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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 쌀 주려던 부시가 맘 바꾼 건 MB와의 '카트 대화'

중앙일보 2015.01.30 01:20 종합 4면 지면보기
이명박 전 대통령은 회고록을 통해 미국·중국·일본 지도자들과의 정상외교 기록을 세세히 공개했다. 다음은 회고록에 소개된 주요 내용. 본문 중 ‘나’는 이 전 대통령을 말한다.


베일 벗은 정상외교 뒷얘기
MB "보관 힘든 옥수수 줘야"
부시 "거기까진 생각 못했다"

 ◆‘카트외교’로 친구 된 부시=(2008년 4월 18일 미 대통령 전용별장 캠프 데이비드 방문에서)골프 카트에 올라 숙소로 가던 중 부시가 “미국은 북한에 쌀 33만t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했다. 나는 “쌀을 주면 군량미로 비축된다. 장기간 보관하기 힘든 옥수수나 밀가루를 주면 민간에게 갈 수 있다”고 했다. 부시는 “거기까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많은 중요한 일들이 편안한 대화 도중 결정됐다. 이때부터 부시는 내게 친구란 표현을 썼다.



 나는 재임 기간 동안 오바마와 형제의 정을 나눴다. 가난한 어린 시절과 어머니가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 점은 나와 그의 공통점이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난항을 겪던 2010년 11월 국내적 비판에 직면한 오바마가 일본 요코하마 APEC 정상회의 뒤 만남을 청해 왔다. 오바마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미국 언론을 보셨습니까. 대통령께선 단임제니까 괜찮을지 모르지만 난 그렇지 않습니다.” 재선을 앞둔 그의 입장이 이해됐다.



 ◆쓰촨성 방문으로 대륙의 마음 얻어=2008년 5월 중국 방문 보름 전 중국 쓰촨(四川)성에 대지진이 나 6만9000명이 사망했다. 정상회담 뒤 만찬 자리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에게 쓰촨성에 가겠다고 했다. 후 주석은 “고난이 있을 때 진정한 정리를 볼 수 있다”며 사의를 표했다. 쓰촨성 방문은 정상으로는 내가 처음이었다.



 ◆간 나오토와의 기싸움=2011년 5월 한·일·중 회담 차 일본에 갔을 때 일본이 단독정상회담을 제안해 왔다. 영토라는 표현으로 독도 문제를 언급하려 했다. 한 참모가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언급해도 내가 대답하지 않는 조건으로 그 정도 요구는 들어주자고 해서 호통을 쳤다. “독도 문제를 거론한 일본의 제안을 들고 다니는 것 자체가 글러먹은 거야! 독도는 물론 영토의 영자만 나와도 나는 회담할 수 없어요.” 결국 일본은 영토 문제를 꺼내지 않기로 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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