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치 과거사 받아들여야”
독일 양심 수호자로 추앙
85년 2차대전 종전 40년 연설서
“과거 눈감으면 현재도 볼 수 없다”
동·서독 통일 과정에서도 큰 역할

이런 고인을 두고 한 역사학자는 “84년 바이체커 대통령 선출 이후 독일 정부의 도덕적 위상이 크게 올랐다”(뉴욕타임스)고 말했다. 실제 ‘국가적 양심의 수호자’로 불리곤 했다. 90년 통일 과정에서 헬무트 콜 서독 총리와 큰 역할을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고인은 명망 있는 남작 가문 출신이다. 외교관이던 선친은 나치 독일 때인 38년 외교장관을 거쳐 43년 바티칸 주재 독일 대사를 지냈다. 이 때문에 2차 세계대전 후 열린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정에 섰다. 당시 괴팅겐법대에 재학 중이던 고인이 선친을 직접 변호하기도 했다. 선친은 독일 레지스탕스였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18개월을 감옥에서 보냈다. 고인 자신도 2차 세계대전에 독일군으로 참전했었다.
이 때문에 공직을 피했던 고인은 42세이던 62년 기독교민주연합(CDU)에 가입하면서 정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어 김대중 전 대통령과는 40년 지기로 알려졌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