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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조로 투자 살리기 … 대기업 끌고 정부가 밀고

중앙일보 2015.02.02 00:02 경제 3면 지면보기
LG CNS는 울릉도를 ‘세계 최초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으로 만드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울릉도는 지금껏 육지에서 기름을 싣고 와 디젤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만들어 썼다. 철저히 석유 의존형이다. 이를 태양광과 풍력, 지열을 이용해 전기를 만들고 연료전지에 저장해 두었다 쓰는 시스템으로 100% 대체하겠다는 구상이다. 울릉도에서 먼저 사업을 해 본 뒤 제대로 운영되면 다른 섬들로 확대하고 동남아시아 등 해외로도 시스템을 수출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에는 지방자치단체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민간 투자자 유치에 나선 상태다. 그러나 3300억원 가량의 투자금을 끌어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 에너지 사업은 국제 유가와 경기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다 이제 막 발을 딛는 사업이라 투자자들이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기존 중소·중견기업 지원서 탈피
사업 제한 없애고 액수 5~10배로
LG CNS·효성·금호산업 이미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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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 투자하는 일은 이처럼 대기업이 나서도 쉽지 않은 사업이다. ‘가보지 않은 길’의 위험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부진이 장기화하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 그러다 보니 시중에 돈은 넘쳐나지만 좀처럼 투자로 흐르지 못하고, 일자리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2002~2011년 4.9% 수준이던 연 평균 설비투자 증가율은 2012~2014년에는 1.5%로 고꾸라진 상태다. 2기 경제팀이 대규모 ‘투자 마중물’을 붓기로 한 건 이런 배경에서다. 1일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미래부·산업부는 30조원 규모의 ‘기업투자촉진 프로그램’운영계획을 확정, 2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도입해 투자와 배당을 촉구한 게 ‘채찍’이었다면 이번 투자촉진 프로그램은 일종의 ‘당근’이다.



 정부가 기존에 내놓았던 대책과 상당히 다른 접근을 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기존 지원프로그램의 대상은 주로 중소·중견기업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대기업으로 범위를 넓혔다. 이를 위해 프로그램 규모도 기존 3~5조원 짜리에서 30조원으로 확 키웠고, 투자 건별이나 업체별 한도도 없앴다. 기획재정부 김병환 경제분석과장은 “한마디로 덩치 큰 투자를 일으켜보자는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투자 사업의 성격에도 사실상 제한을 두지 않았다. 의료·관광·교육·소프트웨어 등 유망서비스 산업과 신성장동력 산업은 물론 ▶반도체·자동차·조선·기계·철강 등 주력 산업, ▶사회간접자본(SOC)·플랜트 건설 등 대형 프로젝트▶연구개발(R&D)과 인수합병(M&A) 등 사업구조개편 등이 포괄됐다. 명분보다는 ‘실리’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지원 방식도 달라졌다. 기존에는 정책금융기관이 대출을 해주는 게 주종이었지만 이번엔 투자가 중심이다. 총 투자규모 30조원의 절반은 산업은행이, 나머지 절반은 민간이 댄다. 산은은 지분 출자를 하거나 상환우선주·전환사채를 인수해 위험과 수익을 공유한다. 부동산 대책으로 나온 ‘수익공유형 모기지’와 유사한 개념이다.



 사전 수요 조사에선 5조원 가량의 프로젝트가 문을 두드렸고, 산은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주로 대기업들이 주도하는 대형 사업들이다. LG CNS의 울릉도 프로젝트를 비롯, 효성의 친환경 신소재 생산설비를 구축 사업, 금호산업의 이천-오산간 민자 고속도로 건설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효성은 플라스틱 엔지니어링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1조원 규모의 ‘폴리케톤’ 생산설비를 갖추기로 계획을 세우고 현재 1250억원을 투입해 1개 라인을 신설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신소재 개발은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분야라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면서 “산은의 투자로 생산설비 구축 속도가 빨라지면 그만큼 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산은이 짊어져야 할 부담은 그만큼 커졌다. 김병환 과장은 “산은의 투자여력을 키우기 위해 정부가 보유한 2조원 이상의 현물주식을 출자하고, 자본금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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