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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썰전] 사회 투명성 높이는 계기

중앙일보 2015.02.02 18:13
김정범 변호사·한양대 로스쿨 겸임교수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국회 정무위를 통과하면서 공직사회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른바 ‘김영란법’ 원안에서 이해 충돌 방지 부분이 빠졌지만 적용 대상을 사립학교와 언론, 그리고 유치원까지 확대하는 내용이다.



 그동안 우리 형사법 체계는 공무원이 금품을 수수하는 경우 뇌물죄로 처벌했다. 이 경우 직무 관련성이 있어야만 뇌물죄가 성립한다. 그런데 김영란법의 경우 공무원이 아닌 경우에도 금품 수수를 금지하고, 직무 관련성이 없어도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기존의 형사법 체계를 흔드는 것이다. 그러나 김영란법은 청렴도를 높임으로써 우리 사회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궁극적으론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법 감정이다.



 공직자가 금품을 수령한 경우에 적용되는 뇌물죄는 직무 수행에 있어서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뇌물죄의 구성에 있어서 뇌물과 직무 행위의 대가 관계가 있는 경우에 한해 처벌하다 보니 공직자가 금품을 수령하는 대부분의 경우 처벌하지 못하는 예가 발생했다. 이러다 보니 직무 수행에 있어서 금품을 수수하거나 향응을 제공받는 것이 관행화되어 공직사회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켰다.



 김영란법이 지금까지의 우리 형사법 체계에 반하는 것이고 상당한 기간 일대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영란법은 필요하다. 지난해 12월 국제투명성기구는 우리나라의 국가청렴도(부패인식지수)를 100점 만점에 55점으로 발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국가 중에서 27위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청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가난한 사람들의 비율이 낮고 국민에게 부의 혜택이 골고루 나누어진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만큼 국가청렴도는 국가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1960년대 아시아 2위국이었던 필리핀이 공직사회의 부패로 인해 지금은 하위로 떨어진 예는 국가의 청렴성이 국가 발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예라 할 것이다.



 내용이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반대론도 있다. 그러나 직무의 공공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이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기도 하다. 내용이 모호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는 반대 논의도 있다. 그러나 명확하다는 것은 통상 일반인의 법 감정에 의할 경우 해당 법률의 입법 목적이나 내용 등이 건전한 상식에 비추어 정형화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아무런 논란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규정하는 것은 입법 기술상으로도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또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전 국민을 전과자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난센스다. 일반 형벌법규의 경우에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어서 김영란법보다 적용 범위가 훨씬 넓기 때문이다. 공직사회의 소극적 업무 집행과 복지부동의 자세를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이미 우리 공직사회에서 일반화된 이야기이며 김영란법 때문에 발생하는 이유는 아니다.



 공직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취업이 제한되고 금품을 수수하는 것이 금지되는 것은 연좌제 금지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공직 수행의 투명성은 공직자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도움이 없으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들이 금품을 수령하는 경우 어떤 요건하에서 처벌받도록 할 것인지의 유형을 구체화시킴으로써 연좌제 금지의 논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본다.



 우리 사회는 갖가지 부정부패로 흔들거리고 있다. 대형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문제되는 것이 공직사회와의 유착이었다. 공직자가 제대로 업무를 처리했을 경우 발생하지 않았거나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착으로 인해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라도 공공재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루어져 건강한 대한민국으로 거듭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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