 yo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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