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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원 포인트 사면, 평창 유치 승부수"

중앙일보 2015.01.30 01:23 종합 3면 지면보기
이명박 전 대통령은 회고록을 통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사면은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를 위한 승부수”라고 밝혔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과 결별한 이유에 대해선 “새 정치 세력이 필요했지만 재벌 총수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적었다.


MB 회고록 속 재계 이야기
이 회장, 주위에 공 돌리며 눈물
정주영 창당, 세 번 만류 후 결별

평창올림픽 유치 직후인 2011년 7월 청와대에서 만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건희 회장. [중앙포토]
 ◆이건희 사면=평창 겨울올림픽 유치를 위해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자격으로 IOC 위원을 설득할 사람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 회장 사면은 야권의 정치 공세를 불러올 가능성이 컸다. 국익과 정치적 상황의 갈림길에 섰다. 여론조사에서 국민 55%가 올림픽 유치를 위해 이 회장 사면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왔다. 결국 이 회장만 사면하는 ‘원 포인트 사면’을 했다.



 이 회장은 건강이 좋지 않았지만 1년 반 동안 11차례 해외 출장을 강행하며 힘을 보탰다. 유치 결정 6개월 전인 2011년 초 이 회장은 내게 편지를 써 몇 가지를 건의했다. ▶유치 활동에선 단합이 가장 중요하고 ▶개최지가 결정되는 더반(남아공) IOC 총회에 대통령이 반드시 참석해야 하며 ▶프레젠테이션 연설은 영어로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치가 확정되자 이 회장의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이 보였다. 그는 울먹이며 말했다. “국민 여러분이 만든 것이다. 평창 유치 팀도 고생이 많았다. 특히 대통령이 열심히 했다. 나는 조그만 부분을 담당했을 뿐이다.”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공을 주위로 돌리는 이 회장을 보면서 나는 원포인트 사면으로 그가 그동안 평창 유치에 얼마나 큰 부담을 느끼고 마음고생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정주영 결별=1991년 12월 정 회장이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재벌 총수가 아니었다면 나는 그의 정치 참여를 지지했을 것이다. 나는 세 번 만류했다. 그러나 정 회장은 단호했다. 92년 1월 현대를 떠났고 민자당 의원이 됐다. 92년 12월 대선 때 민자당에서 정 회장의 사생활과 비리를 폭로하는 찬조연설을 요청했다. 나로선 요구에 응할 수 없었고 찬조연설은 무산됐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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