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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의 푸드&헬스] 비타민·미네랄의 왕 시금치, 만성 신부전증 환자에겐 독

중앙선데이 2015.02.01 01:56 412호 22면 지면보기
요즘 마트에 가면 시금치 종류인 섬초를 볼 수 있다. 추위 속에서 해풍(海風)과 눈서리를 견디며 자란 섬초는 전남 신안군의 특산품이다. 일반 시금치와 달리 옆으로 퍼진 모양에 뿌리·잎이 두껍고 속이 노란 것이 특징이다.

포항 지역의 토착종(種)인 포항 시금치(포항초)도 겨울 시금치로 유명하다. 가을에 포항초 씨앗을 뿌려 겨울에 수확한다. 당도와 비타민 C·식이섬유 함량이 높다.

채소로선 드물게 시금치는 제철이 겨울에서 이른 봄까지다. 사철 재배되지만 내한성(耐寒性)이 강해 겨울 채소로 분류된다. 추위와 눈을 맞고 자란 덕분인지 겨울 시금치는 당도가 높고 향이 강하다. 겨울 시금치는 또 정월 대보름 절식(節食)인 복쌈을 만들 때 취나물 등과 함께 밥을 싸는 나물로 쓰였다.

시금치는 백내장과 노인 실명(失明)의 주 원인인 황반변성 예방을 돕는다. 눈 건강에 이로운 성분으로 알려진 루테인·제아잔틴·베타카로틴이 모두 들어 있다. 이들 ‘삼총사’는 모두 지용성(脂溶性)이다. 시금치를 기름에 살짝 볶거나 참깨를 뿌려 먹는 것이 좋은 것은 그래서다.

영양적으론 비타민 A·C·E·K·엽산(비타민 B군의 일종) 등 비타민과 칼륨·칼슘·셀레늄·철분 등 미네랄이 풍부하다. 시금치에 든 비타민 A·C·E는 비타민계의 ‘에이스’다. 셋 모두 노화의 주범인 유해(활성)산소를 없앤다. 암·심혈관 질환·관절염 예방 식품으로 시금치를 추천하는 이유다.

‘완전식품’처럼 보이는 시금치에도 약점은 있다. 떫은맛 성분인 수산(蓚酸: 옥살산)이 많다는 것이다. 수산은 체내에서 칼슘과 결합해 칼슘의 체내 흡수율을 낮춘다. 오래 많이 섭취하면 결석(結石)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결석은 시금치를 매일 500∼1000g 이상 섭취하는 경우에나 생기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 국민이 나물이나 국을 통해 한 끼에 섭취하는 시금치 양은 30∼40g 정도다.

시금치는 식용유에 살짝 데쳐 먹는 것이 좋다. 유익한 성분이 대부분 지방에 녹는 지용성이기 때문이다. ‘찰떡궁합’ 식품으론 참깨·참기름이 꼽힌다. 참깨에 풍부한 아미노산인 라이신이 결석 억제를 도와서다. 참깨·참기름을 치고 무치면 시금치에 부족한 영양소인 단백질·지방까지 보충하게 돼 일석이조(一石二鳥)다.

혈압 조절을 돕는 칼륨이 풍부한 시금치는 고혈압 환자에겐 득이 되는 채소다. 하지만 칼륨은 만성 신(腎)부전증 환자에겐 독(毒)이 될 수도 있다. 극히 드물지만 일부 예민한 사람에겐 시금치가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아스피린 등 피를 묽게 하는 약이나 항(抗)응고제를 복용 중인 환자는 시금치에 풍부한 비타민 K가 이들 약의 효과를 낮출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유럽 남성들은 데이트할 때 시금치 요리 주문을 꺼린다. 시금치가 치아 사이에 끼는 것을 싫어해서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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