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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통첩 시한 넘겼지만 감감무소식…NYT "요르단과 IS 협상 결렬"

중앙일보 2015.01.30 02:34
[사진 유튜브 화면 캡쳐]


 

29일 밤 11시30분(한국시각) 터키 남부 도시 악차칼레에 전 세계의 관심이 모아졌다. 이날 오전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인질 맞교환 시한으로 새로이 제시한 최후통첩 시각인 '29일 이라크 모술 일몰' 시각이다. IS가 수도로 선언한 시리아 북부 도시 락까와 인접한 이 곳에 일본·터키 등 각국 기자들이 모여들었다. 높아지는 긴장감 속에 철조망과 펜스가 설치된 검문소 주변엔 현지 경찰이 삼엄한 경계태세를 유지했다. 이들은 IS의 일본인 인질 고토 겐지(後藤健二·47)와 요르단 조종사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와 함께 요르단의 테러범 사형수 사지다 알리샤위(45)의 맞교환을 기다렸다. 그러나 최후통첩 시각을 3시간 넘긴 30일 오전 2시30분까지 이들의 모습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IS는 이날 오전 8시쯤(한국시각) 새 음성 메시지를 인터넷에 올렸다. 고토로 보이는 남성은 영어로 “일몰까지 터키 국경에서 사지다 알리샤위 사형수와 내 목숨을 교환할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요르단 조종사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는 즉각 살해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저녁 요르단 공보장관이 “조종사를 무사히 풀어주면 알리샤위를 석방할 용의가 있다”며 IS 측에 보낸 맞교환 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요르단과 IS의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보인다"며 "IS가 일본인 인질과 요르단 조종사를 살해하겠다는 협박을 실행으로 옮길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IS는 이날 공개한 음성 메시지에서 기존 2차례 영상 메시지와 달리 고토의 사진을 싣지 않고 아랍어 자막을 달았다. "요르단 조종사가 살해될 것"이란 문장은 빨간 글씨로 강조했다. 과거 1분이 넘던 메시지가 30초 정도로 짧아지고 단순화한 것은 인질과 테러범의 교환 협상이 벽에 부딪히고 IS 내부에서 긴박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는 이날 오전 중의원 예산위에 출석, “새 메시지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IS 협박에 대해선 "결단코 용서할 수 없는 테러"라고 비난한 뒤 "테러 위협에 굴하게 되면 일본인에 대한 추가 테러가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요르단의 고민은 최후통첩 시각이 가까워질수록 깊어졌다. 무함마드 알모마니 요르단 공보장관은 밤 9시경(한국시각) “총리와 의회 의장 등이 회의를 갖고 대응방안을 협의했다”며 "중요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밤 10시50분 기자회견에서는 “요르단 정부는 알리샤위를 석방할 용의가 있지만 현 시점에서 조종사의 생존을 확인할 만한 증거를 받지 못했다”며 “이 때문에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알리샤위는 살아 있으며 현재 요르단 내에 수감돼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인 인질에 대해서는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일치단결해야 한다”며 “석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요르단은 나라 안팎의 이해관계에 얽혀 4중고를 겪고 있다. 요르단은 우선, IS가 조종사를 테러범과의 맞교환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알리샤위를 풀어준다고 해도 조종사 석방을 보장받지 못하는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이런 가운데 요르단 시민 수백 명은 압둘라 엔수르 요르단 총리 공관 앞에서 “조종사를 구하라”고 연일 외치고 있다.



요르단은 또 나라밖의 거센 압력에도 직면해 있다. 오랜 우방인 일본은 고토의 석방을 이끌어내기 위해 매달리고 있다. 일본은 정부개발원조(ODA) 자금을 추가로 늘려 지원하는 방안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압력은 더욱 거세다. "테러범에게 양보해서는 안 된다"며 인질과 테러범 맞교환을 반대하고 있다. 친미 국가인 요르단은 반 IS 동맹국으로 IS를 상대로 한 군사 행동에도 동참해 왔다. 요르단 조종사와 일본인 인질을 모두 구하더라도 "테러에 굴복했다"는 미국 등 국제사회의 비난은 피하기 어렵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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