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B, 남북 비사 공개 … '회고록 정치' 역풍

중앙일보 2015.01.30 01:26 종합 1면 지면보기



연평도 포격 이후 비밀 접촉
측근 만류에도 회고록 넣어
통일부 "남북 대화 큰 부담"
친박 "국익에 어떤 도움되나"
야당 "자원국조 증인 나와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이 공개되면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남북 비밀 접촉과 관련한 비사(秘史)가 담긴 데다 외국 정상들과의 대화 등 공개되면 민감한 내용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회고록에는 2012년 1월 원자바오(溫家寶) 전 중국 총리가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을 “젊은 지도자”라고 지칭한 내용, 김정은의 장기 집권 가능성에 “역사의 이치가 그리 되겠나”라고 부정적으로 말한 내용이 담겨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난항을 겪던 2010년 11월 국내 비판에 직면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금 미국 언론을 봤느냐. 이 대통령은 단임제니까 괜찮을지 모르지만 난 그렇지 않다”고 불만을 표한 것까지 소개됐다. 2009년 싱가포르에서 임태희 노동부 장관을 만난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결과물 없이)그대로 가면 나는 죽는다”고 말한 것도 민감한 내용이다.



 특히 연평도 포격 직후에도 남북 간 비밀접촉이 있었다는 내용 등에 대해선 측근들도 공개를 만류했는데 이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 넣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의 외교안보 분야 측근은 29일 “이 정도까지 공개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논의도 있었다”며 “우방과의 관계도 있어 고민했지만 연평도 포격 후 정부의 적극적 조치가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아 국민이 답답해한다고 생각해 결국 회고록에 담겼다”고 토로했다.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너무 세세한 내용들이 공개됐다”며 “앞으로 남북 간 대화를 추진하는 데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치권에선 회고록의 내용이나 출판 시기 등을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새누리당의 친박계 강석훈 의원은 “남북관계처럼 매우 민감하고 다양한 측면이 있는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국익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친박계 한 의원은 “퇴임한 지 2년도 안 돼 비사를 담은 회고록을 낸 건 일종의 회고록 정치”라며 “남북관계라는 게 민감하고 상대방이 있는 데다 현재 진행 중인 것도 있는 만큼 더 조심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은 자원외교 관련 대목을 비판했다. 국회 해외자원개발 국조특위 위원장인 새정치민주연합 노영민 의원은 “그렇게 자신 있으면 국회에 나와서 증인 선서를 하고 말하라”고 했다. 새정치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재임 당시 빛나는 성과라고 했던 자원외교에 대해 국정조사를 앞두곤 한승수 총리가 총괄 지휘했다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기억이 용탈돼 희미해지기 전 대통령과 참모들이 생각하고 일한 기록을 가급적 생생하게 남기고 싶었다”고 밝혔다. 



유지혜·현일훈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